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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소희는 확실히 찬호를 불쌍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도와주실 수 있어요?"

구택은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별일 아니라서요. 내가 도와주길 원한다면 이따 시원한테 전화해 볼게요."

소희는 그의 깊고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며 무의식적으로 눈을 피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

구택은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계속 밥을 먹었다.

식사 후 소희가 떠날 때 주방의 하인은 오리탕이 담긴 보온병을 건네주며 당부했다.

"면을 먹고 싶으면 오리탕을 끓인 뒤 면을 넣고 3~5분 정도 끓이면 돼요."

소희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자신이 국수를 끓일 줄 모르는 일은 임 씨네 집안 전체가 다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감사를 시한 뒤 보온병을 안고 떠났다.

위층에서 구택은 시원에게 전화를 걸어 시연을 풀라고 말하고 있었다.

시원은 매우 궁금해했다.

"누가 너한테 사정했니?"

구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빨리 사람 풀어."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

"내 여자친구가 얻어맞았고 지금까지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나보고 쉽게 소 씨 집안사람을 풀어주라고?"

구택은 담배 한 대 피우며 코웃음쳤다.

"허연이 맞았는데, 넌 아직도 밖에서 딴 여자랑 놀고 있잖아. 그런데도 그녀가 네 여자 친구라고?"

시원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적어도 지금은."

구택은 정원을 힐끗 쳐다보았며 마침 소희가 떠난 것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 허리를 수정한 치마를 입었는데 그녀의 허리를 아주 가늘게, 그리고 다리를 하얗고 길게 만들었다.

그는 건성 하게 나지막이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 지금 일이 좀 있어서. 넌 변호사한테 전화해서 고소를 취하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고 그는 고개를 돌려 소희가 차에 올라타며 정원을 떠난 것을 보았다.

......

그날 저녁 무렵, 시연은 집으로 돌아왔다.

정민은 한 가족을 데리고 귀중한 물건들을 사서 첫째네 집안에 가서 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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