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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방금 이 남자가 그녀에게 강한 안정감을 줬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런 안도의 느낌은 비바람에 흔들리는, 마치 물속의 부평초와 같은 6년간의 고통스런 생활 속에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런 안정감에 사로잡혀 있고, 심지어 계속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서현우에 대한 원한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녀 모든 시련의 근원이다.

서현우는 물론 진아람의 복잡한 심정을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가에 웃음기마저 흘렸다.

단순한 원한은 진아람에게 이런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복잡함은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침대에 앉아 있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서현우의 후련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노부인이 바짓가랑이를 건져 올리자 촛불 없이도 종아리가 부어올라 보라색이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서현우는 바로 마술이라도 부리듯이 은침이 손가락 사이에 나타나 살살 찌르자 진홍빛 핏방울이 빠르게 배어 나왔다.

곧이어 세 개의 은침이 노부인의 종아리에 있는 세 곳의 혈자리를 찔렀다.

노부인의 통증은 바로 가라앉았고 이미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섰다.

"현우는 의술도 할 줄 알아? 이거 신기하군. 안 아파!" 노부인은 경탄했다.

솔이는 노부인의 다리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지만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서현우가 바늘로 찌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서현우가 노부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입을 오므리고, 편안하게 휴지로 노부인의 피를 닦아주고, 귀엽게 입을 가까이 대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어주면 노부인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윤아주머니, 다리를 잘 회복하셔야 합니다. 먼저 제가 있는 곳으로 가세요. 아람이와 솔이가 모실 거예요." 서현우가 제안했다.

진아람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시 멈췄다.

그녀는 시종 남산 아래 그 별장을 자신의 거처로 삼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갈 수 있겠나?" 노부인은 거절했다.

서현우는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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