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되자 심윤아의 마음은 갑자기 진정되었다.그녀는 이미 저질렀다.남은 것은 이제 답장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진수현은 바로 답장하지 않았다.심윤아는 시계를 확인했고 그가 지금쯤 회사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회의나 고객 미팅 중일 수도 있고, 핸드폰이 무음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일을 마친 후에 보면 알게 될 것이다.기다리기 너무 힘들어서 그녀는 낮잠을 자기로 했다.심윤아는 잠옷으로 깔끔하게 갈아입고, 커튼을 닫고 조용하게 한 뒤, 깔끔하게 침대 위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땡땡...”동시에 진씨 그룹의 한 건물 안의 사무실 안에서.원래 소파에 차분한 얼굴로 앉아 있던 강소영은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눈앞의 핸드폰에 담긴 문자메시지를 바라보았다.메시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나 임신했어.」단 한 줄이었다.처음에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 강소영은 진수현에게 온 업무에 대한 문자메시지이거나 스팸 문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심윤아에게서 온 것이었다.강소영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눈앞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진수현을 바라보았다.그가 정말로 심윤아와 만나고 있는 걸까?그녀의 시선을 느낀 진수현은 고개를 들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소영은 깜짝 놀라 그를 향해 재빨리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그제야 진수현은 시선을 돌렸다.사무실은 매우 조용했다. 건물이 높아서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강소영은 어두운 눈빛으로 눈을 내리깔고 문자메시지 내용이 심윤아가 보낸 것인지 거듭 확인하고 바로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삭제 후 강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녀의 손가락 끝은 거의 살을 파고들 정도였다.‘심윤아... 그녀가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무슨 뜻일까? 그녀는 진수현을 나에게서 뺏어가고 싶은 것일까?’그렇게 생각하며 강소영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다행스럽게도 그녀가 방금 사무실에 들어온 후 진수현에게 다른 이유로 그의 핸드폰을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날의 풍경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강의 물살이 너무 세서 강소영은 겁에 질린 채 강가에 서서 진수현이 강물에 휩쓸려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도움을 청하려고 돌아섰을 때, 가느다란 사람이 필사적으로 달려왔다.어깨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 강소영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한눈에 그 소녀가 강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어떠한 고민과 망설임도 없었다.사건이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돌이켜보면 강소영은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그녀가 너무 용감해서 강소영은 오랫동안 그녀를 미워했다.“왜?”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본 진수현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강소영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더 이상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현재는 그녀가 진수현의 생명의 은인이었다.이것은 영원히 바꾸지 않을 것이다.강소영은 한동안 진수현의 사무실에 머물렀다.진수현은 일이 너무 바빠서 그녀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잠시 후, 강소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수현 씨, 일 바쁜 것 같은데. 오늘은 먼저 갈게. 다음에 다시 올게.진수현은 너무 바빠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노트북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알았어.”강소영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진수현이 뭔가 생각난 듯 눈을 치켜떴다.“잠깐만.”“왜?”진수현은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야?”이 말에 강소영은 깜짝 놀랐다.방금 문자가 울렸을 때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강소영은 문자 내용에 놀라서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문자를 지웠다.진수현이 먼저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스팸 문자였어. 방해가 될까 봐 말하지 않고 그냥 삭제했는데.”그녀가 말하자 진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수현의 침묵을 지켜보던 강소영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내가 문자 지웠다고 화났어? 미안해, 수현 씨. 스팸 문자
심윤아는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하지만 진수현의 답장은 없었다.그녀의 휴대전화는 마치 외부 세계와 연락이 끊긴 듯 조용했다.심윤아는 예전에 일할 때 자신이 더 많은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구도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지 않기를 바랐다.그러나 지금...해가 다 지고서야 심윤아의 핸드폰이 울리고 메시지가 도착했다.깜짝 놀란 그녀는 재빨리 전화기를 집어 들었고, 내용을 확인한 후 눈빛이 어두워졌다.주현아가 보낸 메시지였다.「어떻게 생각해 봤어? 진수현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심윤아는 오랫동안 조용히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그 웃음에는 자책감이 가득했다.사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포기하지 않는 걸까?굳이 자신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무시하게 만들어야 했을까?이제 그녀는 다 필요 없었다. 앞으로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심윤아는 천천히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그는 지금 누구랑 같이 있을까?뭐 하고 있을까?