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어 송연아는 심재경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심재경은 샛별이를 안고 있었고 그 옆에 안이슬도 있었다. 멀리에서 세 식구를 보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걸어가자 안이슬이 일어나서 반겼다.“연아야.”송연아는 다가가며 말했다.“길이 너무 막혀서 늦었어요. 오래 기다렸죠?”“아니야, 우리도 금방 왔어. 얼른 앉아.”안이슬이 말했다.송연아는 의자를 꺼내 앉으며 샛별이를 봤다.“그래도 여자아이가 조용하네요.”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제가 안을게요.”심재경은 샛별이를 송연아에게 건넸다.“왜, 아들로 부족해? 딸이 부러워?”“저를 자극하지 말아요.”심재경이 웃었다.“넌 아들이 둘이니 나중에 그들이 너에게 며느리도 두 명이나 데려올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우리 보배 하나여서 나중에 커서 시집가면 외로울 것 같아.”송연아가 말했다.“그러네요. 저는 며느리가 둘이네요. 그럼, 저 지금부터 선배한테 잘 보여야겠네요. 그래야 나중에 샛별이를 제 며느리로 데려오죠.”안이슬이 그녀에서 물을 따라줬다.“너무 멀리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너 이렇게 젊으면서 벌써 시어머니 하고 싶어?”송연아가 말했다.“집에서 심심하니 이런 거라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죠.”심재경이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다.“역시, 시간은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것 같아.”송연아도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선배가 사업하고 제가 전업주부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예전에 아픈 사람들을 모두 치료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사람들이 말이죠.”심재경이 웃었다.“그러게 말이야.”그런 말을 했던 날이 바로 어제 같았지만, 현실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바뀌었다.송연아가 말했다.“약속해요. 샛별이 나중에 우리 며느리로 준다고.”“그만해. 너도 신시대 여성이면서 어린애들을 놓고 그런 혼약을 맺고 싶어? 명확히 말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아.”“쳇.”사실은 송연아도 농담이었다. 벌써부터 어린애들의 혼약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애들이 크면 그때 시대는 지
송연아도 심재경도 한 번에 다 마시고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송연아는 잔을 내려놓고 품에 있는 샛별이를 보았는데 샛별이는 송연아의 품에서 전혀 낯가림이 없이 울지도 않았다. 두 눈은 동그랗고 속눈썹은 짙고 길었으며 포동포동한 얼굴은 하얗고 부드러웠다. 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샛별이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샛별이 너무 귀여워요.”“너도 두 아이의 엄마면서 부러워해?”송연아가 웃었다.“그러게요. 제 아들도 너무 귀여워요.”그때 종업원이 요리를 올려오자 안이슬이 송연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샛별이는 나한테 주고 식사해.”“괜찮아요. 제가 안고 있을게요.”심재경이 안이슬의 손을 잡아당겨 앉혔다.“괜찮아. 연아는 안 먹어도 돼.”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선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심재경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연히 와이프가 더 중요하지.”“이봐요, 심재경 씨, 이런 배은덕한 일이 정말 있네요. 자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도와준 사람을 이렇게 대해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심재경이 마음속으로 재미있어하며 웃었다.“연아야, 너를 놀리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그런데 너 세헌이와 같이 살더니 성격이 닮아가는 것 같다.”송연아가 물었다.“선배, 지금 그 말은 제 남편 성격이 나쁘다는 거예요?”심재경은 감히 직접적으로 말을 못 하고 서둘러 해명했다.“난 그런 말 안 했어. 네가 한 거야.”송연아가 강세헌에 대한 보호본능에 그는 웃었다.“아이고, 비슷한 사람들끼지 만나서 산다더니 너희야말로 정말 똑같은 좀생이들이야.”송연아는 입을 삐쭉거리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선배야말로 진짜 좀생이면서...’식사 도중에 샛별이가 울음을 터뜨려서 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식당에 있는 휴게실로 가서 샛별이에게 기저귀를 바꿔줬다.안이슬이 자리를 비우자 송연아는 농담기를 버리고 정색해서 말했다.“선배랑 이슬 언니 잘 지내고 있어요?”심재경은 안이슬의 변화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둘 다 노력하고 있어.”송연아는 한시름을 놓았다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았지만 송연아는 여전히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이것이 그녀가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 이유였다.심재경은 술도 마셨고 또 샛별이를 돌봐야 하기에 송연아는 혼자 호텔에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강세헌에게 전화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여보세요.”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송연아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다. 역시 이 남자를 많이 좋아하는게 틀림없었다. 천정의 불빛이 눈이 부셨는지 그녀는 한 팔을 눈에 올려서 빛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렸다.“세헌 씨, 보고 싶어요.”강세헌은 아직 회사에 있었는데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서류를 보고 있다가 송연아의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목을 움직이며 물었다.“언제 돌아와?”“보고 싶다고요.”송연아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며 투덜거렸다.강세헌이 말했다.“돌아오면 네가 듣고 싶은 말 직접 해줄게.”“싫어요. 난 지금 듣고 싶어요.”송연아는 전화기에 대고 애교를 부렸다.“해줘요. 응?”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렸다.‘술 마신 것 같은데?’“당신 술 마셨어?”멀쩡한 정신으로 송연아는 절대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재경 선배와 같이 조금 마셨어요.”“호텔에 혼자 있어?”강세헌이 묻자 송연아가 답했다.“당연히 혼자 있죠.”강세헌이 당부했다.“안전 조심하고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해 봐.”송연아가 입을 삐쭉거렸다.“움직이기 싫어요.”강세헌은 어이가 없었다.“움직이기 싫어도 가서 잘 잠겼는지 확인해 봐.”강세헌은 아예 명령 어조로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를 안 하는 건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명령해요?”“명령하는 거 아니라 당신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호텔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기에 조심하면 좋잖아.”송연아는 하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문을 향했는데 역시 제대로 잠겨있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고 했는
