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의가 입을 열었다. “태자 전하는 그런 분이 아니세요. 태자 전하와 원 언니는 연리지와 비익조 같은 부부로 후궁도 들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요?”“하지만 취월이는 분명히 그랬다고 했어.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취월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했겠어?” “그 여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원용의가 쌀쌀맞게 말했다. “전 아무래도 못 믿겠어요. 걔가 헛소리를 지껄인 거예요. 내일 걔보고 오라고 하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일단 내일 우선 취월의 신분부터 확인해볼게. 오늘 보니까 외모도 반반하고 약간 거만한 게 아마도 기적에 들어가지 않은 관기지 싶어.”제왕이 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근데.. 이 일을 다섯째 형수님께 말씀드려야 할까? 취월이는 검사 받기 싫다고 해서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거든. 만약 형이 진짜 사고친 거면 형수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 병은 전염 되는데..”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일단 말하지 마요. 내일 물어보고 다시 생각하자고요!”원용의는 태자가 그런 짓을 했다고 절대로 믿지 않았다.“그래, 그럼 당신 말대로 할게!” 제왕은 고분고분하게 원용의 옆에 앉으며 애교를 부렸다. “난 절대로 그런 여자들 불러서 술 안 마셔. 요즘 나 시간만 나면 바로 집에 와서 당신이랑 우리 애기랑 있잖아. 그런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아.”원용의가 삐진척 성을 냈다. “누가 신경 쓴데요? 가고 싶으면 가던지!”제왕이 원용의를 꼭 안고, “안 가, 난 당신 못 이겨.”“저리 가요!” 원용의가 슬쩍 웃으며 눈을 흘겼다. 다음날, 제왕이 관아에 가서 취월의 신분을 조사하자 홍주 지부인 상대천의 딸로 원래 이름은 상호접이었다고 했다. 상대천은 전에 우문군 문하의 신하로 나중에 홍주의 지부로 전근을 갔으나, 우문군이 죄를 지어 화를 당할 때 여자 가솔들은 기적에 올랐고 남자들은 관노비가 되었다.상대천의 자녀들도 죽거나 교방에 보내지거나 노비가 되었다.제왕이 당시에 이 사건을 처리한
제왕은 취월을 제왕부로 데려와 원용의에게 질문 하도록 했다.취월은 제흉유군(치마를 가슴까지 끌어올려 길게 늘어뜨려 입는 옷)을 차려입었다. 허리에는 거의 잿빛이 된 녹색 띠를 둘렀는데, 이 색은 기방 여자 특유의 색으로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어 양가집 규수들과 구분이 가도록 해야 했다.같은 여자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원용의 눈 앞의 취월은 세상에 다시 없을 듯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같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아름답고, 흰 피부에 윤기가 돌며 눈과 눈썹은 그려놓은 듯, 입술엔 약간의 오만함이 느껴졌으며, 봉황의 눈매에 흰자가 많은 편이라 고고하지만 차가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름답지만 포악하고 고집이 세 보이는 여자였다. 취월은 일부러 예를 취하지 않고 원용의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취월이더냐?” 원용의가 물었다.“왕비 마마께서는 벌써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제게 굳이 물으십니까?” 완곡하나 차가운 말투였다. 거드름을 피우며 떼를 쓰는 모습이 전혀 아님에도 원용의는 듣기 불편했다.원용의는 취월과 따지려는 태도를 버리고, “왜 신체 검사를 받지 않느냐?”“병이 없으니, 받을 필요 없습니다!” 취월이 턱을 약간 치켜들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려는 듯 말했다.“손님을 맞은 적이 없느냐?”그러자 취월이 냉소를 지었다. “태자 전하 외에 그런 적이 없습니다.”원용의도 지지 않고 날카로운 말투로 답했다. ”허튼 소리 마. 태자 전하께서 어찌 너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겠느냐?”원용의의 질문에 취월의 낯빛이 순식간에어두워졌다. “왕비마마의 말씀이 듣기 거북합니다. 그렇고 그렇다니요? 전하께서는 절 마음에 들어하셨고 전 신분이 미천하기에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원용의가 냉소를 지었다. “누군가와 이미 말을 맞췄느냐 아니면 협박을 당했느냐?”“기방의 여인이 협박을 당할 일은 없습니다.”“그런데 왜 다른 손님은 없었던 것이지?”취월이 비웃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손님이 이 몸뚱이를 마음에 들어하
