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은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사실대로 말했다.“그 사람이 곧 저를 알아볼 것 같아요.”임씨 아주머니의 손이 움찔하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정 사장님 얘기하는 거야?”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얘기하자, 아주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알려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그래도 강하영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제 복수를 막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도 양다인은 유준 씨 아이의 생모잖아요.”아주머니는 강하영의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예전에 네가 정 사장이 한때 매우 힘들어했다고 했잖아. 누군가에게 마음이 생기면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해 줄 거야. 여러 가지로 걱정하고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네 편을 들어줄 거야.”그 말에 강하영은 침묵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때 일들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정유준은 하영의 배 속에 아이를 의심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하영의 아이를 빼앗아 가려 했다.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었다.“아주머니, 저 배고파요. 오늘 저녁 뭐 먹을까요?”“너도 참…….”강하영이 말을 돌리자 임씨 아주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수요일.캐리가 팀을 데리고 김제에 도착하자 강하영은 버스를 대여해 공항에 마중하러 갔다.20여 명 정도 되는 캐리의 팀원들이 위풍당당하게 공항에서 나왔고, 그들을 발견한 강하영은 바로 차에서 내려 맞이했다.“캐리!”캐리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하자,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G!”캐리는 강하영 앞으로 뛰어와 강하영을 껴안았다.“한동안 못봤더니 얼마나 보고싶었지 알아?”강하영은 그런 캐리를 밀쳤다.“숨 막히잖아!”캐리는 팔을 풀기 전에 강하영의 얼굴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역시 나는 네 몸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엄마 냄새가 참 좋아.”캐리의 말에 강하영
정희민은 작은 손으로 옷깃을 꽉 쥐고는 세희희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희민은 그들에게 양다인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정희민이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세희는 커다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너는 나랑 친구 하기 싫어? 진작에 그런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도 도와주지 않았을 거야!”강세준은 웃음을 참으며 세희가 상대방을 약 올리는 수법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때 눈썹을 찡그리던 정희민의 얼굴엔 약간의 양심 가책과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난원, 토요일에 놀러 와.”강세희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정희민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럼 약속한 거다? 토요일에 놀러 갈게!”정희민은 세희의 손가락을 보고 멍해졌다가, 긴장한 듯 손을 움츠리더니 천천히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응.”저녁.허시원은 알아낸 자료들을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하나는 학교 학부모의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강하영의 자료였다.정유준은 강하영의 자료를 받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주희?”“네, 대표님. 이 여자의 이름은 강주희이입니다. 그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희 회사 맞은편 건물을 인수해 회사를 설립하려는 모양입니다.”정유준은 자료를 책상 위에 놓았다.“사진은?”“대표님, 이 여자의 사진은 없었습니다.”그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사진이 없다고?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은 이상 찾을 수 없을 리 없어. 주민등록증은 알아봤어?”“직원들이 알아낸 주민등록증은 모자이크가 처져 있었어요.”정유준은 피식 웃었다.‘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니, 그 여자는 강하영이 틀림없어!’정유준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빨아들인 뒤 입을 열었다.“지금 사는 곳이 어딘지 알아봐.”“대표님, 주소도 차단되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강하영 씨 곁에 능력이 뛰어난 해커가 있는 것 같아요.”허시원의 말에 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잘 지켜보라고 해.”“네!”허시원에 방에서 나가자 자리에서
강세희는 흥분에 겨워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세수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세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강세준을 쳐다봤다.“오빠, 만약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혼내지 않을까?”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그런 세희를 힐끗 보았다.“그 사람이 우리 아빠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하고 싶어!”강세희는 즉시 대답하더니 또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런데 엄마가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잖아.”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일어섰다.“나가는 게 겁이 나면 너는 그냥 집에 남아서 뒷일을 부탁해.”“싫어! 나 혼자는 무서워!”강세희가 재빨리 신발을 신고 강세준의 옷자락을 잡으니, 강세준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엄마가 혼내도 나부터 혼낼 테니까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강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준을 따라 난원으로 향했다.20분 뒤.두 아이가 난원에 도착하자, 희민이가 미리 말해뒀는지 경비원은 바로 그들을 정유준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정희민은 벌써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희민을 발견한 강세희가 감격에 겨워 얼른 앞으로 뛰어갔다.“정희민, 오빠랑 내가 왔어!”정희민은 강세희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는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들어와.”남자아이의 말투는 여전히 짧고 답답했다.강세희와 강세준이 정희민을 따라 집안에 들어섰을 때 보모와 도우미는 두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도우미가 보모한테 다가가 입을 열었다.“저 남자애, 도련님이랑 너무 닮았어요!”보모: “정말 닮았네, 입술만 빼고 눈매는 아주 찍어낸 것 같네.”도우미: “사장님의 사생아라고 해도 믿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강세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잘 부탁드립니다.”그를 지켜보던 보모와 도우미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어쩜 너무 철들었네!’남자아이는 우아하고 철이 들었고, 여자아이는 인형처럼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세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별장 밖에서 자동차 엔진
