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에 들어서는 순간, 강윤아는 그제야 오늘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다 보니 은찬을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걸 깜빡했다는 걸 떠올렸다.‘어떻게 이렇게 무심할 수 있지? 잊어도 어떻게 아이 데리러 가는 걸 잊어?’속으로 자기를 원망하며 손을 들어 머리를 때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은찬의 앳된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엄마, 왔어요?”강윤아는 얼떨떨해서 한참을 서 있다가 얼른 아이에게 달려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은찬아, 너…… 어떻게 돌아왔어?”“경비원 아저씨가 데려다줬어요. 엄마가 아빠…… 아저씨랑 식사하러 갔다면서요.”은찬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그 말에 강윤아는 일순 멍해졌고 마음마저 복잡했다.‘권재민 씨가…… 엄마인 나보다 낫네. 이런 것도 마음 써주고.’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은찬의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은찬아,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가서 자.”“네.”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엄마, 그런데 오늘 아저씨랑 식사하러 갔으면서 저는 왜 안 불렀어요?”강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억울한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애초에 권재민에게 은찬을 데려오면 어떠냐고 건의했지만 권재민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녀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음. 그건 엄마랑 아저씨가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랬어. 다음에는 꼭 너 데리고 갈게. 응?”조심스러운 강윤아의 말투에 은찬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더였다.“그래요.”다음날은 마침 주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은찬은 낮잠을 잤을 테지만 오늘에는 강윤아가 깨우기도 전에 스스로 깨어났다.거실에 있던 강윤아는 방에서 걸어 나온 은찬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은찬아, 너 오늘 왜 이렇게 빨리 깨어났어? 더 자지 않고?”“할 일 있어서요.”은찬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강윤아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응? 뭐라고?”“아무것도 아니에요!”다시 묻는 강윤아의 물음에 은찬은 도망치듯 거실에
“왜 그래요?”권재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윤아의 반응에 살짝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이에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자꾸만 그를 슬쩍슬쩍 훔쳐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다.잇따라 권재민의 날카로운 눈빛이 날아오는 바람에 강윤아는 잔뜩 긴장해서 입을 꾹 다물었지만 다행히 권재민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다.그러나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바쁘게 은찬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왜 웃어요?”“아, 아무 것도 아니야.”강윤아는 황급히 부인했다.하지만 은찬은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골적으로 바라봤다.“엄마 혹시 아빠 비웃은 거예요? 뭐가 그렇게 웃긴데요? 아빠 저 옷 입은 거 멋있지 않아요?”은찬의 말에 권재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대꾸했다.“음, 역시 보는 눈이 있네.”권재민의 우쭐대는 모습에 강윤아는 의외라는 듯 그를 힐끗거렸다. 솔직히 그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은찬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은찬아, 오늘 시합 화이팅해.”살짝 미소 지으며 보낸 권재민의 응원에 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만만한 태도로 자기 가슴을 탁탁 쳤다.“당연하죠. 제가 언제 게임하면서 지는 거 봤어요? 걱정 마세요. 저 이번에 꼭 1등 할 거예요!”하지만 강윤아가 듣기에 은찬의 말은 너무나도 건방졌다. 이윽고 그녀는 얼른 은찬의 입을 막으며 경고했다.“은찬아, 말 함부로 하지 마!”“저…… 함부로 말한 거 아니에요.”은찬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강윤아를 바라봤다.심지어 권재민마저 그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권재민은 은찬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은찬아, 아빠는 우리 은찬이 실력 있는 거 알아.”권재민의 긍정적인 응원에 은찬은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그 때문에 강윤아는 자기가 이방인이라도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 내가 은찬이 혼낼 때마다 재민 씨가 감싸다간 은찬
경기는 여전히 계속됐다. 8 라운드의 경기를 치른 뒤 은찬은 심지어 8강에까지 진출했다.희망도 품지 않은 경기에서 은찬이 이렇게까지 뛰어난 성적을 따냈다는 것에 강윤아는 오히려 더 긴장했다.“재민 씨, 저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은찬이가 몇 위 할 것 같아요?”강윤아는 잔뜩 긴장해서 물었다.그녀도 당연히 은찬이가 우슨을 하길 바라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 너무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더욱이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해설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이해하고 있기에 은찬이의 실력이 가늠이 가지 않았다.그러던 그때.“우승.”권재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투는 오히려 은찬 본인보다도 더 자신감 넘치는 듯했다.물론 경기가 시작하기 훨씬 전에도 똑같은 말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저 은찬을 격려하려고 한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은찬이도 없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이런 대답을 할 줄이야.“정말요?”강윤아는 약간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은찬이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권재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은찬이는 그럴만한 실력이 있어요. 청소년 조에 출전하더라도 아마 빛을 발했을걸요.”권재민이 성격상 이런 거로 자기를 속일 리 없다는 걸 강윤아는 누고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은찬이가 그렇게 대단하다니 놀랍네요…….”잠시 뒤, 하프타임이 다가와 선수들에게 휴식할 시간이 주어졌다. 은찬은 자기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이윽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씩씩하게 걸어오더니 강윤아 앞에 멈춰 서며 손을 쑥 내밀었다.“엄마, 나 손 아파. 안마해 줘.”강윤아는 은찬의 버릇 없는 말투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일부러 화를 내는 듯 엄숙한 표정을 연기했다.“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아들 쪽으로 뻗었다. 그런데 그때, 권재민이 그녀보다 빨리 은찬의 손을 잡으며 열심히