그 뒤로 송연아는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모르고 전화를 손에 들고 잠이 들었다....그와 동시에 심재경은 기분이 좋았는지 남은 와인을 모두 마셨다. 하지만 그의 주량에 취하지는 않았다. 안이슬은 심재경에게 일찍 자라고 했는데 그가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눕길래 안이슬은 샛별이 보러 갔다.심재경은 잠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욕실에 갔는데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침 안이슬도 방에 들어왔다. 안이슬은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몸을 돌렸는데 심재경이 가운을 입고 서있는 모습을 봤다.“왜 아직도 안 잤어?”심재경이 그녀의 앞에 와서 섰는데 심재경의 눈빛이 격렬했는지 분위기는 설명할 수 없게 따뜻하게 끓고 있었고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안이슬은 고개를 숙이고 심재경의 눈길을 피했는데 심재경은 그녀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이슬아, 나 좀 봐.”안이슬이 고개를 살짝 들자, 심재경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는데 그 키스는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주변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고요했다. 안이슬은 두 눈을 뜨고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는데 그때의 안 좋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옷깃을 꽉 잡았다. 그녀의 뇌는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그때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거부감으로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안이슬은 반사적으로 그를 밀치며 말했다.“나... 나 아직 안 씻었어.”안이슬은 심재경을 밀어냄과 동시에 후회하며 서둘러 한마디 했다. 심재경은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슬아, 괜찮겠어?”안이슬은 몸을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그녀는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었다.‘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심재경이다. 나를 해치려던 사람들이 아니다.’그러고는 주동적으로 팔을 올려 그의 목을 잡고 발끝을 들어 살짝 키스했다. 심재경은 그녀의 키스에 만족하며 손을 그녀의 머릿속에 파묻고 뒤통수를 꽉 잡고 깊게 키스했다. 안이슬이 주동적
안이슬이 순수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말했다.“나 앞으로 재경 씨한테 잘할게.”“아니야...”심재경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넌 지금까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나의 미숙함으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앞으로 최선을 다해 너와 샛별이 그리고 우리 작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강해질 거야. 그래서 너와 샛별이 버팀목이 되어서 다시는 방황하지 않도록 할 거야.”안이슬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려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심재경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돌려오며 말했다.“피하지 말고 나를 봐.”안이슬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머리를 들어 그에게 입맞춤했다. 심재경도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그녀의 이마, 눈, 코 그리고 참지 못하고 술김에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깊게 키스했다. 그는 조금씩 그녀의 옷을 벗겼다.“나 봐.”심재경이 키스를 하면서 속삭이자, 안이슬도 대답했다.“응.”그녀는 손으로 베개를 꽉 움켜쥐고 그를 계속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이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심재경이다.’...심재경은 안이슬의 귓가에 대고 계속 속삭였다.“나는 심재경이야.”심재경의 움직임이 어찌나 부드러웠는지 안이슬은 그의 부드러움과 조심스럽고 다치지 않을까 보호하는 느낌을 받으며 마음속의 경계가 천천히 풀리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길었는지 안이슬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꿈에는 오직 그녀와 심재경뿐이었다....그는 그녀의 몸에 있는 상처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고 또 부드럽게 뽀뽀해 주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달려주려고 했다. 땀이 얼굴을 적시고 눈을 가렸다.안이슬은 그의 품에서 흐느꼈다.“미안해...”“네가 뭐가 미안해? 응?”심재경은 그녀 눈가에 있는 눈물을 키스로 닦아주었다.“내 마음속에 너는 영원히 너야. 어떻게 변했든, 어떤 일을 겪었든 너 오직 나의 이슬이야.”안이슬은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감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안이슬이 대답했다.“아직은 괜찮아.”“참, 이분은 새로 오신 아주머니셔. 김선화 아주머니.”안이슬은 김 아주머니에게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이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심재경은 김 아주머니에게 안이슬을 소개했다.