정희민은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보더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황급히 소파에서 내려와 정희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계단을 오르던 양다인이 정희민이 뒤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몸을 돌려 혐오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희민을 노려봤다.“왜 따라오는 거야?”작은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눈가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찼다.“방에 가려고요.”“그럼 그냥 올라가면 되지, 왜 귀신처럼 소리도 없이 뒤따라오는 거야!”양다인의 고함에 방 안에 있던 두 아이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세희는 깜짝 놀라 세준을 보며 물었다.“오빠, 밖에 어떤 여자가 고함지르고 있는데, 혹시 희민이 엄마일까? 말투가 아주 사나워 보이는데 방에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강세준은 방문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방문 잠가.”“문을 잠그면 소리가 나잖아.”강세희는 겁에 질려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강세준은 시선을 돌려 계속 키보드를 두드렸다.“아니, 잠금 설치가 무음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냥 잠그면 돼.”이제 몇 분만 더 있으면 정희민의 프로그램 암호를 풀 수 있으니 정희민이 자신과 같은 흥취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아무리 위험해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강세희도 더는 꾸물거릴 수 없다고 느꼈는지 작은 손으로 재빨리 문을 잠갔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야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쓰러내리며 안도하기 시작했다.문밖.양다인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저 자식은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그렇게 싫어하더니, 오늘은 대체 왜 갑자기 위층으로 따라오는 거지?’양다인은 정희민을 쳐다보며 물었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양다인의 물음에 정희민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아니요.”“그래? 좋아, 방에 들어간다고 했으면 어서 들어가!”강세준과 강세희가 그의 방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정희민은 긴장하여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정희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엔 방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당겼지만 방문이
밖에 있는 여자는 아마 쓰레기 같은 남자와 약혼한 여자인 것 같은데 정희민의 친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다.강세준의 작은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저 아이 도와줄게. 하지만 우리는 지금 나갈 수 없어. 그랬다가 정희민이 더 심하게 맞을지도 몰라.”그들의 힘으로는 어른을 당해낼 수는 없으니, 정희민을 도우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강세준은 가방에서 미니 노트북을 꺼내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정준의 메일주소를 찾아 익명으로 문자를 보냈다.같은 시각, 김제 공항 밖.정유준이 차에 오르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메일함에 익명의 메일이 한 통 도착한 것을 보고 의아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메일을 확인했다.“정유준 씨! 당신 아들이 지금 자기 엄마한테 심하게 맞고 있습니다.”간단한 한마디에 정유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신 누구야?”강세준: “제가 누군지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난원에 돌아가 확인해 보시죠!”정유준의 답장에 강세준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내가 누군지가 중요해? 두뇌 회로가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일세. 분별이 없는 남자라면 나와 세희의 친아빠로 밝혀져도 절대 인정할 수 없어!’답장을 받은 정유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사실 확인을 위해 난원으로 전화를 걸었다.보모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사, 사장님!”뭔가 이상한 말투에 정유준은 갑자기 경계심을 세우고, 화를 참으며 물었다.“양다인이 지금 난원에 있습니까?”“네…… 네, 사장님!”정유준은 바로 전화를 끊고 허쉬원에게 말했다.“가장 빠른 속도로 난원으로 가!”“네, 대표님!”……오전 9시 30분.임씨 아주머니가 별장 전체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두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당황한 표정으로 별장을 뛰쳐나와 보안실에 가서 CCTV를 확인하며 강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하영은 한창 캐리와 함께 다른 공장으로 향하던 참이라 차에 올랐을 때,
