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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0화

“둘째도 짐에게 맺힌 것이 있느냐?” 한참 뒤 명원제가 물었다.

그러자 우문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둘째 형은 분명 좀 있을 겁니다. 자신이 그렇게 살찐 것도 다 아바마마 때문이니까요.”

명원제가 이 말에 바로 불쾌해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어떻게 짐 탓이야?”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왜 아바마마 탓이 아닙니까? 그때 납팔죽(臘八粥:음력 12월 8일 부처가 도를 깨우친 것을 기리며 먹는 밤 대추를 넣은 죽)을 먹는데 둘째 형이 좋아해서 두 그릇 째 먹는 것을 보고 아바마마께서 한마디 하셨죠. 둘째 형이 알차게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통통하게 살찐 것이 특히 귀엽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둘째 형은 말랐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바마마께 귀엽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겠죠.”

그러자 명원제의 머릿속에 어릴 적 둘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글동글하고 발그레한 얼굴이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보기 좋았다.

명원제는 가슴이 시큰거렸다. 그때의 귀여움이 지금은 돼지같이 되고 만 것이다.

“둘째 형은 원래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었는데 나중에는 원 선생을 좋아해서 걸핏하면 찾아와서 원 선생이랑 놀았어요. 왜냐면 아바마마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원 선생이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거든요. 둘째 형의 내심 가장 큰 바램은 바로 아바마마와 수라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아바마마께서 상대를 아주 탐탁하게 여기셔야 같이 수라를 드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둘째 형이 원 선생이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몸으로 칼을 막아 원 선생을 구하려고 했던 건, 이런 이유가 없지 않았습니다.”

“바보,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명원제가 중얼거렸는데 눈시울이 시큰해져 있었다.

우문호는 생각난 김에 다 말하기로 다짐 하고 얘기를 이어갔다. “열째가 지금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걸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 컸지만, 여덟째는 아직 아바마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아홉째와 여동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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