이 말에 원용의는 취월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태자는 태자비와 같이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차를 타지 않고 늘 자신이 직접 말을 몰기 때문이었다.마차에서 기방의 여자와 몸을 섞다니 이건 태자가 술이 떡이 되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여자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감히 태자를 모함하다니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극도의 피해망상증이 틀림없었다.원용의는 거짓말을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모르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거라.”취월은 원용의가 자신을 이렇게 쉽게 놔 줄거라고 생각 못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원용의를 바라보았다. “왕비 마마, 절 믿으시나요? 그럼 절 가두지 않으시는 겁니까?”“필요없으니까 이만 가 봐!”취월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약간 붕 뜬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있지도 않은 일을 취월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다른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원용의는 초왕부로 가서 이 일을 바로 원경릉에게 알렸다.원용의는 원경릉이 오해할까 봐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히 취월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해요. 태자 전하께서는 그 여자랑 무도한 일을 저지르지 않으셨어요.”원경릉이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이가 그럴 리 없다는 건 내가 잘 안다. 믿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거라.”“정말 믿으시는 건가요?” 원용의가 원경릉을 쳐다보자 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내 남자 품성이 어떤지 내가 모르겠어? 그이는 그런 마음도 없고 그만큼 간도 크지 못해. 돈은 더 없고.”사식이가 옆에서 듣고 물었다. “어쩌면 사촌 소형이 대줬을 수도 있잖아요?”“사촌 소형은 지금 손왕 전하 밑에 있어. 소씨 집안도 몰락했는데 매달 가진 은자가 얼마나 되겠어? 태자를 청해서 그런 일을 하고 술자리도 갖다니 정말 대단한데..?”“사촌 소형도 그래요. 술을 마실 거면 그냥 마시면 되지, 왜 굳이 기방의 여자를 불러서 흥을 돋워요? 여자들을 다 데리고 나갔다면서요?”“사촌 소형은 아직 미혼이니 그렇게 이상한 일도
쪽지 뒤에 몇 자가 더 적혀 있었는데 제왕에게 상대천 안건을 철저하게 다시 조사하라고 써져 있었다. 우문호는 다른 사람을 통해 원경릉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알고보니 전서구에 묶어 보낸 게 아니었다. 전서구의 다리에는 ‘걔 뭐야’라는 종이 한 장만 묶여 있었고, 다른 편지를 써서 파발을 시켜 아내에게 보냈다.그렇게 그날 밤 원경릉이 우문호의 편지를 받았는데 사촌 소형과 같이 술을 마셨고 교방의 여자들을 불렀으나 그 여자들은 한쪽에서 술을 나르기만 했다는 것이다. 노래도 듣고 싶지 않았는데 곁에서 시중드는 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취월이 우문호에게 접근하고 접촉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으나 우문호가 물러나라고 꾸짖었다고 했다. 못 믿겠으면 전진 장군이나 사촌 소형에게 물어보라고 했다.제왕이 사촌 소형에게 가서 물어보니 확실히 우문호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날 밤 우문호는 술을 조금 마시고 기분이 상해서 취월이를 한바탕 꾸짖었는데, 이유는 바로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 필요 없다는데도 취월이가 몇 차례나 들러붙었기 때문이라 했다. 한 번은 술을 가슴에 뿌리고 우문호 몸에 비비려는 걸 우문호가 바닥으로 밀쳐서 그날 술자리는 기분이 별로 좋은 않은 채 마무리 되었다고 했다.원경릉이 이 사실을 알고 탕양을 홍주부로 보내 상대천에 대해 알아보게 하고 백성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홍주부 관할에 있는 현의 다른 관리들에게도 상대천의 재임 기간의 공적을 물어봐서 이부와 맞춰보도록 했다. 전에 이부에서는 매년 관리들의 인사고과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분부를 마치고 원경릉은 취월을 초왕부로 불렀고, 취월은 단장을 마치고 초왕부에 가 원경릉을 만났다.원경릉을 본 순간 취월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아이를 몇이나 낳고, 또 임신을 했다고 들어서 분명 원경릉의 얼굴이 초췌하고 늙어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자비는 화장도 하지 않고 소박한 의상에 간단하게 머리를 빗어 올리고 깨끗한 운두벽옥 비녀를 했는데도 아름다워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할
