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는 권재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럼 같이 놀아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눈살을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냥 윤아 씨의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면 그만이었는데, 놀이공원에 같이 오다니……, 어쩜 생각해도…….’모든 장면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전 됐어요. 혼자 놀다 와요. 여기서 기다릴게요.”재민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싫어요. 혼자 무슨 재미로 놀아요?”처음으로 재민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 윤아는 그의 팔을 끌고 놀이공원으로 이끌었다.윤아는 외국에 있을 때도 은찬이와 놀이공원에 자주 놀러 갔었고, 어린 시절에도 놀이공원에 자주 놀러 갔기 때문에 놀이공원이 익숙한 편이었다.하지만 재민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재민 씨, 놀 줄 모르죠?”재민의 어색한 모습을 본 윤아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재민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고 뻣뻣한 자세로 말했다.“그럴 리가요. 전 그냥…… 별로 놀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이렇게 유치한 건 나랑 어울리지 않아요.”윤아는 재민의 연기가 눈에 보였지만 그의 체면을 생각하여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와 그런데 전 정말 같이 놀고 싶어요. 제가 좀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데려온 거 아니에요? 같이 놀아주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말이 끝나자 윤아는 자신이 한 말에 깜짝 놀랐고, 재민의 눈도 번쩍 뜨였다.윤아는 재민이 오바한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워 얼른 고개를 돌려 설명했다.“아…… 이런 뜻이 아니었어요. 아무튼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그녀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있던 재민은 그런 윤아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윤아는 얼굴이 뜨거워 몸을 돌려 가버렸다.“저 먼저 갈게요. 안 기다릴 거예요!”윤아의 뒷모습은 마치 도망가는 것 같았다. 재민은 그 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그녀를 따라갔다.윤아는 아무리 놀다 지쳐도 놀이공원에 있는 동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그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송해나를 따라 회사에 도착한 강윤아는 불안한 듯 안절부절못하는 눈치였다.‘내가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건 다 해나 씨 덕분이야. 애당초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이번 면접에 합격할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만약에 실패한다면, 해나 씨의 호의를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야.’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해나가 미리 이야기해 두어서 인지는 몰라도 면접관은 그녀에게 매우 친절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면접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윤아를 합격시켰다. “시간이 될 때, 정식으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강윤아 씨의 개인 사정은 해나에게 대충 들었습니다. 강윤아 씨의 어머니가 아직 입원 중이시니, 출근 시점이 미뤄져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근무할 수 있을 때 오셔서 인사팀에 가서 사원증을 받으면 됩니다.”윤아는 면접이 너무 쉽게 끝나 어리둥절했다.“네……. 정말 감사드립니다.”“현재 월급은 대략 250만원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에는 300만으로 올라갑니다. 괜찮으신가요?”“네, 좋아요!” 250만원이라는 돈은 윤아에게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혹시, 해나 씨 때문에 제가 뽑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윤아의 말에 면접관은 웃으며 대답했다.“강윤아 씨는 자신감이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설령, 해나가 추천했다 하더라도 저희는 실력이 없는 사람을 뽑진 않습니다. 저희 회사가 자선단체는 아니지 않습니까?”그의 말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윤아는 웃으며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해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면접결과를 알 수 있었지만, 확인 차 물었다.“잘 끝났어요?”“네.” 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고마워요, 해나 씨……. 제가 해나 씨에게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은데 뭘 좋아하세요?”“아니에요. 오히려 밥은 제가 사야죠. 지금 윤아 씨는 상황이 좋지 않잖아요. 그
은찬은 송해나의 험상궂은 얼굴에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나쁜 아줌마!”그때, 강윤아가 돌아왔고 송해나는 다시 이전의 친절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고 은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은찬이 얼른 피했다.“윤아 씨, 아들이 참 귀여워요.” 해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은찬을 바라봤다.윤아도 그녀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은찬은 윤아에게 달려와 아무 말없이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은찬아, 왜 그래?” 윤아는 그런 아들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요.” 은찬은 억울한 얼굴로 작게 말했다 이 아이는 해나가 자기 엄마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해나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윤아는 은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지금 집으로 가자.”그녀는 고개를 들어 해나를 바라보았다.“해나 씨,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아이를 만났으니 빨리 집으로 가야겠어요.”“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요?”해나는 두 사람과 더 있고 싶은 눈치였다.윤아는 오늘 그녀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회사 일도 그렇고, 비싼 옷과 아들의 선물까지 받았다. 그런데 또 저녁까지 얻어 먹자니 염치가 없었다.“정말 괜찮아요, 해나 씨.”“저를 남처럼 대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막 귀국해서 친구도 별로 없는데, 오늘 윤아 씨가 저와 함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게다가, 윤아 씨 아들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 그녀는 여전히 밝게 웃으며 말했다.잠시 망설이던 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자, 은찬이 얼른 나섰다.“나는 안 갈래요.”“은찬아, 왜 그래? 평소에는 엄마 말 잘 듣잖아.” 윤아는 아들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고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몰라요. 어쨌든 난 안 갈 거예요.”윤아는 미안한 얼굴로 해나를 바라보았다.“해나 씨, 정말 죄송합니다. 은찬이
