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십니다. 폐하께서는 아실 게 분명합니다!” 목여태감이 말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태자를 들라 하라!” 안에서는 명원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완전히 지쳐버린 듯 했다.우문호는 정신을 다잡고 천천히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명원제는 용상에 앉아 의자에 몸을 파묻고 우문호에게 물었다.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 상태는 어떠냐?”우문호가 꿇어 앉아 문안했다.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이미 괜찮으신 상태이지만, 주재상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차라리 울상이 나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주재상께 큰 일이 일어나선 안돼. 정말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짐은 평생 자신을 자책할 것이야.”명원제가 우문호를 흘깃 보고는 외쳤다. “일어나거라!”우문호가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아뢨다. “아바마마, 주재상은 전장에서 상처를 입었는데 이번에 머리를 부딪히며 상처가 덧난 거라 원 선생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주재상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 탓도 아닙니다.”명원제가 우문호에게 물었다. “다섯째야, 짐에게 사실대로 말해 봐, 짐이 너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짐이 편애한다고 생각해?”우문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바마마는 자신과 이런 류의 대화를 거의 하실 분이 아니었다. 우문호도 부자지간의 만남은 군신간의 만남으로, 임금이 신하에게 요구하는 것은 원래 엄격해야 한다고 믿고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하지만 부자지간이라고 하면……?우문호는 차마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랐다.“너도 짐에게 불만이 있느냐?” 명원제가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제 찰떡이가 배가 아프다며 계속 소신에게 붙어 있길래 소신이 배를 쓸어주며 30분 동안 같이 있었습니다. 사실 소신이 어렸을 적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지요. 비록 찰떡이는 꾀병이었지만 저는 정말 배가 아팠습니다.”
예전의 명원제였다면, 우문호가 이렇게 닭살 돋는 얘기를 할 때 필시 그 자리에서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명원제는 그러지 않고 우문호가 말한 일이 정말 있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나지 않았다.“계속 얘기해 보거라, 짐이 정말 당시에 널 신경쓰지 않았느냐? 짐이 공무로 바빴던거 아니더냐?” 그러자 우문호가 다소 씁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당시 아바마마께서 소신을 상관하지 않으셨다면 소신은 아마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소신이 아바마마께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 아바마마께서는 안색이 변하시며 소신이 꾀병을 부린다고 했지요. 아바마마께 거짓말을 해서 사랑을 독차지하려 한다고요. 그러자 아바마마께서는 사람을 시켜 소신의 바지를 벗기고 동궁 밖 굽은 나무에 묶어 두고 곤장을 때렸는데 그때 소신이 처음 곤장을 맞았습니다. 여섯 살이였는데 말이죠!”명원제가 놀라 멍해져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하지만 황조모께서는 이런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왜냐면 그 전날 큰형이 같은 수법으로 서당에 가기 싫어해서 아바마마를 속였기 때문이죠. 저와 달리 아바마마께서는 큰형이 서당에 가지 않는 걸 허락하시고 한 시간이나 함께 계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큰형이 꾀병을 부렸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셨죠. 그런데 다음날 제가 또 배가 아프다고 할 줄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소신도 꾀병이라 생각하고, 모른척 했다가는 앞으로 황손들이 너도나도 이런 수법을 써서 아바마마의 총애를 얻으려고 할 테니 곤장을 때린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황조모님의 말씀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말씀 드린 겁니다!”명원제에게 어렴풋하게 남은 인상은 당시 우문군이 서당에 가는 걸 제일 싫어했고 무술 연습만 좋아해서 매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당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도 별다른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신나게 놀다가 항상 들키곤 했다.결국 당시 우문호가 같은 수법을 배워와서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
“둘째도 짐에게 맺힌 것이 있느냐?” 한참 뒤 명원제가 물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둘째 형은 분명 좀 있을 겁니다. 자신이 그렇게 살찐 것도 다 아바마마 때문이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에 바로 불쾌해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어떻게 짐 탓이야?”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왜 아바마마 탓이 아닙니까? 그때 납팔죽(臘八粥:음력 12월 8일 부처가 도를 깨우친 것을 기리며 먹는 밤 대추를 넣은 죽)을 먹는데 둘째 형이 좋아해서 두 그릇 째 먹는 것을 보고 아바마마께서 한마디 하셨죠. 둘째 형이 알차게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통통하게 살찐 것이 특히 귀엽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둘째 형은 말랐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바마마께 귀엽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겠죠.”그러자 명원제의 머릿속에 어릴 적 둘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글동글하고 발그레한 얼굴이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보기 좋았다.명원제는 가슴이 시큰거렸다. 그때의 귀여움이 지금은 돼지같이 되고 만 것이다.“둘째 형은 원래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었는데 나중에는 원 선생을 좋아해서 걸핏하면 찾아와서 원 선생이랑 놀았어요. 왜냐면 아바마마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원 선생이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거든요. 둘째 형의 내심 가장 큰 바램은 바로 아바마마와 수라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아바마마께서 상대를 아주 탐탁하게 여기셔야 같이 수라를 드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둘째 형이 원 선생이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몸으로 칼을 막아 원 선생을 구하려고 했던 건, 이런 이유가 없지 않았습니다.”“바보,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명원제가 중얼거렸는데 눈시울이 시큰해져 있었다.우문호는 생각난 김에 다 말하기로 다짐 하고 얘기를 이어갔다. “열째가 지금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걸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 컸지만, 여덟째는 아직 아바마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아홉째와 여동생도……