원경릉이 취월에게 답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이 태자 전하와 정말 뭔가가 있었다면 나도 당신을 만나지 않았을 테니까.”취월이 냉소를 지었다. “태자비 마마는 안 믿으시나요? 지나치게 자신이 넘치시네요. 한 여자에게만 전심을 다하는 남자는 없어요. 특히 태자 나리 같으신 분은 더욱 그렇죠. 하지만 태자 나리는 저와 우연히 만나 즐기셨을 뿐으로, 분명 이슬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여자가 나타나 태자 나리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죠, 단지 시간이 빠르냐 늦냐 차이일 뿐.”원경릉이 답했다. “호접 아가씨 말도 일 리가 있네. 허나 나와 태자 전하 사이에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우리들 문제지, 아가씨와는 상관 없으니 쓸데없는 데 참견할 필요 없어. 아가씨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아가씨 아버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니깐.”취월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제.. 제 아버지요?”“응,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지?” 원경릉이 온화하게 물었다. 자식의 눈에 보이는 아버지는 때론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참고할 가치가 있었다. 아버지가 자식을 어떻게 훈육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취월의 눈에 격분한 기색이 완연해졌다. “우리 아버지는 죄를 지으실 분이 아니세요. 청렴결백하신 관리로 근면하게 정사를 돌보시고 백성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교묘하게 사리사욕을 취하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고, 첫째 황자의 일에 가담하신 일도 당연히 없으셨어요.”“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원경릉이 반문했다.“당연히 알죠!” 취월은 격분해서 벌떡 일어나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지방관이 되는 건 최대의 행복이라고요. 경성의 서열다툼에 끼어들이 않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첫째 황자는 평범하고 잔학하신 성품이라 태자에는 적합하지 않으시다고 했는데 그런 아버지께서 어떻게 서열다툼에 끼어드셨겠어요?”“네 아버지는 우문군이 발탁한 인물인데 뒤에서 이렇게 우문군을 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원경릉이 물었다.취월이 흥분하고 놀란 나머지
원경릉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원용의가 와서 얘기했을 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우문호는 믿었지만 취월이라는 기생이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태자를 모함하는 게 수상했다. 그래서 누군가 태자의 명성을 해치려고 지시한 것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원경릉이 계속 그녀를 궁지로 몰아간 것은 취월의 뒤에 누가 있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취월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원경릉은 요즘 몇년간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 되었다.그동안 태자 부부를 노리는 일이 쉬지 않고 일어났고, 이제 겨우 평온한 일상을 되찾나 싶었다. 그런데 또 다시 그런 일이 나타나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취월은 개인적인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었다.취월은 지부의 딸로 금지옥엽 귀한 출신의 아가씨니 당연히 기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운명이 관기라 죽을 수도 없으니 그까짓 우아 좀 떨고 거만하면 좀 어때?원경릉이 기라를 시켜 상호접을 일으키게 한 뒤 말했다. “우선 기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잠시 머물 곳을 찾아 줄 테니, 아버지 사건을 다시 조사한 뒤에 네 아버지가 누명을 쓴 것이 밝혀지면 다시 처리하도록 하자.”취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고요? 우리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거야.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사실에 따라 달렸지. 상대천이 만약 정말 무고하신 거면, 태자 전하께서 가만히 좌시하고 계시지만은 않을 거야.”취월이 당황해서 원경릉을 바라보고 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하지만 태자 전하께서는 절 아주 미워하셔서 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실 리가 없습니다. 그날 복덕헌에 갔는데 태자 전하의 신분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어요. 일부러 꼬시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 태자 전하 덕에 아버지께서 감옥에 계실 동안 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던건데, 태자 전하께서는 그런 행위를 아주 질색하셔서 절