정유준은 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양다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겁을 먹은 양다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분명 출장 갔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지?’겁에 질린 양다인은 뒷걸음질을 쳤다.“유, 유준 씨, 내가…… 내가 다 설명할게…… 윽!!”양다인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유준이 한 손으로 양다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양다인, 사는 게 지겨운가 봐? 네가 희민이 생모인 것을 봐서 가만히 놔뒀더니, 이렇게까지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희민이를 이렇게까지 때리다니, 네가 인간이야?!”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빨개진 양다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해명하려고 입을 뻐금거렸지만, 남자가 목을 조르고 있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양다인의 얼굴이 붉은색에서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며, 눈동자가 뒤집히기 시작해서야 정유준은 손을 거두었다.양다인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켁켁대며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한참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다가 제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양다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희민이는 내 자식인데 내가 왜 희민이를 때리겠어? 방금 내가 실수로 밀쳐서 그렇게 된 거야! 희민아, 네가 아빠한테 얘기해 봐, 엄마가 너 때렸어?”양다인의 목소리를 들은 정희민은 또 벌벌 떨기 시작했다.그의 반응만으로도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정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양다인을 노려보았다.“오늘부터 난원에 한 발짝도 들일 생각하지 마!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다시는 희민이 만날 생각하지 마! 꺼져!!”‘만날 수 없다고?’정유준의 말에 양다인의 두 눈이 커졌다. 아이를 핑계로 삼아야만 정유준한테 접근할 수 있는데 이제 아이도 만날 수 없으면 정유준의 마음을 돌릴 기회조차 없게 된다.양다인은 정유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유준 씨, 유준 씨 제발! 희민이를 만날
강하영은 캐리의 말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강하영은 5년 동안 일에만 몰두하느라 아이들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애들의 SNS 계정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강하영은 멋쩍게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캐리, 혹시 세준이와 계정 친구야?”“맞아.”캐리가 휴대폰을 꺼내 강세준과의 채팅창을 열어 강하영에게 건네주자 하영은 메시지를 보냈다.“세준아, 지금 어디야? 문자 보면 엄마한테 답장 줘!”메시지를 보낸 후 강하영은 차키를 챙기면서 양심의 가책과 조바심을 느끼는 임씨 아주머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저 경찰서에 다녀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하영의 말에 아주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하영아, 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야.”“아주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아이들도 원래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우선 제가 어디 갔는지 알아볼게요.”말을 마친 강하영은 아주머니를 캐리한테 부탁했다.“캐리, 아주머니한테 얘기 잘 해줘.”“여긴 내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난원.정희민의 방안엔 네 사람이 서 있었다.정유준은 두 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정희민을 돌아보며 물었다.“네가 초대한 거야?”정희민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몇 번이고 강세준의 얼굴을 살피던 정유준은 세준을 볼수록 그의 아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당시 우인나에게 물었을 때 우인나는 강하영이 자신의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얘기했었다.그럼 여기서 문제는 그들의 엄마는 강주희라고 했는데, 만약 강주희가 바로 강하영이라면 세 번째 아이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정유준은 강세준을 훑어보며, 왠지 이 아이한테서는 말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직감하고는 시선을 아예 강세희한테로 돌렸다.“엄마가 누구야?”“몰라요.”정유준의 물음에 강세희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으니 정유준의 얼굴이 약간 어둡게 가라앉았다.“너는 엄마 이름도 몰라?”강세희는
강세희는 빠른 속도로 소파에서 내려와 발이 땅에 닿자마자 강세준 곁으로 뛰어가려 했지만, 결국 정유준한테 팔을 잡혀 버렸다.“집까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 아저씨. 올 때도 저희끼리 왔으니 갈 때도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강세준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강세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위험해.”정유준이 차가운 시선을 던졌지만 강세준은 여전히 거절했다.“매우 안전하니까 아저씨도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세준의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뭐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면야 굳이 데려다줄 필요는 없겠네.”“정희민, 우리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강세준이 정희민을 향해 인사하자, 정희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이 방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경찰서에 와서 골목에 있는 CCTV를 확인한 강하영은 두 아이가 차에서 내린 장소가 난원이라는 것을 봤을 때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아니, 얘들이 어쩌다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 거야?’강하영은 고민에 빠졌다.‘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나? 이 시간엔 정유준도 아직 돌아가지 않았겠지?’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강하영은 결국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로 마음먹고, 경찰서에서 나와 막 차에 오르려던 참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찍힌 낯선 번호에 강하영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저 서준이예요.”“서준이? 너희들 지금 어디야? 이건 또 누구 휴대폰이야?”“택시 기사 아저씨 휴대폰이에요.”“강세준! 왜 엄마랑 아주머니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간 거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강하영은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휴대폰을 빌려서 연락드린 거예요.”강세준의 말투는 여전히 침착하고 우아했다.“…….”강하영은 강세준의 성격이 얼마나 독단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분명 그가 잘못한 일인데 이렇게 듣고 보면 또 맞는 말인 것 같았다.“지금 어디야? 집에 오는 길이야?”“네, 엄마. 곧 집에 도착하니까 집에서 봐요.”강세준은 전화를 끊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