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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뭐? 억지 부린다고 한 거야?’

심윤아는 흠칫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소영 씨보다 이해심이 많을 수는 없겠지.”

무심코 한 마디가 그렇게 툭 튀어나왔다.

순간, 진수현은 어리둥절했고 심윤아도 화들짝 놀랐다.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한 거지?’

심윤아가 자기 자신이 잘못 말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때, 진수현이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진수현은 그윽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매부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윤아를 쳐다봤다.

“너 지금 질투하는 거야?”

심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심윤아는 손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진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수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주 솜방망이가 따로 없네.”

“제대로 맞아 볼래?”

심윤아는 발끈하고 나서 뻗었던 손을 거둬들이려 했다. 그러다 결국 뒤로 넘어져 소파에 파묻혔다. 일어나려고 아등바등했지만 기운이 없었다.

진수현은 그 자리에 서서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몇 번 쳐다보고 나서 한마디 했다.

“기다려 봐.”

그러고 나서 화장실로 가서 물이 담긴 플라스틱 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나와 그녀 옆에 있는 의자에 놓았다.

진수현은 수건을 찬물에 적셔 심윤아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그가 수건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자, 심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피했다.

진수현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눈살을 찌푸렸다

“가만히 좀 있어.”

심윤아는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수건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가뭄에 내린 단비 같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밀려와 다시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물리적인 방법으로라도 최대한 빨리 체온을 내려야 했다.

‘어차피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뿐이야...’

심윤아는 잠깐의 생각 끝에 더는 진수현을 밀어내지 않았다.

진수현은 심윤아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 주고, 이어서 발그레 해진 뺨을 닦아 주다가 문득 할 말이 떠올랐는지 잠깐 멈칫하다가 나직하게 말했다.

“심윤아, 너는 정말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골칫덩어리야, 아주 조상님이 따로 없네.”

그 말에 심윤아는 움찔했다.

“뭐라고?”

진수현은 또다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못 들은 척하는 거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몸을 닦아주고 있어, 그 사람이 바로 너야. 이 정도면 조상님 대접을 받는 거 아닌가?”

말하면서 진수현은 잡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놓아주며 그녀의 옷깃 사이로 젖은 수건을 들이밀었다.

심윤아는 약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진수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안쪽도 닦아줄게.”

그는 정색하고 대답했다.

심윤아는 다급하고 부끄러워하며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 아니야... 내가 직접 하면 돼.”

진수현은 잔뜩 움츠러든 심윤아를 보면서 또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내숭 떠는 거야?”

진수현은 손을 떼지 않았고 젖은 수건을 그녀의 가슴 쪽으로 밀어 넣었다.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내숭 떠는 게 아니라, 혼자 하면 돼.”

진수현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설마...”

‘탁!’

진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진수현과 심윤아는 동시에 문밖으로 내다보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허둥지둥 물건을 줍고 있는 강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진수현은 심윤아의 가슴에 올려놓았던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심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강소영은 재빨리 땅 위의 물건들을 주워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방금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진수현과 심윤아를 향해 머쓱하게 웃었다.

“수현 씨, 실수로 떨어뜨렸네, 놀라진 않았지?”

진수현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이 상황에 관해 설명이라도 하려 했지만, 강소영은 오히려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수현 씨,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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