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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굴욕

“다정이 그년, 집에서 쫓겨나 할망구랑 같이 살더니, 교양도 없어졌나 봐.”

심여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화제를 돌렸다.

“여보, 우리는 원래 빈이 결혼식을 빌어 다정의 혼사도 정하려고 했잖아요. 지금 걔 하는 거 보니 쉽게 집으로 오지 않을 것 같네요.”

고경영은 다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라도 데려와야지. 방법을 찾아 볼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분명 때가 되면 임 씨 집안 쪽에서 틀림없이 신부를 내놓으라 할 텐데. 그럼 그땐 어디에 가서 신부를 구해오겠어? 다정이가 그런 스캔들에 휘말린 마당에 임 씨 집안과 결혼하는 것만으로 은혜를 베푸는 영광으로 알아야지! 이걸 거절한다면 그야말로 멍청한 거지…….”

임 씨 집안과의 혼인 이야말로 그들이 이번에 다정을 부른 진정한 목적이었다.

임 씨 집안은 임진시에서 명망이 있는 집안으로 재산도 많다. 대대로 유명 인사와 인재를 배출했다.

하지만 이번 세대에는 안타깝게도 놀고먹는 개차반 2세인 부잣집 도련님이 하나 있는데, 그는 임 씨 가문 최대의 골칫거리였다.

이 인간은 평판이 굉장히 나빴다.

얼마 전 운전 중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불구가 되었다. 그런데 다들 동정하기는커녕 인과응보라고 고소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할 나이가 다 되었지만, 불구자인데다 성질머리도 더러워서 있는 집 자제와 결혼시키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개차반과 어느 여자가 결혼하기를 원하겠는가?

조건이 좋은 여자들은 당연히 이런 놈과 만날 리 없고, 조건이 좋지 않은 여자들은 그놈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꼭 그놈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임 씨 집안은 도처에서 집안이 맞는 아가씨를 찾고 있다.

조건을 아주 넓게 놓아 재혼이라도 상관없고, 또 두둑이 한몫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 고 씨네 그룹은 두 달 전 사업 때문에 적자가 커졌다. 그 적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금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경영이 한창 자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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