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들어오자마자 다정하게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송연아의 얼굴에 아무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고 더욱이 누나라는 호칭으로 인해 기분이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누나는 의사니까 실력이 좋은 전문의를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의사 좀 알아봐 줘요. 아빠가 많이 아프고 너무 심각해서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어요.”송예걸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키가 크고 밝은 모습이었던 소년은 지금 이 순간 많이 지쳐 보였다.송연아는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는 짐작을 했었지만 실제로 그 소식을 들으니 충격을 받았다.“의사가 뭐라고 했어? 무슨 병인데?”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악성 뇌종양인데 이미 폐로 전이 됐대요.”송예걸이 말했다.송연아는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누나, 아는 의사 있으면 아빠가 좋은 의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송예걸은 걱정스럽게 말했다.송연아는 종양이 이미 전이되었으면 확실히 뇌암 말기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수술을 해도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았다.송예걸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물었다.“아빠를 살리고 싶지 않아요?”송연아는 진정해야 했다.“너 먼저 돌아가.”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송예걸은 그녀가 아직도 송태범을 원망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구할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다.“누나의 결혼 문제에서 아빠가 조금 막무가내로 강요했지만, 그래도 누나를 키워 준 어른이에요. 지금 뇌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누나는 도움의 손길을 거부할 정도로 마음이 굳은 거예요?”송연아는 코웃음을 쳤다. “죽어가는 걸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고? 넌 내가 신인 줄 아니? 아빠는 악성 종양 말기라 누굴 찾아도 소용없어!”송예걸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송연아 이 무정한 년아! 넌 아빠가 죽어가는 걸 보고도 구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송연아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았다.“대가를 치러도 내가 치를 건데, 넌 왜 이
종업원은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고 설명을 보탰다.“이 카드는 2조 원 이상의 예금을 가진 분들에게만 제공되는 VVIP 카드입니다.”자사호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였다.종업원도 가게에서 일하면서 부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부자들의 세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송연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는 강세헌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원하는 거 뭐든지 사요.’이제 그녀는 마침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하지만...어떻게 강세헌으로부터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까?종업원이 물건을 잘 포장하고 오은화가 물건을 받아 들었다.“손님, 카드 여기요.”종업원은 두 손으로 카드를 건네주었다.송연아는 그것을 받았다. 분명 카드일 뿐이었지만 너무 무겁게 느껴져 도저히 갖고 있을 수 없었다.강세헌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카드를 줄 수 있었을까?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돈은 어떤 여자라도 흔들 수 있었다.그녀도 예외는 아니었고 정말로 약간 흔들렸다!돈의 양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성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백만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백만 원을 전부 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성의이고, 1억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기꺼이 1억 원을 다 주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성의이다.“사모님, 무슨 생각 하세요? 다른 건 안 사세요?” 생각에 잠긴 송연아를 본 오은화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송연아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더 살 거 없어요. 가요.”오은화는 물었다.“도련님의 마음을 느끼셨죠?”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느꼈다.다만 인정할 수 없을 뿐이었다.감히 인정할 수도 없었다.강세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강세헌은 진짜 부부가 될 수 없었다.강세헌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우고 의붓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당연히 안 될 것이다.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감정을 낭비할 필
전문의의 집에서 나온 그녀는 빌라로 돌아갔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이 일을 한혜숙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송태범과 한혜숙은 20년 넘게 부부로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그녀는 한혜숙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혜숙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한혜숙이 보낸 동영상이었다.두 개의 메시지도 첨부되어 있었다.영상 속 찬이는 파란색의 위아래가 붙은 영아 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검게 빛이 났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른 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찬이 이제 1개월 되었어. 그동안 몇 근 올라서 거의 일곱 근이 되어 가. 많이 포동포동해졌지?」「얘 좀 봐, 너를 닮지 않았어?」송연아가 한혜숙에게 연락한 이후 한혜숙은 송연아가 이미 고훈의 손에서 벗어난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다시 강세헌에게 잡혔지만 말이다.그래서 송연아는 지금 당장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었다.