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강하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네, 선생님.”“세희 어머님, 죄송하지만 학교에 좀 와 주실 수 있나요? 그게 세희가 한 남자아이와 싸우다가 상대방 아이가 얼굴이 긁혀 피가 났어요.”그 말에 강하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세희는요? 우리 세희는 괜찮아요?”“세희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강하영은 황급히 유치원으로 향했다.회사는 유치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강하영은 유치원에 들어서 빠른 걸음으로 교무실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 여자가 욕설을 퍼붓는 소리를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대체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교양도 없고 소질도 없는 아이도 받아주는 겁니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상대방 학부모가 제대로 배상해야 할 겁니다!”뚱뚱한 여자는 실컷 욕설을 퍼붓더니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애비도 없는 사생아 주제에!”강하영이 주먹을 꽉 쥐고 차가운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서자, 소파에는 뚱뚱한 여자가 자기 아들을 안고 기세등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이 얼굴에는 확실히 긁힌 자국이 나 있었고, 선생님은 옆에 서서 연신 허리 굽혀 사과하고 있었다.강세희와 강세준은 여자 옆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특히 강세희의 예쁜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작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강하영을 발견한 송 선생님이 얼른 앞으로 다가왔다.“세희 어머님, 오셨네요!”강세희와 강세준도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했고, 이어 강세희는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저는 사생아가 아니에요.”그러더니 울먹이면서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저 아이가 먼저 사람을 괴롭혔단 말이에요! 오빠랑 닮은 남자아이한테 정상이 아니라면서 정신병자라고 놀렸어요.”세희의 설명을 듣고 강하영은 대충 사건의 경과를 알 것 같았다.하영의 두 아이는 정유준의 아들과 엮
뚱뚱한 여자는 콧방귀를 뀌었다.“정신적 피해보상을 하셔야죠! 많이도 필요 없어요. 5천만 원이면 돼요!”여자의 말에 강하영은 웃으며 답했다.“아드님의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5천만 원이면 비싸지는 않네요.”“정말 줄 수 있어요?”강하영의 말에 뚱뚱한 여자는 조금 놀란 듯했다.“물론이죠. 그런데 이제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도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요?”뚱뚱한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그쪽 집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죠?”강하영은 고개를 들어 교무실에 있는 CCTV를 보았다.“제가 CCTV를 확인해 볼까요? 방금 댁 아드님이 분명 우리 아이들한테 애비도 없는 사생아라고 얘기한 것 같은데. 언어폭력도 폭력이죠. 저도 많이는 필요 없어요. 두 아이의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억이면 될 것 같아요.”뚱뚱한 여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하영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쪽 집 애들이 먼저 우리 아이를 괴롭혔는데 지금 나한테 보상을 하라고?”“그럼 제가 계산해 보죠.”뚱뚱한 여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교무실 입구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강하영은 몸을 움찔하며 교무실에 들어서는 남자를 힐끗 쳐다봤는데,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우뚝 솟은 남자의 모습에 위엄마저 느껴져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지게 했다.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재벌이나 꽤 지위가 있는 집안 자식들이니 뚱뚱한 여자도 남자가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정, 정 대표님.”뚱뚱한 여자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르자 정유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뚱뚱한 여자를 바라보았다.“우리 아이가 입은 정신적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1억? 2억? 아니면 오씨 그룹을 담보로 잡을 건가요?”뚱뚱한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정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제 아들이 잘못한 일이니 지금 당장 사과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내가 돈이
강하영은 피식 웃고는 허리를 굽혀 두 아이의 손을 잡았다.“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많이 있어요! 별일 없으면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말을 마친 강하영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정유준을 스쳐 지나갔다.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유준의 눈빛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아무리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그 여자가 바로 강하영이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하영의 선글라스를 벗기지 못했다.그는 상대방의 얼굴이 결국 낯선 얼굴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강의실 건물 밖.강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차 안으로 돌아온 뒤, 시동을 걸고 떠나려 했지만 기어가 계속 잘못 걸리자, 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엄마, 왜 그래요? 온몸이 떨리고 있어요. 그 아저씨는 누구예요? 엄마 친구분이세요?”강세희의 질문에 강하영은 부자연스럽게 대답했다.“친구 아니야! 엄마는 모르는 사람이야!”강세준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왜 긴장하는 거지? 이따가 집에 가서 알아봐야겠군.’아크로빌 별장.집에 돌아온 강하영은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고, 강세준과 강세희는 빠른 속도로 위층에 있는 그들의 방으로 향했다.강세준은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 앞에 앉아 두 손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고, 강세희는 까치발을 하고 책상에 엎드려 강세준에게 물었다.“오빠, 그 아저씨 왜 오빠랑 똑 닮았을까?”강세희는 혹시 그 사람이 아빠가 아닌지 묻고 싶은 것이다. 엄마가 예전에 아이들에게 아빠 무덤에 풀이 그들의 키보다 더 높게 자라났다고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강세준은 스크린의 코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세희야, 엄마가 우리한테 아빠 사진 보여준 적 없었지?”“맞아. 진작에 불태워 버렸다고 했잖아.”“엄마는 왜 사실을 숨기는 걸까?”강세희는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어쩌면 아빠가 너무 못생겨서 숨기신 게 아닐까?”세희이 말에 강세준의 입꼬리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그래, 아주
