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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이명인은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 수현이 윤아를 데리고 나가서 먹겠다는 게 진짜 나가서 뭘 먹으려는 게 아니라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두 사람의 호사를 그르칠 뻔했다는 생각에 이명인은 얼른 난감한 표정으로 만회할 길을 찾았다.

“사실 내가 나가서 먹는 걸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전에 우연히 그 가게를 지나치는데 그 장씨 할아버지가 먹다 남은 찌꺼기를 정리하더니 자기 손주 엉덩이를 닦아주러 가는 거야. 와서는 손도 잘 안 씻고 밥하는 걸 본 적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밥상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 그냥 가지 말라고만 했지. 산책... 하고 싶은 거면 갔다 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너희 할아버지한테 말하면 돼. 그럼 산책 갔다 오면 바로 먹을 수 있지 않겠어?”

이명인이 자기 때문에 딱딱해진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다들 보았다. 윤아도 눈치 빠르게 얼른 맞장구를 쳤다.

“좋아요. 할머님이 말씀해 줘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먹고 배탈 나서 고생할 뻔했네요.”

이렇게 말하며 윤아는 테이블 아래로 수현의 옷깃을 다시 한번 힘껏 당겼다.

수현은 그제야 이명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 말이 맞아요. 고마워요 할머니.”

“그럼 우린 나가서 좀 걸을게요. 저녁이라 공기도 꽤 좋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윤도 따라서 일어나려는데 옆에 있던 이명인이 이를 막았다.

“조금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일손 거들어야지?”

두 녀석은 눈을 끔뻑거리더니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현과 윤아는 겨우 정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조금 지체하는 사이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집마다 불을 켜고 있었다. 윤아는 약간은 난감한 표정으로 수현에게 물었다.

“너 아까 태도가 왜 그래?”

“태도가 왜?”

수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되물었다. 마치 자기 태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듯했다.

“태도가 안 좋았어. 할머님 그래도 어른인데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있으면 안 되지.”

이에 수현이 가볍게 웃었다.

“입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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