강윤아는 아파트 단지를 나서면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갈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휴대전화는 물론 지갑도 챙기지 않고 나온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는 곧 그녀의 집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윤아는 자신의 집 앞에 이상한 남자 몇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윤아가 얼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듯 여전히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한눈에 봐도 양아치가 틀림없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물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여기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일을 꾸미고 있는 건 분명해. 하지만, 저들은 내가 여기 사는 사람이란 걸 모르는 것 같아. 설마…… 우리 은찬이를 노리는 거야?’윤아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남자들도 그녀를 쏘아보았다.그녀는 얼른 맞은편 집 현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기척이 없자, 이번에는 주먹을 쥐고 힘껏 두드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 뭐하는 짓이야? 조용히 하지 못해!”문이 열리면서, 그 집의 가족들이 모두 현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윤아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에요?”그녀는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윤아의 집 앞에 서성이고 있던 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낯선 사람들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남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로 향하자 더는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 중 제일 앞에 있던 남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만 가자.”윤아는 남자들이 황급히 떠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맞은편 집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제가
권재민의 고집에 강윤아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집은 제가 직접 찾아도 되니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만약 권재민이 나서서 찾아준다면 아마 강윤아가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집을 구할 지도 모른다. 물론 권재민이 비용 부담을 할 테지만 그래도 그 호의를 아무렇지 않게 받는 건 어쩐지 미안했다.그 생각을 읽었는지 권재민은 강윤아를 힐끗 흘겨봤다.“제가 이미 결정한 일에 대한 반박은 거절하죠.”이윽고 거절할 새도 없이 강윤아의 어깨를 밀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됐어요. 얼른 가서 짐 싸요. 지금 이 상황에서 여기서 더 지낼 수도 없잖아요?”그 말은 확실히 강윤아더러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집안에 자기도 모르는 새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때, 은찬이 인기척을 들었는지 방안에서 쪼르르 달려 나왔다.“아빠, 오셨어요? 그런데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은찬아.”자기한테로 달려온 은찬의 머리를 권재민은 톡톡 두드렸다.“너와 엄마가 이사하는 것 좀 도와주려고 왔어.”물론 그 연유를 몰랐지만 은찬은 권재민의 말이라면 믿고 보기에 무의식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럼 은찬이도 얼른 짐 싸. 엄마 혼자 고생하게 하지 말고.”“네!”권재민의 말에 은찬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제 물건은 제가 직접 정리할 수 있어요. 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으쓱해하며 방으로 달려가는 은찬을 보더니 권재민은 다시 시선을 강윤아에게로 돌렸다.“봐요, 은찬이도 얌전히 짐 싸러 갔는데 윤아 씨는 계속 그렇게 서 있기만 할 거예요?”끝내 강윤아는 짐 한 상자를 들고 은찬과 함께 권재민의 차에 올라탔다.차에 앉은 순간부터 강윤아는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권재민이 저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가늠이 가지 않는 데다, 이것으로 또 권재민에게 빚을 지게 된 셈이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차가 웬 별장 앞에 천천히 멈춰서더니 권재민이 강윤아를 도와 차 문을
강윤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권재민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말없이 걸으면서도 속으로는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이 시간에 방 구경이라니? 남녀가 유별난데 이게 맞나?’강윤아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발버둥쳣다.“저…… 저 이제 쉬고 싶어요.”그 말에 권재민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바라봤다. 조금 전 마셨던 술이 적은 양이 아니다 보니 권재민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 있었고 살짝 나른한 목소리에는 유혹이 철철 넘쳐흘렀다.“나는 내 방 아무나 구경시켜 주지 않는데. 정말 보고 싶지 않아요?”팽팽하게 당겨졌던 이성이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순간 강윤아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권재민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권재민은 강윤아를 침대 쪽으로 끌어갔다. 