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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빠, 아빠도 회사 운영하시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 어느 회사 인턴이 수억짜리 자동차를 몰고 출근하던가요? 한서 지난번에 수천억짜리 프로젝트를 계약할 때도 1억 좀 넘는 벤츠를 타고 고객을 만나러 갔어요. 그런데 얘가 뭐라고 벌써 그리 비싼 차를 타야 하는데요?”

그녀의 말에 유상수가 살짝 분노를 터뜨렸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잖아. 맨날 집에서 호강하며 놀고먹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놀고먹는다고요?”

유현진은 어이없는 나머지 피식 웃었다.

“그때 저한테 일을 포기하라고 설득하실 때는 이렇게 얘기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리고 강씨 가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어디 저뿐인가요?”

“쾅!”

유상수는 식탁을 탁 치며 노기등등하게 말했다.

“차 좀 빌려달라는데 옛날 일을 왜 들먹여!”

그러자 유현아가 재빨리 유상수를 말렸다.

“아빠, 진정하세요. 아빠 혈압이 높아서 화내시면 절대 안 돼요. 이 얘기 꺼내는 게 아닌데 다 제 탓이에요. 언니가 빌려주기 싫다면 방법 없죠, 뭐. 화내지 말아요, 아빠.”

그녀가 옆에서 말릴수록 유상수는 친딸이 점점 더 성에 차지 않았다.

“현아 좀 봐봐. 너보다 어린데 훨씬 철이 들었어!”

식사 자리가 결국 서로 기분만 상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유현진이 가기 전 유현아는 트러플 두 박스를 그녀의 차에 넣고는 유리창에 대고 말했다.

“언니, 형부 오늘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온 거 아니지?”

그러자 유현진이 그녀를 째려보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유현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차 주인은 한 사람만 있는 거 아니야. 남자도 마찬가지고.”

그러고는 그녀 대신 유리창 버튼을 누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차미주는 그녀가 가져온 두 선물 박스를 만지며 말했다.

“이거 대여섯 근 정도는 되겠는데? 너희 아빠 강씨 가문에 잘 보이려고 아주 아낌없이 돈을 쓰시는구나. 아빠한테 매번 가져간 선물 시어머니가 쳐다도 안 본다고 말 안 했어?”

“말한다고 해서 그만둘 것 같아?”

TV 채널을 여러 개 돌려도 송민영의 드라마만 방송하고 마땅하게 볼 프로가 없었다. 유현진은 아예 TV를 확 꺼버렸다.

“아빠는 그저 이 선물이 별로라 생각하고 다음에 더 좋은 걸로 주려고 할걸?”

“그럼 이건 어떻게 하려고?”

유현진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믿음이 두텁지 못해 유상수는 매번 선물을 보낸 뒤에도 강한서에게 받았는지 꼭 확인하곤 했다.

‘한서한테 줘서 어머님한테 드리라고 할까?’

낮에 날카롭고 퉁명스럽게 맞섰던 게 조금 후회되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참았어야 했다. 만약 강한서가 맞춰주지 않는다면 일이 복잡해지게 된다. 역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극단적이어서는 좋을 게 없는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얼굴을 두껍게 깔고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그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려던 그때 전화가 뚝 끊어졌다.

그녀는 그가 잘못 눌러 끊어진 줄 알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방금처럼 받자마자 뚝 끊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여섯 번 반복하고 나서야 유현진은 강한서가 일부러 끊었다는 걸 알아챘다.

‘나쁜 자식! 이렇게 복수한다 이거지?’

유현진도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신미정과 직접 만나는 것보다 강한서를 상대하는 게 더욱 나았다. 하여 그녀는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바빠?”

2분 뒤, 강한서가 시크하게 단답했다.

“응.”

유현진은 그의 문자를 무시하고 계속 보냈다.

“아빠가 트러플 두 박스 주셨어. 내일 너의 회사로 보낼 테니까 어머님한테 전해줘.”

강한서가 재빨리 답장을 보냈는데 여전히 단답형이었다.

“싫어.”

유현진은 슬슬 짜증이 밀려왔지만 인내심 있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재산 6 대 4로 해. 네가 6, 내가 4.”

강한서는 이번에도 딱 두 글자만 보냈다.

“허허.”

유현진은 이를 꽉 깨물며 최대한 양보했다.

“그럼 7 대 3. 네가 7, 내가 3. 더는 양보 못 해!”

이번에 강한서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유현진이 8 대 2로 해야 하나 한창 고민하던 그때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강한서의 중저음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내일 민서랑 밥 한 끼 하자.”

“싫어.”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강한서가 계속하여 말했다.

“그럼 아까 부탁 들어줄게.”

부탁을 들어준다는 그의 말에 유현진은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이는 그녀가 집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담담하게 나누는 얘기인지라 왠지 더욱 어색했다.

사실 강한서는 꽤 괜찮은 신랑감이다. 얼굴이 호감형일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도 뛰어났다. 성격이 차가워 가끔 말할 때 매몰찬 것 말고는 나쁜 버릇도 거의 없었다. 비록 두 집안의 생활 형편이 차이가 컸지만 유씨 가문에 해야 할 도리는 다했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 말고는 먹는 것, 입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남들보다 못 해준 게 없었다.

매일 음탕한 생활에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다른 재벌 집 자제들과 비교하면 강한서는 그야말로 반듯하고 괜찮은 남자였다. 단지 아직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 여자친구가 있을 뿐인데 이것 때문에 이혼까지 해야 할까?

그녀는 이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휴대폰 너머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서, 누구랑 통화해?”

순간 멈칫한 유현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덤덤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내일 봐.”

지금 전 여자친구만으로도 끝이 한눈에 보이는 이 결혼 생활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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