송연아는 괜찮다고 말하며 찬이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그녀는 딸이 다른 걱정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송연아가 그곳에서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찬이를 돌보았다.송연아는 영상 속 아기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고 한혜숙에게 답장을 보냈다.「내 아이니까 당연히 나를 닮았죠.」잠시 망설인 후 그녀는 메시지 하나를 더 보냈다. 「아빠가 많이 아프시다고 들었어요. 엄청 심각한가 봐요.」한참 지나 한혜숙이 답장을 보내왔다.「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송연아는 화면을 응시하며 한혜숙의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생각했다.화가 나서 한 말일까, 아니면 정말 송태범이 죽었으면 할 정도로 원망해서 한 말일까.“사모님, 과일 좀 드세요.” 오은화가 음식을 들고 들어오자 송연아는 생각을 멈추었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멜론 한 조각을 먹었다....병원에서.송태범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두 눈은 깊게 움푹 패 있었고 얼굴색은 누랬다. 심하게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송예걸은 말을 더듬거렸다.“당신... 아빠를 구할 생각이 없지 않았어? 병원에는 왜 온 거야?”송연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깁스 제거하러 온 거야.”“흥, 그래, 당신은 정말 배은망덕해!”송예걸은 분개했다! 입을 열면 욕설이었다.송태범은 그녀가 보고 싶었다.그런데 그녀는 너무 무정했다!“저희 사모님은 이미 충분히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이 그곳에 가지 않으셨을 거...”“아주머니.”송연아는 오은화의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백수연의 아들에게는 더욱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송예걸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의 의견과 생각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병실에서 송태범은 목소리를 듣고 외쳤다.“연아니?”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다가 대답했다.“저예요.”“들어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송연아는 들어가기 싫어서 말했다.“편히 쉬세요.”“연아야!” 송태범은 더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일어나서 너를 찾아가기까지 해야 해?” “아빠, 부르지 마세요. 저 여자는 양심을 개나 줘버렸어요.” 송예걸은 그녀를 비난했다.“어떻게 감히 네가 그렇게 말해?” 송태범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 송예걸에게 엄숙하게 말했다.“네 누나에게 사과해!”송예걸은 고집을 부렸다.“안 할 거예요!”“얼른!”송태범은 화가 나서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송예걸은 서둘러 그의 등을 두드렸다.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마지못해 송연아에게 말했다.“미안해요.”“아빠, 나 사과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그 병은 화내면 안 돼요.”그는 걱정스럽게 말했다.송태범의 기침이 조금 약해졌다.조금 진정하고 그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빠가 이렇게 부탁할게.”병으로 인해 모습이 변한 송태범을 바라보며 송연아는 마음이 약해져 동의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세요. 저 볼 일이 있어요.”송태범은 송예걸을 내보냈다.“네 누나와 따로 할 얘기 있
“그만해!”송태범이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백수연은 코웃음 치며 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송연아에게 경고했다.“넌 이미 시집간 딸이라 송씨 집안의 재산을 넘볼 생각도 하지 마. 그건 전부 예걸의 몫이야.”“나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나눌 생각이야? 지금 날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 뭐야?”송태범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백수연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백수연이 씩씩거리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당신은 내 기둥이에요.”그녀는 아직 송태범이 죽길 바라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니까!송연아는 백수연을 흘겨보며 그녀가 송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걸 단번에 알아챘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을 나서서 오은화에게 말했다.“가요 인제.”오은화가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주었다.다리의 깁스를 풀었고 의사 선생님이 며칠 후면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격렬한 운동은 삼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달리기, 줄넘기 등 다리를 쓰는 운동 말이다.송연아는 깁스를 풀고 전문의를 찾아가 송태범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전문의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태범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 살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의사의 말을 들은 송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만 저희도 환자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며칠이라도 더 살게 해드려야죠.”전문의가 말했다.송연아는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표했다.“고마워요 정말.”그녀는 병원을 나선 후 줄곧 흐리멍덩하고 정신이 딴 데 팔린 것 같았다.저녁도 조금 먹고 씻은 후 바로 침대에 누웠다.강세헌은 매우 바빠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는 샤워를 마친 후 그레이색 실크 잠옷을 입었다. 건장한 체구에 뭘 입어도 옷 태가 살아 잠옷을 대충 걸쳐도 안구 정화되는 기분이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옆에 누웠다. 송연아는 그가 들어올 때 이미 잠에서 깼지만 꼼짝하지 않고 쭉 잠든 척했다.강세헌이 팔을 뻗