강하영은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사실대로 말했다.“그 사람이 곧 저를 알아볼 것 같아요.”임씨 아주머니의 손이 움찔하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정 사장님 얘기하는 거야?”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얘기하자, 아주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알려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그래도 강하영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제 복수를 막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도 양다인은 유준 씨 아이의 생모잖아요.”아주머니는 강하영의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예전에 네가 정 사장이 한때 매우 힘들어했다고 했잖아. 누군가에게 마음이 생기면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해 줄 거야. 여러 가지로 걱정하고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네 편을 들어줄 거야.”그 말에 강하영은 침묵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때 일들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정유준은 하영의 배 속에 아이를 의심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하영의 아이를 빼앗아 가려 했다.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었다.“아주머니, 저 배고파요. 오늘 저녁 뭐 먹을까요?”“너도 참…….”강하영이 말을 돌리자 임씨 아주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수요일.캐리가 팀을 데리고 김제에 도착하자 강하영은 버스를 대여해 공항에 마중하러 갔다.20여 명 정도 되는 캐리의 팀원들이 위풍당당하게 공항에서 나왔고, 그들을 발견한 강하영은 바로 차에서 내려 맞이했다.“캐리!”캐리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하자,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G!”캐리는 강하영 앞으로 뛰어와 강하영을 껴안았다.“한동안 못봤더니 얼마나 보고싶었지 알아?”강하영은 그런 캐리를 밀쳤다.“숨 막히잖아!”캐리는 팔을 풀기 전에 강하영의 얼굴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역시 나는 네 몸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엄마 냄새가 참 좋아.”캐리의 말에 강하영
정희민은 작은 손으로 옷깃을 꽉 쥐고는 세희희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희민은 그들에게 양다인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정희민이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세희는 커다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너는 나랑 친구 하기 싫어? 진작에 그런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도 도와주지 않았을 거야!”강세준은 웃음을 참으며 세희가 상대방을 약 올리는 수법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때 눈썹을 찡그리던 정희민의 얼굴엔 약간의 양심 가책과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난원, 토요일에 놀러 와.”강세희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정희민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럼 약속한 거다? 토요일에 놀러 갈게!”정희민은 세희의 손가락을 보고 멍해졌다가, 긴장한 듯 손을 움츠리더니 천천히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응.”저녁.허시원은 알아낸 자료들을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하나는 학교 학부모의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강하영의 자료였다.정유준은 강하영의 자료를 받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주희?”“네, 대표님. 이 여자의 이름은 강주희이입니다. 그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희 회사 맞은편 건물을 인수해 회사를 설립하려는 모양입니다.”정유준은 자료를 책상 위에 놓았다.“사진은?”“대표님, 이 여자의 사진은 없었습니다.”그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사진이 없다고?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은 이상 찾을 수 없을 리 없어. 주민등록증은 알아봤어?”“직원들이 알아낸 주민등록증은 모자이크가 처져 있었어요.”정유준은 피식 웃었다.‘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니, 그 여자는 강하영이 틀림없어!’정유준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빨아들인 뒤 입을 열었다.“지금 사는 곳이 어딘지 알아봐.”“대표님, 주소도 차단되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강하영 씨 곁에 능력이 뛰어난 해커가 있는 것 같아요.”허시원의 말에 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잘 지켜보라고 해.”“네!”허시원에 방에서 나가자 자리에서
강세희는 흥분에 겨워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세수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세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강세준을 쳐다봤다.“오빠, 만약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혼내지 않을까?”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그런 세희를 힐끗 보았다.“그 사람이 우리 아빠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하고 싶어!”강세희는 즉시 대답하더니 또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런데 엄마가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잖아.”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일어섰다.“나가는 게 겁이 나면 너는 그냥 집에 남아서 뒷일을 부탁해.”“싫어! 나 혼자는 무서워!”