그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그는 강소영에게 이 소식을 전할 것인가, 이제부터 강소영의 눈에 그녀는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순간, 심윤아는 팔다리에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날 밤, 심윤아는 저녁으로 죽을 몇 입 먹은 뒤 밥맛을 잃었다.저녁 9시가 되어도 핸드폰은 여전히 미동이 없었기 때문에 심윤아는 어쩔 수 없이 코트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집사는 아직 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아래층으로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작은 사모님,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쉬시지 않고요?”심윤아는 텅 빈 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현 씨가 돌아오지 않았나요?”집사의 눈은 놀라움의 빛이 번쩍였고, 그는 바로 대답했다.“도련님의 비서가 전에 전화 와서 오늘 밤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심윤아의 기분은 계속해서 가라앉았다.그 모습을 본 집사는
어쩌면 그 자신도 이 말을 할 때 자기 눈에 애정이 얼마나 담겼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핸드폰 번호는 저장했어?”갑자기 진수현이 물었다.이를 들은 강소영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아, 저장해 뒀어. 나중에 같이 놀러 가도 될까?”“그래. 그러면 윤아도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강소영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자 늘 연약했던 그녀의 눈빛에 어두운 기운이 번쩍였다.다음날.심윤아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눈이 조금 부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얼음찜질해서 부기를 가라앉혔다.핸드폰을 살펴보고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강찬영에게서 여러 개의 문자가 와있었다.「일은 내가 다 처리했어.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불편하면 병원에 가보고.」 「깨어났어? 좀 어때? 필요하다면 오빠가 병원까지 같이 가 줄게.」위의 것은 어젯밤에 그녀가 잠든 후에 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아침에 온 것이다.그녀의 친구인 주현아의 메시지도 있었다.「윤아야, 내 메시지에 오랫동안 답장을 안 했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미안해, 내가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야 했는데.」이후에 온 몇 개도 그녀를 걱정하는 문자들이었다.심윤아는 주현아가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녀는 주현아에게 답장을 보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답장을 보낸 후 강찬영에게 대신 업무를 처리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그에게 밥을 살 시간은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주현아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강찬영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왔다.「몸은 좀 어때?」심윤아가 답장하려던 순간, 강찬영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전화를 받기 전에 2초 정도 망설였다.“찬영 오빠.”“그래, 좀 좋아졌어?”“훨씬 좋아졌어요.”“아직도 목소리에서 콧소리가 나는데 아직도 아픈 거 아니야?”“...”강찬영은 심윤아의 건강에 대해 항상 신경 썼다.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말했다.
주현아는 아이를 지울 거라는 소식을 듣고 잠시 놀랐다가 재빨리 반응했다.“왜, 왜?”“왜긴? 무슨 이유가 더 있겠어.”“하지만...”주현아는 안타까워하며 말을 꺼냈다.“2년이야. 너와 진수현 함께 2년을 살았어. 진수현은 너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이 아이는 다른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진수현의 아이잖아.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조금의 연민도 없대?”심윤아는 침묵했다.메시지를 보내기 전까지 그녀는 여전히 진수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 환상이 철저히 깨졌다.인터넷에 떠돌던 유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아, 그렇지...「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할 때만 당신의 아이가 그의 아이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신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주현아는 계속 말했다.“2년의 결혼 생활이 아니더라도 너희들은 함께 자란 소꿉친구인 정도 있을 거 아니야? 윤아야, 너 진수현에게 정확하게 말했어? 아니면...”“현아야.”심윤아는 침착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어.”이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하면 그녀만 더 비참해질 뿐이다.한 번이면 충분했다. 여러 번이라면 구걸이 아니고 뭘까? 그렇다면 그녀는 차라리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심윤아는 주현아의 전화를 끊고 일어나서 준비하고 기운을 차려 출근했다.그녀는 혼자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전 업무를 확인하는 일이었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뒤 핸드폰을 꺼내 예약을 잡았다.아이를 지우기로 했다면,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그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이번 주 예약은 이미 꽉 찼고 심윤아는 다음 주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예약을 확인할 때 심윤아의 손끝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녀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정말 이 아이를 지우고 싶은 거야? 그렇게 할 수 있겠어?’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그렇다고 지우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아버지 없