“언제 발생한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임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저도 방금 접한 소식입니다. 아마 요 이틀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요.”“반드시 사람 찾아와!”강세헌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네.”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식탁에 내던졌다.“쾅!”요란한 소리가 그의 현재 기분을 드러냈다.송연아가 재빨리 질문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안에 갇혀 있던 최지현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어 나갔는데 그녀를 구출한 사람이 바로 전에 만나던 재벌 2세 주혁이었다.송연아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강세헌은 말을 아꼈다.“아니에요, 아무것도.”강세헌은 최지현이 밖에서 잘 먹고 잘사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그녀가 사칭한 바람에 강세헌은 제 아이까지 다치게 했다!송연아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회사 일이 내키지 않는 거로 여기며 계속 머리 숙이고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강세헌이 외출하려 할 때 전 집사가 왔다.“도련님,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저랑 함께 본가에 다녀오시죠.”강세헌이 대답했다.“알았어요.”그는 고개 돌려 송연아에게 당부했다.“집에서 푹 쉬고 있어요.”그녀의 다리는 아직 완치하지 못했다.송연아는 얌전히 머리를 끄덕였다.전 집사는 강세헌의 뒤에서 따라 나갈 때 고개 돌려 송연아를 힐긋 쳐다봤는데 그 눈빛이 실로 의미심장할 따름이었다!송연아는 강의건이 왜 강세헌을 보자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송태범이 강의건을 찾아가서 그런 걸까?어르신은 지금 강세헌에게 이혼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의외로 살짝 긴장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흐트러진 눈빛으로 멍하니 있었다.지금 왜 긴장하고 있는 걸까?이혼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던가?다만 강세헌의 자상함을 생각하노라면 왠지 자신이 너무 야박한 것 같았다.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이건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다.그녀의 아이를 간접적으로 해친 남자인데, 어떻게 그런 남자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녀는 누구
전 집사가 앞으로 다가갔다.“회장님, 도련님께서 화나셨어요?”강의건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몰라서 물어?”강세헌의 태도는 더없이 강경했다!“도련님은 지금 연아 씨에게 감정이 생겨서 이혼하기 싫으신 거죠?”전 집사가 추측했다.강의건도 얼추 눈치챘다.“다 내 탓이야. 그 아이의 됨됨이도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세헌이 옆에 붙여줬어. 세헌이랑 연아 이혼시키는 거 쉽지만은 않겠어.”“도련님 성격은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이룰 수 없어요.”전 집사가 말했다.“잊었어? 세헌이한테도 마음 약한 구석이 있잖아.”강의건의 말에 전 집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말씀은...”“세헌이는 그걸 아주 중시해. 내가 알기로 세헌이가 열 살 되던 그해, 인공산 뒤의 연못에 빠졌을 때 옥패를 잃은 여자아이가 세헌이를 구해줬어. 나중에 세헌이도 찾고 나도 대신 찾아다녔는데 그날 집에 온 사람이 하도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지.”“그때도 못 찾은 걸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찾을 수 있겠어요?”전 집사가 물었다.강의건은 전 집사를 힐긋 쳐다봤다.“찾고 안 찾고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세헌의 믿음이야.”전 집사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아이고, 왜 이렇게 멍청해?”강의건이 설명했다.“그냥 믿을 만한 여자아이를 한 명 데려와 세헌이한테 그때 구해준 여자애라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하지만 도련님께서 쉽게 믿어주실까요?”전 집사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강의건은 전 집사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꾸짖었다.“그때 세헌이는 고작 열 살이야. 그 일은 기억하겠지만 세부적인 건 거의 다 잊혔을 거야. 게다가 우리가 그 과정을 대충 여자아이에게 말해주고 그 애가 당시 상황을 대략 설명하면 세헌이도 믿게 돼 있어.”전 집사는 강의건보다 섬세했다.“하지만 갑자기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눈치 빠른 도련님이 수상한 낌새를 바로 알아챌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아이가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연아 씨
그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상대가 강세헌이란 걸 똑똑히 보았다.“왜 그래요?”송연아가 물었지만 강세헌은 못 들은 것처럼 그녀의 옷을 힘껏 찢었다.마치 성난 야수처럼 난폭하고 거침없었다.송연아도 몸부림쳤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고 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순간 그녀는 발가벗은 채로 강세헌에게 알몸을 드러냈다.송연아는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갈라 터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강세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나야말로 묻고 싶어! 너 나랑 이혼하려고 아버님까지 동원해서 우리 할아버지께 무릎 꿇게 해? 송연아, 이혼이 그토록 하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싸늘했다.송연아는 문득 어리둥절해졌다.‘아빠가 회장님을 설득하려고 무릎까지 꿇었어? 내가 이혼하는 걸 도와주려고?’그녀는 숨이 턱턱 막혔다.분노에 찬 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세게 꼬집었다.“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뭔데? 왜 네 마음은 뜨거워지지 않냐고? 왜?!”송연아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 속에 실망과 적막함, 그리고 고통까지 담겨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그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미처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송연아는 애써 눈물을 꾹 참으며 독하게 말했다.“맞아, 나 너랑 이혼하고 싶어, 읍...”강세헌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는 모질게 키스를 퍼부었다. 한없이 거친 제스처였다.하지만 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전혀 밉지 않았다.그가 지금 왜 이토록 미쳐 발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그녀가 이혼하고 그의 곁을 떠나려 하니 강세헌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송연아는 그 순간 애틋한 그의 진심을 느꼈다.그녀는 둘 사이의 갈등과 원한을 제쳐두고 지금 이 감정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송연아는 문득 강세헌이 주는 느낌과 그 숨결이 너무 익숙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정신을 다잡았다....끝난 뒤 강세헌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송연아만 방에 남겨둔 채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