멍하니 뒤따라가던 강윤아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 몸은 이미 침대에 넘어진 채 권재민의 두 팔 사이에 가둬졌다.“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윤아의 얼굴은 한층 더 붉어졌다. 이윽고 두 팔을 뻗어 권재민의 가슴을 밀어 버리며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하지만 발그스름한 강윤아의 얼굴은 권재민의 눈에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다가왔다.“윤아 씨.”권재민은 강윤아의 귓가에 입술을 내고 나지막하게 속살거렸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는 순간 강윤아는 몸을 잘게 떨었다. 심지어 이 순간 느끼지 말아야 할 충동이 무섭게 피어났다.그 순간, 강윤아는 이성을 잃기라도 한 듯 손을 뻗어 권재민의 목을 감더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강윤아의 말캉한 입술이 자기 입술 위에 포개지는 순간 권재민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술에 취하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강윤아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잠시, 곧바로 주도권을 빼앗아 자기 혀를 강윤아의 잇새 사이로 밀어 넣었다.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 강윤아는 멍하니 주위를 살피며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확인했다.하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나른하고 뻐근한 몸
한편, 송해나는 자기가 심어둔 메이드한테서 강윤아가 권재민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뭐? 그게 정말이야?”비서 실장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지만 송해나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비서 실장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정말입니다. 별장에 심어둔 메이드한테서 직접 들은 소식입니다. 강윤아 씨가 권 대표의 방까지 드나들었다고요.”송해나는 손에 쥔 핸드폰을 당장이라도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히 송해나도 권재민의 집에서 지낸 적은 있지만 권재민의 방에서 지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권재민이 먼저 제안한 경우는 더더욱!하룻밤 지내기는커녕 발을 들여놓을 기회조차 없었는데 강윤아는 권재민 집에서 처음 지내면서 첫날 바로 안방에 들어갔다니! ‘그 여자가 대체 뭔데?’“아가씨, 너무 화내지 마세요. 이게 다 뭐겠습니까? 강윤아가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그 여자의 본모습이 드러나면 권 대표님도 그 여자를 내치실 겁니다!”비서 실장은 송해나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다급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하지만 그런 위로에 화가 쉽게 풀릴 리 없었다. 송해나는 오히려 핸드폰을 부서질 정도로 꽉 쥐고는 이를 악물며 말을 뱉어냈다.“그 여자가 본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나더러 기다리라는 거야? 안돼, 난 더 이상 그 여자가 그렇게 날뛰는 꼴 두고 볼 수 없어!”“아가씨, 그런 여자와 똑같이 굴면 안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 어디가 아가씨보다 뛰어난 곳이 있습니까? 지금은 권 대표님이 잠시 그 여자한테 현혹된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 절대 조급해하면 안 돼요.”비서 실장은 아부를 해대며 송해나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기분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더 돋웠다.“내가 조급해하지 않게 생겼어? 내가 전에 아무것도 안 해서 그 여자가 이젠 재민 씨 집까지 들어갔잖아! 여기서 더 조치하지 않았다가 두 사람이 혼인신고라도 해버리면 어쩌라고?”“그건…… 그렇지만 아가씨께서…….”비
“내가 착각했다고요? 이 여자가 미쳤나? 지금 누구더러 착각했다는 거예요? 착각은 그쪽이 하고 있는 거겠죠. 해고당했으면서 출근하는 건 대체 뭐예요? 동정심이라도 사려고 그러나?”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여직원의 눈빛은 강윤아를 비웃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강윤아는 완전히 멍해졌다. ‘해고라니? 언제? 나 그런 통지 받은 적 없는데?’강윤아는 너무 구차해 보이고 싶지 않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되물었다.“그…… 그 소식은 어디서 들었어요? 저는…… 그런 통지 받은 적 없는데요.”“하. 해고당했으면서도 모르다니 불쌍한 사람이었네.”여직원은 정확한 대답을 주는 대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한번 비웃고는 다시 자기 일을 계속했다.강윤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떡하니 서서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무실 안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한테 집중되자 분명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허둥지둥 사무실을 나간 강윤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끝내 인사팀에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인사팀 직원들은 강윤아가 올 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 힐끗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적으로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죠?”“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면접을 본 강윤아라고 합니다. 그날 분명히 합격 통지를 받고 사원증까지 받았는데 오늘 출근하니 제가 해고되었다고 하던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강윤아의 물음에 인사팀 직원은 미안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아, 강윤아 씨군요. 사실은 그 면접관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거든요. 때문에 그분이 책임지던 모든 업무도 따라서 중지되었고 면접도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통지하는 걸 깜빡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강윤아는 서운했지만 예의상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잔뜩 풀이 죽어 회사를 나온 강윤아는 속으로 왜 하필 자기한테만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지 한탄했다. 어렵게 찾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