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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진수현은 그녀에게 물수건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현민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려줬으니까, 여기는 나에게 맡겨도 돼. 안심해. 내가 윤아 씨를 잘 돌볼 테니까.”

진수현은 구석에 누워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 심윤아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방안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강소영은 다시 수건을 찬물에 적시고 심윤아 쪽으로 걸어왔다.

“윤아 씨, 제가 닦아드려도 되죠?”

심윤아는 온몸에 힘이 풀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간병인을 불러주세요. 소영 씨에게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심윤아가 제안하자, 강소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귀찮기는요, 간병인보다 제가 더 정성껏 보살펴 드릴게요. 물론 윤아 씨가 괜찮다고 한다면요.”

강소영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니 심윤아도 더 밀어낼 수 없었다. 심윤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윤아가 승낙하자 강소영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옷 단추를 풀어 주었다.

어색함을 피하려고 심윤아는 눈을 감았다. 덕분에 강소영이 그녀의 단추를 풀어 줄 때 그녀를 훑어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강소영은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그녀가 방금 잘못 본 게 아니었다면 진수현은 젖은 수건을 들고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옷깃까지 잡아당기고 손을 넣으려 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걸까? 설마 내가 출국해 있던 사이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기라도 했을까?’

강소영은 눈썹을 살며시 치켜올렸고 조바심이 났다.

심윤아의 옷 단추를 풀어보지 않았다면 강소영은 심윤아의 몸매가 이렇게 글래머러스 한지 몰랐을 것이다. 반듯하게 누워 있었지만, 가슴은 풍만했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색은 약간의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여자인 강소영이 봐도 혹할 정도로 일품이었다.

강소영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나직하게 말했다.

“사실 요 몇 년 동안 아주 고마웠어요.”

심윤아는 눈을 감고 차가운 수건이 주는 냉각 효과를 기분 좋게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몸의 열기가 많이 가셨다.

심윤아는 흠칫하고 눈을 떴다. 그리고 강소영과 눈이 마주쳤다.

“저한테 고마웠다고요?”

강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윤아 씨가 가짜 결혼을 통해 난관을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윤아 씨가 지난 2년 동안 수현 씨에게 달라붙는 여자들을 막아줬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마워요.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수현 씨의 곁엔 여자들이 득실대고 있었을 거예요.”

강소영의 말에 심윤아는 어리둥절해졌다. 심윤아는 그녀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할 만큼 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이어서 그녀에게 진수현과의 가짜 결혼을 상기시켜 그녀가 망상을 품지 말라고 경고를 날리는 것이었다. 자기가 진수현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암시하는 것이었다.

심윤아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소영은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닦아주고 나서 다시 옷을 단정하게 입혀줬다. 그리고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키며 자상하게 물었다.

“좀 나아졌어요? 물 좀 마실래요? 대신 물 한 잔 따라줄까요?”

심윤아는 마침 목이 말랐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영은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심윤아는 물컵을 건네받고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소영을 바라보며 방금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

“수현 씨가 저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요. 수현 씨의 옆자리는 영원히 소영 씨를 위해 남겨둘 거예요. 소영 씨는 수현 씨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고, 수현 씨 마음속에서 소영 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소영 씨는 저에게도 은인이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전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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