김 아주머니는 곧바로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안이슬은 그 호칭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별말을 하지 않고 그저 예의를 갖추며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은 그녀를 안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안이슬이 물었다.“왜 나 안 불렀어?”“깊이 잠들었길래.”심재경이 말했다.그는 안이슬이 어젯밤에 너무 피곤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마 깨울 수 없었다.심재경은 그녀를 껴안은 채 말했다.“이슬아, 나 너무 행복해.”안이슬도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는 말했다.“나도.”심재경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같이 밥 먹자.”“아직 밥 안 먹었어?”안이슬이 물었다.“아니, 너 기다리고 있었지.”“앞으로 기다리지 마.”안이슬이 말을 이어갔다.“배고프면 먼저 먹는 게 맞지.”심재경이 대답했다.“알겠어.”식사는 새로운 아주머니가 차린 것이다.그들이 밥을 먹을 때 샛별이가 깼다.안이슬이 일어나려던 참에 김 아주머니가 말했다.“식사하세요, 제가 가보겠습니다.”심재경도 안이슬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괜찮아. 앉아 있어.”안이슬이 말했다.“나 두려워...”“저분이 전문직 베이비시터는 아니시지만 아이를 잠깐 안아주시는 것 정도는 걱정할 필요 없어.”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고 밥 먹어.”심재경이 그녀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밥 먹을 때 심재경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한동안 회사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안이슬이 말했다.“갔다 와, 내가 샛별이를 잘 돌보고 있을게.”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갔다 올게.”안이슬이 말했다.“어쨌든 일도 중요하잖아.”심재경의 일이 순조롭게
안이슬은 주방으로 돌아가 계속 이유식을 만들었다.샛별이는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방 깼다.안이슬이 말했다.“조금 더 자야 하는데.”심재경이 말했다.“나 샛별이 안고 싶어.”안이슬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샛별이를 깨운 거야?”“울지 않았어.”심재경의 대답에 안이슬은 어이가 없었지만 별말을 하지 않았다.마침 이유식이 완성되었으니 샛별이가 배고플 때 먹일 수 있었다.그 후 며칠 심재경은 매우 바삐 보냈다.결혼식 날짜를 골라야 했고, 예식장을 보러 가야 했고, 또 안이슬을 데리고 웨딩드레스도 골라야 했다...그렇게 많은 준비를 하며 시간이 유유히 흘러갔다.송연아가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벌써 보름이 지난 후였다.심재경은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야 청첩장을 돌렸다.송연아는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했다는 걸 알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빨리 결혼식을 올릴 줄은 몰랐다.“엄마, 또 귀국하실 거예요?”찬이가 물었다.찬이는 괜찮았지만 윤이는 지금 송연아 껌딱지였다. 이제 말도 점점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다.“엄마, 엄마...”송연아는 윤이를 품에 안고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세헌 씨도 나랑 같이 돌아갈 거예요?”강세헌과 심재경은 워낙 가까운 사이라 그도 당연히 돌아갈 것이다.찬이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빠도 귀국하실 거예요? 그럼 저도 같이 갈래요.”송연아가 찬이를 보며 말했다.“아까는 아무렇지 않아 하더니?”찬이가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혼자 귀국하신다면 제가 따라간다고 해도 저를 안 데려갈 거잖아요. 하지만 아빠도 귀국하신다면 저를 데려갈 거죠? 엄마, 아빠는 저를 혼자 여기에 내버려두고 가실 수 있겠어요?”“...”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 잘하게 되었지?’“너 몇 살인데 말을 이렇게 잘하는 거야?”송연아가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찬이는 아프지도 않은지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빠, 저 데리고 가실 거죠?”강세헌은 청첩장을 가지고
최종 결정권은 강세헌에게 있기에 송연아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찬이는 강세헌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오고는 강세헌에게 달려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아빠, 같이 가요.”강세헌은 아들을 보더니 그의 볼을 꼬집었다.찬이는 계속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앙탈을 부렸다.“아빠...”“알겠어.”강세헌이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같이 가자.”찬이는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었다.“오예!”그러고는 흥분했는지 갑자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구애린이 미간을 구겼다.“찬이, 너 너무 신난 거 아니야? 얼른 밥 먹어.”찬이가 눈을 깜빡이자 송연아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찬이야, 이리 와.”송연아는 다가온 아들을 번쩍 안아 들었다.“점점 더 무거워지네. 더 크면 너를 못 안겠어.”찬이는 똘망똘망한 큰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엄마, 제가 뚱뚱하다는 거예요?”송연아는 일부러 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진지한 얼굴로 평가를 내렸다.“요즘 좀 뚱뚱해진 것 같긴 해.”사실 찬이는 뚱뚱한 편은 아니고 체형이 딱 좋았다.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는데 얼굴은 강세헌과 판박이였다.송연아는 아들을 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찬이는 신이 났는지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나도, 나도.”윤이도 달려와서 송연아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구애린은 그 장면을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나만 낳아야겠네. 형제가 있으면 이렇게 다툰다니까.”찬이는 주동적으로 엄마의 품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송연아의 품에 안긴 윤이는 엄마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에 뽀뽀를 하더니 침까지 질질 흘렸다.“아이고...”구애린은 송연아에게 티슈를 건넸다.“언니, 엄마로서 아이들의 침도 향기롭게 느껴지죠?”송연아가 대답했다.“그래요, 향기롭죠.”그녀는 아들의 등을 부드러운 손길로 토닥였다.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