참가 선수들 중 가장 실력 있는 4명이서 치르는 4강전인 만큼 휴식 시간마저 다른 때보다 더 길었다. 그사이, 권재민은 강윤아와 은찬을 데리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은찬아, 경기 때 많이 긴장했지?”긴장되고 짜릿한 오전 경기가 모두 끝나고 모처럼 찾아온 여유시간이라서 강윤아는 얼른 은찬을 끌어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만약 그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아마 시합도 전에 긴장해서 포기했을 거다. 하지만 은찬은 오히려 침착한 데다 매 경기마다 이런저런 계략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아니요. 긴장 안 되던데요.”고개를 틀어박고 음식을 먹는데 몰두하고 있던 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대답했다.강윤아는 문득 자기가 아들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 동안 입을 달싹이다가 끝내 물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이 너만 보고 있는데…… 긴장도 안 돼?”“그게 경기랑 무슨 상관인데요? 저는 그냥 경기에만 집중하면 돼요. 누가 보든 영향 안 받아요.”아들의 똘똘한 대답과 어른 못지않은 모습에 강윤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은찬이 얘는 어쩜 날마다 대단해지는 것 같지? 대체 누구를 닮은 거야? 나는 아닌 것 같은데. 아마…… 아버지 쪽이겠지?’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는 모습에 은찬이 재촉했다.“엄마, 무슨 생각 그렇게 해요? 얼른 밥 먹어요. 다 먹고 바로 돌아가야 해요.”강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뒤, 그들이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과중석엔느 사람이 오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라 치열할 거라는 기대감에 모두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모양이었다.그 시각, 강윤아는 오전보다도 더 긴장했다. 왜냐하면 방금 전 우승자한테 4천만 원이나 되는 상금이 차려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은찬은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 강윤아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더니 귓가에 속삭였다.“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꼭 엄마를 위해 4천만 원 타올게요.
강윤아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 가는 순간 은찬은 마침내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윤아의 품에 안겼다.“엄마, 아파요.”그의 손을 들어 상처를 확인하는 순간 강윤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은찬아, 이거 어떻게 된 거야?”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은찬은 방금 전 아프다고 말한 사실이 후회돼 얼른 위로했다.“에이, 농담이에요. 사실 하나도 안 아파요.”사실 강윤아의 생각이 맞았다. 상대 선수는 자기 손에 작은 못을 숨긴 채 은찬과 악수할 때 그를 찔렀던 거다. 하지만 은찬은 경기를 놓칠까 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버텼다.부상당한 손으로 고통을 참으며 경기하다 보니 은찬은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동작도 많이 느려졌었다.하지만 어찌 됐든…… 끝내 경기를 이겼다.그때, 대회 주최자가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당황한 듯 달려 나와 은찬의 상처를 확인했다.“얼른, 잉 아이를 의무실로 데려가세요.”강윤아가 은찬과 함께 의무실로 간 사이, 권재민은 무대 위에 올라와 싸늘한 표정으로 주최자에게 경고를 날렸다.“이번 일에 만족한 답변을 줬으면 합니다.”주최자는 당연히 권재민이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은찬이가 그가 데려온 선수라는 걸 확인한순간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왜 하필 저 아이가 다친 거야?’한편, 의무실.의사는 은찬의 상처를 꼼꼼히 소독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윤아는 피가 흥건한 아들의 손을 보자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걱정되는 듯 물었다.“의사 선생님, 살살 해줄 수 없나요?”의사도 강윤아가 은찬을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할게요.”물론 은찬이 피를 많이 흘리긴 했지만 그나마 상처가 깊지 않고 상태도 괜찮았다. 하지만 강윤아는 여전히 마음이 아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참 동안 입을 막은 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엄마, 울지 마요.”은찬은 고개를 돌려 눈물범벅이 된 강윤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저 괜찮아
“은찬아, 아까 왜 그렇게 말했어?”남자애가 떠난 뒤 강윤아는 은찬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하지만 은찬은 오히려 그녀의 물음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쳐들었다.“왜라니요?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걔 정말 재능 있어요. 노력만 하면 앞으로 엄청 강해질 걸요.”너무 진지한 은찬의 모습에 강윤아는 일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만져댔다.‘우리 은찬이…… 앞으로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되겠네…… 그것도 엄청. 어쩜 이런 어린 나이에 그렇게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일이 대충 마무리되자 결승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방금 1조에서 1위의 성적을 따냈으니 앞으로 마지막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주최자는 이미 은찬의 상태를 대충 전해 들었다. 