그녀가 진수현의 차에서 깨어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윤아 님, 제가 진 대표님에게 윤아 님이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진 대표님께서 얼마나 놀라셨는지 모르시죠?”심윤아는 임연수가 무슨 생각으로 자기와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상사에게 잘 보이려고?’그래서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요? 얼마나 놀랐는데요?”임연수는 조금 수줍게 웃었다.“아무튼, 제가 진씨 그룹에 입사하고 어제 처음 진 대표님이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걸 봤어요. 당시 진 대표님 옆에 이사님들이 보고를 올리고 있었는데. 윤아 님이 쓰러졌다고 하니 이사님들도 무시하고 직접 달려와 안아서 차에 태우시고 계속 걱정하고 계셨어요.”말이 끝나자, 임연수는 그녀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진 대표님이 윤아 님 엄청 신경 쓰고 계세요.”“그랬어요?”심윤아는 혼이 나간 것 같은 임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제 그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본 적 없어요?”이 한마디에 사내 커플을 응원하던 임연수의 생각이 바로 사라졌다.그녀는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진수현의 행동 때문에 임연수는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말았다. 임연수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심윤아가 이렇게 말하니 뭔가 정말 잘못된 것 같았다.왜냐하면... 그 여자가 대표님의 사무실에 계속 있었다.그리고 최근에는 그 여자와 이상한 관계라는 소문이 회사에 돌기도 했다.임연수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심윤아는 손을 들어 아픈 이마를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가서 일 보세요.”“네, 알겠습니다.”임연수가 떠난 후.심윤아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을 클릭해 예약을 확인했다.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점심에 강찬영은 그녀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심윤아는 생각이 복잡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가 어제 그녀를 대신해 업무를 처리해 주었기에 그러자고 했다.점심시간이 되자 심윤아는 강찬영을 기다리기
“어머, 듣고 보니 그렇네요.”“당연한 거 아냐? 어디 부잣집 사모님이 회사에서 비서 일이나 하고 있겠어?”“하지만 전 이해가 안 돼요. 왜 가짜 결혼까지 하는 걸까요.”“아마 이유가 있겠지. 듣기로는 심 비서와 대표님이 어릴 적부터 같이 컸대. 심씨 가문이 망하고 나서는 대표님이 심 비서와 결혼했지. 내가 보기엔 심 비서님 도와주려는 것 같아. 이봐, 지금 아무도 심 비서님 못 괴롭히잖아?”“그런 거라면 저희 대표님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내가 듣기로는 대표님은 출국한 강소영을 기다리고 있었대. 정말 순정파라니까. 역시 우리 대표님이야.”윤아가 그들의 뒤에서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신나게 떠들어대는 직원들. 윤아는 생각보다 평온했다. 마치 그들이 말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듯 덤덤한 표정이다. 그때, 강찬영의 차가 유유히 다가오더니 그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창문을 열더니 그의 훈훈한 얼굴을 드러내며 말했다.“얼른 타.”사람들의 시선이 심윤아에게 집중됐다. 윤아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강찬영의 차에 올라탔다.깜짝 놀라 황당해하고 있던 직원들은 강찬영의 차가 떠나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아까... 심 비서님이었죠...?”“응, 아마도.”“저희가 하던 얘기 다 들었으면 어쩌죠?””들어도 뭐 어쩌겠어. 우리가 지어낸 것도 아니고 그냥 들은 얘기인데. 그리고 설령 우리가 한 얘기면 또 뭐 어때? 다 사실인데. 아니면 반박을 했겠지. 분명 찔리는 게 있어서 말 못 하는 거야.”“어떻게 반박할지도 모르는 거 아닐까요? 방금 대표님 차에 그 여자가 타고 있었잖아요.”멀어지는 차를 보며 그들은 쑥덕거리기 바빴다.윤아는 묵묵히 창문을 올리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 시들어가는 나뭇잎과 회색빛 건물들을 보며 그의 두 눈도 색이 바래가는 것 같았다.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직원들이 하던 말들이 맴돌았다. 그리고...방금 전 스쳐 지나갔던 검은 카이엔까지...“왜 그래? 넋 나간 사람처럼.”강찬영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윤
강찬영은 더 말을 잇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는 이미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윤아가 안쓰러웠다.윤아는 강찬영이 임신에 관한 일을 모른다는 것에 안도했다. 알았다면 그의 말투는 지금보다도 더 날카로웠겠지.윤아가 대답하지 않자 강찬영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윤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윽고 주문을 마치고는 자리를 뜨는 강찬영.“여기서 10분만 기다리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네.”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하러 가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알아볼 기운도 없었다.10분 뒤, 정체 모를 봉지를 들고 오는 강찬영.“받아.”“이게 뭐예요?”“약. 너 아프다며? 그 나이 먹고 아직도 비상약들 안 챙겨놓으니 원. 가져갔다 아플 때 먹어.”윤아는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저 이제 다 나았는데요?”“그래도 챙겨.”“알겠어요.”윤아는 봉지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갖가지 상비약들로 가득했다.“고마워요. 찬영 오빠.”“고맙긴.”찬영이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못해도 나한테는 편하게 굴어.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알겠어요.”두 사람은 잠시 훈훈한 듯하더니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묵묵히 밥을 먹던 찬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설마 강소영 벌써 만났어?”그의 질문에 멈칫하던 윤아,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래? 귀국하고 바로 진수현을 찾으러 간 거야? 인제 와서 뭐 다시 만나기라도 하자는 건가?”윤아는 다시 만난다는 말이 유난히 가슴에 박혔다.“다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인제 와서 둘 사이에 무슨 옛 인연이 있겠어요.”비록 진수현이 예전에 여러 얘기를 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둘은 사귀지 않았다. 사실 윤아도 모르겠는 것투성이다.‘그때 왜 수현 씨는 강소영과 사귀지 않았을까? 자신의 옆자리는 늘 강소영일 거라는 말까지 할 정도면 강소영도 수현 씨를 사랑한다는 걸 텐데. 둘은 원래 사귀는 사이여야 하지 않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