건곤전 안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상선이 태상황이 피를 토한 사실을 알고 태상황의 곁에 있겠다고 한 것이다. 상선은 원래 중풍을 앓아 잘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 충격을 받고 입이 삐뚤어져 있었다. 원경릉이 상선을 돌봐야 하지만 방법이 없어 사람을 보내 할머니께 입궐하시라고 했다. 상선을 치료하는 김에 이쪽에 대한 의견도 구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상선이 들어온 뒤 도무지 태상황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소요공과 같이 건곤전을 지키는데, 건곤전에 침대도 두 개에서 세 개정도 깔았다. 침대를 깔 때 소요공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도 잘 견딜지 모르겠어.”그 말을 듣고 원경릉이 얼른 답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어떻게든 저희를 위해서 버티셔야 합니다. 소요공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망가지게 되어 버릴 겁니다.”소요공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해본 말이야, 난 쓰러질 리 없어. 아직 버틸 만 하네. 하하.”태상황이 캑캑 기침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네, 내 장례는 네가 치르는 걸로 정해졌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는데 가슴이 세차게 아파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걱정도 안 되세요? 여기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없는데 제가 황조부를 귀찮게 한 것도 아니고 대든 적도 없는데 저 괴롭게 이러실 거예요?”태상황이 원경릉을 바라보고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왜 우느냐? 과인이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과인은 안 죽는다. 주대유도 괜찮을 거야.”“저 안 울었습니다...” 원경릉이 약 상자에서 약을 몇 병 꺼내 놓았는데 이건 전부 오늘 주재상에게 쓸 약이였다. 그러다가 약 상자 바닥에서 옥시토신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옥시토신이 여기 있는 것이지? 지금 출산을 앞둔 사람이 없는데 말이야.’“왜 그러느냐?” 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다가 원경릉이 ‘헉’하는 소리에 약 상자를 보고 얼른 다가가 물었다.원경릉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따. “내 청진기 어디있지?”
“가서 물어봐!” 태상황이 집요하게 말했다.우문호는 이게 주재상이 살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에 다시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는 여전히 어서방에 있다가 우문호가 자금단에 대해서 묻자 몹시 당황했다. “자금단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우문호도 없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태상황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와서 물어봤을 뿐으로 아바마마께서 없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태상황 폐하께서 아바마마께 아직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마 잘못 기억하셨나 봅니다.”명원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남은 자금단 한 알을 호비에게 주었다. 열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자금단으로 주재상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태상황의 방금 전 질문에 답이 될 것이다. 명원제는 우선 우문호를 보낸 뒤 사람을 채명전으로 보내 찾아보도록 명을 내렸다. 만약 있으면 바로 보내라고 말을 더했다.우문호가 나간 뒤 명원제는 바로 목여태감을 호비가 있는 채명전으로 보냈는데 호비가 몸이 좋지 않아 지금 황귀비 궁에 있다고 해서 다시 황귀비에게 향했다. 호비는 자금단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초지종을 물었고, 태상황과 주재상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태감이 가서 좀 찾아줘요. 채명전 박달나무 궤 안에 있는 나무상자에 들어있어요.”“예, 소인이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목여태감이 말을 마치고 서둘러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호비가 말한 상자에는 자금단이 아예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사람을 보내 호비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호비는 배가 아픈 것을 참으며 서둘러 채명전으로 돌아왔다. 나무 상자가 분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궁인들을 불러 모아 심문을 했는데 누구도 자금단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호비가 펄쩍펄쩍 날뛰며 황제가 자금단을 자신에게 주었을 때 목숨을 구하는 귀한 약인 것을 알았기에 채명전 궤 안에 넣어둔 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찜찜한 건 누구든 필요하면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였다.자금단이
