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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손찌검

고승현과 권재민은 동시에 몸이 굳었다.

재민은 방금 병실 안에서의 일어난 일 때문에 화가 났지만 강윤아가 그의 팔을 꽉 잡자 마음속에 쌓이던 분노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윤아가 자신을 붙잡도록 내버려 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를 자신에게 더 가까이 끌어당겨 두 사람의 거리를 훨씬 더 좁혔다.

승현은 멍하니 서 있었다.

‘분명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한 거야?’

그는 문득 윤아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열며 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재민은 윤아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고승현 씨,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정신 차리게 해줄까요?”

재민의 매서운 눈을 본 승현은 그에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승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재민에게 친근한 듯 말했다.

“재민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단지 아주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의 말을 들은 윤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승현의 가식적인 모습이 보기 싫었고 승현이 한 모든 일을 잊지 않았기에 승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거라면, 당신은 할 자격이 없어요.”

재민은 헛웃음을 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승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더니 곧이어 입을 열었다.

“권재민 씨, 말씀하신 대로 윤아와 전 친구 사이인데 어떻게 남 일처럼 대하겠어요? 윤아랑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재민은 그가 윤아를 다정하게 부르는 것이 거슬려 무의식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런 자신이 너무 속 좁아 보였다. 그리고…… 이건 윤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일이었다.

재민은 고개를 숙인 뒤 윤아를 쳐다보았지만 윤아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승현이 또 말도 안 되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니라도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윤아가 인상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의 얼굴엔 승현을 향한 혐오감이 가득했다.

승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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