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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 순간 심윤아는 가슴이 떨리고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단단히 책잡힌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침착하게 대응했다. 창백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숨김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수현 씨, 다 봤잖아.”

오히려 당당한 심윤아의 태도에 진수현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진수현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이 들려있는 빈 약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주방에서 고생스럽게 달인 약을 이렇게 한 입도 안 마시고 다 버린 거야?”

심윤아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

“약 안 먹을 거라고 했었잖아.”

말이 끝나자, 심윤아는 빈 그릇을 들고 나갔다. 그러자 진수현이 그녀를 쫓아 나오며 비아냥거렸다.

“보아하니 어젯밤은 일부러 비를 맞은 거구나?”

심윤아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그러나 진수현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로 그녀를 몰아세웠다.

“그래? 그러면 왜 병원에 가는 것도, 약 먹는 것도 다 거부하는 거야?”

심윤아는 우선 닥치는 대로 얼렁뚱땅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약이 너무 써서 마시고 싶지 않았어.”

“그저 그런 이유라고?”

체념할 법도 한 상황에서 진수현은 끝까지 눈을 가늘게 뜨고 대화를 이어가려 했다.

“어제...”

진수현은 문자메시지 해프닝에 대해 심윤아가 뭔가 단서를 발견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하다가, 또다시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어쨌든 그녀는 클럽 입구조차 통과하지 못했으니, 그 해프닝에 대해 알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심윤아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다가 혹시라도 실수로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꺼낼까 걱정되어, 더 이상 진수현과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밀을 절대로 진수현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마침 도우미가 음식을 들고 들어왔고 심윤아는 그 틈을 타서 음식을 먹으러 갔다. 그녀는 아직 환자였기 때문에 도우미들이 준비한 음식은 모두 담백한 선식이었다. 심윤아는 입맛이 없어서 그냥 대충 먹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도우미는 재빨리 와서 치웠다.

진수현은 시종 곁에서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고 심윤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어딘가 찝찝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내려고 보면 이상해할 것도 없었다.

방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갔다.

진수현은 원래 별로 성격이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유 없이 짜증이 났던 적도 거의 없었다.

진수현은 방 안의 공기가 답답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난 후, 심윤아는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고 풀리고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멍하니 발끝을 바라보았다.

잠들기 전, 도우미는 한약 한 그릇을 더 들고 들어왔다.

어차피 진수현에게 약을 버리는 현장을 들켰고 지금 그가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니, 심윤아는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마시고 싶지 않으니 더는 약 같은 거 들고 오지 마세요.”

도우미는 약그릇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심윤아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괜찮으니 일찍 가서 쉬세요. 나도 오늘은 너무 피곤하네요.”

도우미는 눈을 깜박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넋을 잃은 채 방에서 나갔다.

진수현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심윤아는 혼자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여전히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아마도 열이 내린 뒤의 후유증 같았다. 그녀는 머리는 무겁지만 의식은 뚜렷했다.

‘수현 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디로 갔을지는 이미 정해졌지.’

심윤아는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만약 애당초 뛰어내려 수현 씨를 구한 사람이 나였다면, 우리는 이혼할 리가 없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만약에...’

심윤아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밤중이 되어 깊은 잠이 들었을 때, 심윤아는 희미하게나마 매트리스가 한쪽으로 눌린 것 같다고 느꼈다.

‘설마 그가 돌아온 걸까?’

그러나 심윤아는 깨지 않았고 다시 깊이 잠들었다.

다음날 깨어나자마자 심윤아는 몸을 뒤척이며 손을 뻗어 옆자리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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