강세희가 재빨리 신발을 신고 강세준의 옷자락을 잡으니, 강세준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엄마가 혼내도 나부터 혼낼 테니까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강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준을 따라 난원으로 향했다.20분 뒤.두 아이가 난원에 도착하자, 희민이가 미리 말해뒀는지 경비원은 바로 그들을 정유준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정희민은 벌써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희민을 발견한 강세희가 감격에 겨워 얼른 앞으로 뛰어갔다.“정희민, 오빠랑 내가 왔어!”정희민은 강세희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는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들어와.”남자아이의 말투는 여전히 짧고 답답했다.강세희와 강세준이 정희민을 따라 집안에 들어섰을 때 보모와 도우미는 두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도우미가 보모한테 다가가 입을 열었다.“저 남자애, 도련님이랑 너무 닮았어요!”보모: “정말 닮았네, 입술만 빼고 눈매는 아주 찍어낸 것 같네.”도우미: “사장님의 사생아라고 해도 믿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강세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잘 부탁드립니다.”그를 지켜보던 보모와 도우미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어쩜 너무 철들었네!’남자아이는 우아하고 철이 들었고, 여자아이는 인형처럼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세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별장 밖에서 자동차 엔진
정희민은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보더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황급히 소파에서 내려와 정희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계단을 오르던 양다인이 정희민이 뒤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몸을 돌려 혐오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희민을 노려봤다.“왜 따라오는 거야?”작은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눈가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찼다.“방에 가려고요.”“그럼 그냥 올라가면 되지, 왜 귀신처럼 소리도 없이 뒤따라오는 거야!”양다인의 고함에 방 안에 있던 두 아이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세희는 깜짝 놀라 세준을 보며 물었다.“오빠, 밖에 어떤 여자가 고함지르고 있는데, 혹시 희민이 엄마일까? 말투가 아주 사나워 보이는데 방에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강세준은 방문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방문 잠가.”“문을 잠그면 소리가 나잖아.”강세희는 겁에 질려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강세준은 시선을 돌려 계속 키보드를 두드렸다.“아니, 잠금 설치가 무음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냥 잠그면 돼.”이제 몇 분만 더 있으면 정희민의 프로그램 암호를 풀 수 있으니 정희민이 자신과 같은 흥취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아무리 위험해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강세희도 더는 꾸물거릴 수 없다고 느꼈는지 작은 손으로 재빨리 문을 잠갔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야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쓰러내리며 안도하기 시작했다.문밖.양다인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저 자식은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그렇게 싫어하더니, 오늘은 대체 왜 갑자기 위층으로 따라오는 거지?’양다인은 정희민을 쳐다보며 물었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양다인의 물음에 정희민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아니요.”“그래? 좋아, 방에 들어간다고 했으면 어서 들어가!”강세준과 강세희가 그의 방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정희민은 긴장하여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정희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엔 방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당겼지만 방문이
밖에 있는 여자는 아마 쓰레기 같은 남자와 약혼한 여자인 것 같은데 정희민의 친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다.강세준의 작은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저 아이 도와줄게. 하지만 우리는 지금 나갈 수 없어. 그랬다가 정희민이 더 심하게 맞을지도 몰라.”그들의 힘으로는 어른을 당해낼 수는 없으니, 정희민을 도우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강세준은 가방에서 미니 노트북을 꺼내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정준의 메일주소를 찾아 익명으로 문자를 보냈다.같은 시각, 김제 공항 밖.정유준이 차에 오르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메일함에 익명의 메일이 한 통 도착한 것을 보고 의아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메일을 확인했다.“정유준 씨! 당신 아들이 지금 자기 엄마한테 심하게 맞고 있습니다.”간단한 한마디에 정유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신 누구야?”강세준: “제가 누군지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난원에 돌아가 확인해 보시죠!”정유준의 답장에 강세준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내가 누군지가 중요해? 두뇌 회로가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일세. 분별이 없는 남자라면 나와 세희의 친아빠로 밝혀져도 절대 인정할 수 없어!’답장을 받은 정유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사실 확인을 위해 난원으로 전화를 걸었다.보모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사, 사장님!”뭔가 이상한 말투에 정유준은 갑자기 경계심을 세우고, 화를 참으며 물었다.“양다인이 지금 난원에 있습니까?”“네…… 네, 사장님!”정유준은 바로 전화를 끊고 허쉬원에게 말했다.“가장 빠른 속도로 난원으로 가!”“네, 대표님!”……오전 9시 30분.임씨 아주머니가 별장 전체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두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당황한 표정으로 별장을 뛰쳐나와 보안실에 가서 CCTV를 확인하며 강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하영은 한창 캐리와 함께 다른 공장으로 향하던 참이라 차에 올랐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