우문호는 오주부에서 한 달도 채우지 않고, 보름 만에 먼저 경성으로 돌아왔다. 반면 왕강은 오주부에 남아 현지 실질 조사와 부지 선정을 하며 호부에서 은자가 내려오는 대로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철저히 준비했다.우문호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처음 한 일은 상대천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었다. 상대천 외에 사건에 관련된 다른 관리도 다시 한 번 일제 조사를 거쳐 재능이 있고 헛된 야심에 동조하지 않았던 자의 누명을 모두 벗겨주었다.취월은 태자를 모함한 죄로 인해 경조부에 압송해 하옥했으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해 일벌백계로 삼았으나, 그 일로 태자는 오주부에서 원 선생이 화낼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취월에게 3개월의 형량을 추가했다.화류계 병이 돈 사건은 관리들이 도무지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고발하는 자에게 현상금을 걸었는데, 병에 걸린 기생과 관계를 맺은 자가 누구인지 아는 자는 무조건 상금을 주고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으며, 고발자의 신분은 절대로 외부에 공포되지 않는다. 이렇게 삼엄하고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병에 걸린 관리는 전부 파면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태자의 작은 조정에 있던 관리도 있었으나 냉정하게 파면시켰다.태자는 어사대를 다시 가동해 신하들과 조정을 감찰해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든 친왕과 군왕이든 규정을 어기면 전부 탄핵하도록 했다.이렇게 대대적인 소탕 후 탐관오리가 싹 다 조사해서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큰 소리치자 관아에서는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명원제는 냉정언에게 태자의 이번 대대적인 조치가 지도자의 풍모로는 충분하지만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했다. 탐관오리라는 직책은 경성의 관리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지방 관리도 해당되기 때문이었다.냉정언이 명원제의 말을 듣고 살짝 웃으며 답했다. “폐하, 탐관오리를 정리해서 척결하는 일은 지지부진해서는 안 됩니다. 지지부진한 건 엄밀한 의미로 장려하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탐관오리들은 처벌은 그다
사실 원씨 집안에서 일찌감치 산파를 구해 며칠을 초왕부에 가서 살게 했다. 그런데 산파가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잔소리를 해대니 사식이는 귀찮아져 산파더러 일단 돌아가라고 하고 출산이 임박하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태자비가 있으니 사소한 문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바로 낳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원씨 집안에 알리자마자 산파가 달려왔고 원씨 집안 사람과 원용의도 앞다투어 도착했다. 원노부인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조금 있다가 온다고 했다.산파는 태자비가 회임했다는 말을 듣고 산실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했는데, 검사했을 때 사식이의 태아는 안정적이였고 위치도 문제 없었고, 사식이는 무공을 했던 사람이기에 아이도 문제없이 나을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원씨 집안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서일은 관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가 열이가 와서 사식이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다리가 부러져라 미친듯이 달려 초왕부 문 앞에 도착해서야 퍼뜩 자기가 왜 말을 타고 오지 않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모두가 정신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바로 대문 앞까지 바로 달려갔으나 문 앞에서 막으며 사식이를 아예 보지도 못하게 했다. 속이 타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직 안 낳았으니 들어가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마구 소리쳤다.서일이 사식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로 원 부인이 나서서 진정시켰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게. 조금만 있으면 곧 나올 거야. 사식이는 몸이 좋잖냐.”“장모님, 들어가서 한 번만 보면 안 될까요? 딱 한 번만이요!” 서일이 애처롭게 애원했다.원경릉도 따라서 애원했다. “저도 한 번만 보게 해 주세요. 사식이도 서일이 있어야지 안심 할 수있을 거예요.”원 부인은 태자비까지 나서서 애원하고, 자신의 사위 이마가 땀으로 흥건한 것을 보자 생각이 바뀐 듯 말했다. “좋아, 들어가봐,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 아니 이 사람들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