열째가 처량한 모습으로 계속 잘못했다고 발자 명원제도 하는 수 없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나머지 친왕들의 자금단은? 다 썼느냐?”목여태감이 대답했다. “태자 전하 것은 분명 썼을 것이고, 제왕, 예친왕, 손왕, 그리고 안풍친왕 전하 것도 태자 전하께 다 드렸습니다. 회왕 전하 것은 태자비 마마께 드렸고, 안왕 전하 것은 안왕비 마마께 드렸고 순왕 전하 것은 팔황자께 드려서 친왕 전하들의 수중에는 현재 자금단이 없습니다.”명원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넌 가서 없다고 전하고, 이 일은 언급하지 말도록 해라. 태상황 폐하께서 노하시지 않게.”목여태감은 마음속으로 매우 괴로웠다. 자금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정말 너무 아까운 노릇이다.“다시 더 찾아볼까요, 폐하? 지금 건곤전에서는 자금단을 간절히 찾고 있는데 소인이 다시 채명전으로 가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목여태감이 물었다.명원제도 마음 속으로 초조하고 불안했다. 주재상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자금단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져 또 다시 태상황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얼른 말했다. “찾지 마라, 찾을 필요 없어. 이대로 친왕들의 약은 거의 다 태자에게 줬다고 하면 태상황 폐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야.”목여태감이 고개를 들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폐하, 그 말은 태상황 폐하께 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친왕 전하의 약을 대부분 태자 전하께 드린 이유는 태자전하께서 여러차례 다치셨기 때문으로 태상황 폐하께서 이 얘기를 들으시면 황제 폐하의 생각을 곡해하실까 두렵습니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노려보며, “곡해라니 무슨 뜻이냐?”목여태감은 명원제가 화가 났음을 알고 얼른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물었다. “소인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저 소인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찾아보다가 만약 찾지 못하면 그때 건곤전에 가는 것은 어떨까요?”그러자 명원제가 화를 냈다. “네가 또 사람을 보내 대대적으로 찾으면 짐의 열째가 자금단을 잃어버린
애들은 악의가 없다지만 열째 말에 명원제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이 나이에 위태위태하며 황제를 맡고 있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태상황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하고 싶지만 함부로 저지를 수 없고, 정책 상 언제나 다소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그가 정책을 펼치는데 이득이 되는 게 없었다.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저 순간적으로 떠올랐을 뿐 명원제의 마음 속에 흔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단지 명원제는 지금 자신의 처제는 그저 태자일 뿐이지 북당의 황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목여태감이 건곤전에 가서 자금단이 없다는 말을 하자 다들 실망한 눈치였다.순식간에 건곤전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태상황은 입술을 문지르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으나 의심에 찬 눈빛으로 아직 한 알이 남아 있음을 믿는 듯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었다면 다섯째가 중상을 입었을 때 팔백 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 전했을테니 말이다.원판 대인이 입을 열었다. “전하, 주지 스님께서는 어디 가셨습니까? 다시 오시라고 하실 수는 없는지요? 자금단이 없으면 자금단 처방이라도 있으면 분명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우문호가 원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쳐다보자 원경릉의 마음 속에 번뇌가 피어 올랐다. 자금단 처방은 원경릉이 전에 주진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다른 일이 방해해서 적어 두지 못했다. 그리고 주진이 말했던 약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기억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 원경릉이 만두에게 가서 주진에게 처방전을 물어보게 할 수 있음을 떠올렸다. 비록 귀한 약재라고 해도 어쩌면 궁중에 갖춰져 있을 수는 있다.소요공도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래, 한동안 주지 스님을 뵙지 못한 것 같군. 어디로 유람을 가신 건가?”우문호가 말했다. “제가 얼른 호국사에 가서 스님들에게 주지 스님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 물어보지요.”“그래, 얼른 가보거라!” 태
우문호는 초왕부에서 거의 2시간 동안 만두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질서를 파괴할 수 없고, 시간이 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여기서 두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만두가 그쪽으로 가서 두 시간을 보냈다는 것과 같았다.만두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어때? 물어 봤어?” 우문호가 만두를 일으키며 물었다.만두가 바로 침대에서 기어나와 문방사우를 찾았따. “기억했어요! 아빠가 다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으니 제가 적어드릴게요.”“알았어, 서일, 서일아!” 우문호가 바로 뛰어나가 서일에게 문방사우를 가져오게 했다.서일이 얼른 달려가 문방사우를 가져오더니 열심히 먹을 갈았다. 만두는 종이 한 장을 펼치고 바로 종이 위에 써 나갔다. “복수초, 천년 인삼, 삼칠, 태운 지네, 적사단, 소목, 적작, 섬수, 벌집, 아교, 혈갈, 합일환화, 우슬, 투골초, 신근초, 홍화, 독활, 병편……”약방문에 총 18가지의 약재가 더해지고 마지막으로 약인(약효를 올리기 위해 중요한 보조 약재) 하나가 남았다.“이게 자금단에 필요한 약재라고?” 우문호가 들여다보고 묻는데, 귀한 것이기는 하나 그렇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아니였다.만두는 우선 서일을 내보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버지, 자금단의 처방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약인 딱 하나만 추가하면 효과는 자금단과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우문호는 만두가 서일을 내보낸 것을 보고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약인이 뭐길래 서일 삼촌에게는 알리지 못하는 것이냐?”만두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신선한 눈늑대의 피로, 서일 삼촌은 재물을 탐하니 만약 눈늑대의 피가 무엇보다 진귀하다는 것을 알면 눈늑대를 팔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그러고 보니 그랬다.하지만 우문호는 눈늑대의 피를 사용한다는 말에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눈 늑대의 피가 필요하다고? 그럼 눈 늑대 한 마리를 다치게 해야 하는 거잖아? 피가 얼마나 필요하지? 한 그릇이면 충분한가?”우문호가 그 말을 하며 검을 뽑았다.만두가 기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