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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5화

계속 관찰하자는 한 마디를 들은 사람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언제나 살려 낼 거라는 안도감을 줬던 태자비이기에 희망적인 말 한마디 없는 것을 보니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았다.

태상황은 순간 가슴에 피가 솟구쳐 올랐다. 평생 주대유와 함께 겪어온 일이 두성없이 떠올랐고 별이 총총하던 밤, 속삭이던 어린 대유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평생 너랑 같이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거야.’

어리고 학문이 뛰어나던 그 소년은 마침내 자신의 일생, 심지어는 목숨마저 북당을 위해 다 바쳤다.

원경릉의 한 마디에 슬픔이 온몸을 타고 흘러 태상황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 맺힌 한 마디를 내뱉았다. “황제를 나가시라고 해라!”

이 말은 사람들에게 원경릉의 한마디에 못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아무도 고개를 들어 명원제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목여태감이 조용히 다가가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명원제를 부축해 일으켰다. 하지만 명원제는 헛발을 디디며 휘청거렸다..

“아바마마!” 우문호가 얼른 달려가 목여태감과 같이 붙잡았다.

명원제는 우문호가 붙잡는 것을 보고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비통함, 망설임, 당황스러움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노가 그 사이에 있었다.

명원제는 우문호의 손을 쳐내고 걸어갔는데, 뒷모습은 매우 쓸쓸해보였다.

우문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소요공을 쳐다봤다. 일련의 사태를 소요공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나 지금은 거의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소요공은 반평생 용맹을 떨쳤지만 당장 지금은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내가 그랬어, 먼저 죽는 편이 낫다고!”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도 무슨 예언 같은 건가? 그렇다면 하지 마. 싫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세 늙은이의 마지막은 바람 앞의 등잔처럼 위태로웠다. 그들은 가질 것 다 가지고, 누릴 거 다 누린 뒤에 조용히 침대에 누워 사람들과 작별을 고한 뒤 남은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이 세상을 하직해야 했다.

절대 지금 이런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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