하지만 권재민의 신분도 있고, 또 은찬이가 상처 때문에 경기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그렇다 한들 은찬 한 명 때문에 시합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편의를 봐준다 뭐다 말이 많을테니.권재민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도 않고, 경기를 다음 날로 연기하고 싶지도 않다 보니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은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결승 시작을 알리지 않는 거였다.이에 관중들이 조급해하기 시작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왜 아직도 결승 시작하지 않냐고?”“설마 선수가 다친 것 때문에 그러나?”“…….”사람들의 말소리가 마침 결승에 참가할 두 선수의 귀에 들어오자 은찬은 주동적으로 사회자 쪽으로 걸어가 입을 열었다.“저 다쳤다지만 경기는 계속할 수 있습니다.”때마침 결승에 진출한 다른 아이의 부모님도 따라 걸어왔다.“심판님, 저희 애가 엄지손가락을 붕대로 감고 하겠대요. 그러면 손을 다친 애와 마찬가지로 엄지를 사용하지 못할 테니 경기를 더 공평하게 치를 수 있을 겁니다.”남자애의 아버지가 건의했다.남자애는 자존심이 강한 애다. 전에 은찬이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지라 은찬이가 실
권재민의 말에 강윤아는 어리둥절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감탄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평소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자꾸만 의미 부여가 됐다.‘그런데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이상함을 느낀다고? 세상에 성격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잠시 들었던 생각을 부인하자 강윤아의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그 시각, 무대 위에 있는 은찬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권재민은 갑자기 어릴 때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그는 성격이 은찬이랑 똑같았다.심지어 은찬이랑 함께 지내면서 저도 모르게 은찬이가 자기 친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그런데 그한테 이런 아들이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강윤아에 대한 기억이 없는 데다 만약 그녀가 자기 아이를 가졌다 하면 낳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이 컸으니까.‘우연이겠지.’하지만 은찬의 아버지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이 자꾸만 밀려왔다. 전에 강윤아가 곤란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여러 번 도와주다가 권재민은 강윤아가 그 남자의 아이를 가지면서 파혼당하고 해외로 떠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대체 어떤 남자길래 그렇게까지 하지? 그 남자는 또 어디 갔길래 두 모자의 곁에 있어 주지 않지?수많은 질문이 권재민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그 남자의 존재를 떠올리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내가 왜 이러지? '그는 자기가 왜 강윤에게 자꾸만 소유욕이 생겨나는지 알 수 없었다.그 시각, 무대 위에서 상을 받은 은찬은 수상 소감을 말하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한 손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마이크를 받아쥔 채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 저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저 너무 기뻐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우수한 사람이 될게요!”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 나이라 겉치레적인 인사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꾸밈 없는 몇 마디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무대 아래에서 지켜보던 강윤아도 아들의 성적에 기뻤지만 그와 동시에
결국 모든 결승전이 끝내 막을 내렸다.청소년 조와 성인조의 우승자는 상을 받은 뒤 특별히 은찬과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네가 유소년 조 우승자 강은찬이지? 같이 기념사진 찍을까?”청소년 조 우승자 서희와 성인조 우승자 이일의 요청에 은찬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바라봤다. 그건 그녀의 의견을 묻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런 요구에 강윤아는 반대할 리 없었다. 모두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니 서로 친하게 진해서 나쁠 게 없으니까.역시나 세 사람은 함께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오늘 경기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꼬마야, 너 어쩜 그렇게 어린데도 게임을 그렇게 잘해?”이일이 미소를 지으며 묻는 말에 은찬은 바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형이 더 대단하던데요? 그런데 가끔 너무 무모할 때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나올 때가 있긴 하지만 위험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이일은 잠시 멈칫했다. 은찬의 평가에 그는 언짢아하기는커녕 오히려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꼬마야, 너 진짜 대단하네. 어쩜 우리 코치님과 똑가은 말을 하지? 그런데 이건 내 습관이라서 쉽게 고쳐지지 않아.”“괜찮아요. 습관이 어떻게 단번에 고쳐지겠어요. 앞으로 더 신경 쓰면 되죠.”은찬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맨 처음 은찬이 뱉은 말에 강윤아는 심장이 덜컹했다. 이일이 그 말에 화라도 내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넓은 도량으로 은찬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연락처 교환해요. 앞으로 같이 게임하면 좋잖아요.”서희는 말하면서 이내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과 연락처를 교환했다.은찬은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두 사람은 모두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심지어 서로 연령이 다른 세 사람이었지만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말이 잘 통했다.그로부터 한참 뒤, 누군가 다가와 그들에게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어린 은찬은 부모님을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