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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이렇게 말하면 결국 윤아를 위한 것이다.

“그럼 내가 좋아서 좋은 줄 몰랐던 건가?”

“아니야.”

아직 눈치가 남아있는 수현이 얼른 부정했다.

“나도 네 생각, 너도 내 생각, 우리가 서로서로를 생각해 주는데, 내가 그것도 몰라줄까 봐?”

윤아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 난 그냥 네가 할머님한테 안 좋은 인상을 남기거나 노인네 화나게 하면 어쩌나 했지. 나이도 많으신데.”

“그래, 네 말에도 일리 있어. 다음부터 주의할게.”

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와 그녀의 화를 풀어주는 모습에 조금 언짢았던 윤아의 마음도 바로 사그라들었다.

“알면 됐어.”

수현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 전에도 이렇게 산책한 적 있어?”

윤아의 질문에 수현이 고민에 잠겼다. 수현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윤아가 수현을 바라봤다.

“우리 만난 지 꽤 되는데 이렇게 나와서 산책한 적이 없다고?”

윤아는 일반적인 부부라면 산책은 제일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했었지.”

수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아마 되게 오래전일걸. 우리 어릴 때.”

그때 윤아는 낮이든 밤이든 막론하고 수현의 뒤를 따라다녔다. 엄격히 말하면 그것도 일종의 산책이다.

“어릴 때?”

윤아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수현이 과거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응.”

“우리 어릴 때 또 무슨 일들이 있었어? 혹시 얘기해줄 수 있어?”

수현이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한 시골길을 걸었다. 수현이 옛날얘기를 해주는 걸 윤아는 조용히 들으면서 가끔 몇 마디 질문하곤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현이 걸음이 우뚝 멈췄다. 윤아는 수현이 그 자리에 멈춰서자 이렇게 물었다.

“왜 그래?”

수현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수현의 목소리는 마치 뭔가 참고 있는 듯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윤아가 원인을 추측하고 있다가 이내 여기로 온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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