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은 캐리의 말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강하영은 5년 동안 일에만 몰두하느라 아이들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애들의 SNS 계정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강하영은 멋쩍게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캐리, 혹시 세준이와 계정 친구야?”“맞아.”캐리가 휴대폰을 꺼내 강세준과의 채팅창을 열어 강하영에게 건네주자 하영은 메시지를 보냈다.“세준아, 지금 어디야? 문자 보면 엄마한테 답장 줘!”메시지를 보낸 후 강하영은 차키를 챙기면서 양심의 가책과 조바심을 느끼는 임씨 아주머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저 경찰서에 다녀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하영의 말에 아주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하영아, 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야.”“아주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아이들도 원래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우선 제가 어디 갔는지 알아볼게요.”말을 마친 강하영은 아주머니를 캐리한테 부탁했다.“캐리, 아주머니한테 얘기 잘 해줘.”“여긴 내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난원.정희민의 방안엔 네 사람이 서 있었다.정유준은 두 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정희민을 돌아보며 물었다.“네가 초대한 거야?”정희민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몇 번이고 강세준의 얼굴을 살피던 정유준은 세준을 볼수록 그의 아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당시 우인나에게 물었을 때 우인나는 강하영이 자신의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얘기했었다.그럼 여기서 문제는 그들의 엄마는 강주희라고 했는데, 만약 강주희가 바로 강하영이라면 세 번째 아이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정유준은 강세준을 훑어보며, 왠지 이 아이한테서는 말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직감하고는 시선을 아예 강세희한테로 돌렸다.“엄마가 누구야?”“몰라요.”정유준의 물음에 강세희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으니 정유준의 얼굴이 약간 어둡게 가라앉았다.“너는 엄마 이름도 몰라?”강세희는
강세희는 빠른 속도로 소파에서 내려와 발이 땅에 닿자마자 강세준 곁으로 뛰어가려 했지만, 결국 정유준한테 팔을 잡혀 버렸다.“집까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 아저씨. 올 때도 저희끼리 왔으니 갈 때도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강세준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강세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위험해.”정유준이 차가운 시선을 던졌지만 강세준은 여전히 거절했다.“매우 안전하니까 아저씨도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세준의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뭐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면야 굳이 데려다줄 필요는 없겠네.”“정희민, 우리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강세준이 정희민을 향해 인사하자, 정희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이 방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경찰서에 와서 골목에 있는 CCTV를 확인한 강하영은 두 아이가 차에서 내린 장소가 난원이라는 것을 봤을 때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아니, 얘들이 어쩌다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 거야?’강하영은 고민에 빠졌다.‘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나? 이 시간엔 정유준도 아직 돌아가지 않았겠지?’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강하영은 결국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로 마음먹고, 경찰서에서 나와 막 차에 오르려던 참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찍힌 낯선 번호에 강하영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저 서준이예요.”“서준이? 너희들 지금 어디야? 이건 또 누구 휴대폰이야?”“택시 기사 아저씨 휴대폰이에요.”“강세준! 왜 엄마랑 아주머니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간 거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강하영은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휴대폰을 빌려서 연락드린 거예요.”강세준의 말투는 여전히 침착하고 우아했다.“…….”강하영은 강세준의 성격이 얼마나 독단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분명 그가 잘못한 일인데 이렇게 듣고 보면 또 맞는 말인 것 같았다.“지금 어디야? 집에 오는 길이야?”“네, 엄마. 곧 집에 도착하니까 집에서 봐요.”강세준은 전화를 끊고 휴
강세희도 어쩔 수 없이 한창 가방을 벗고 있는 강세준한테로 시선을 돌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강세준, 이리 와.”강세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강하영을 향해 걸어갔다.강하영 앞에 다가간 세준은 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선제공격을 시작했다.“엄마,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서 정말 죄송해요. 그렇다고 나랑 세희가 친구 사귀는 것도 반대하는 건 아니죠?”강세준의 작은 얼굴 곳곳에는 우아한 기품이 배어 있었지만, 먹물처럼 검은 눈동자는 누구보다 교활한 눈빛을 담고 있었다.아이가 진지하게 잘못을 인정하는데 강하영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앞으로 난원에 가서 그 아이를 찾지 말라고 하기에는 그 아이가 잘못한 것이 없다. 어쩌면 자신에게 왜 그렇게까지 반대하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이런저런 생각에 강하영은 피곤이 몰려왔다.“네가 이렇게까지 잘못을 인정하니 나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그런데 세준아, 앞으로 외출할 때는 꼭 어른한테 얘기해야 해. 알겠지? 쪽지로 어디에 가서 누구랑 노는지 적어 놓으면 엄마도 허락해 줄게.”“알았어요, 엄마.”강세준은 작은 머리를 끄덕였고, 임씨 아주머니는 애들이 혼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픈지 얼른 중재에 나섰다.“하영아, 애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왔으니 이제 더 뭐라 하지 마. 세준아, 세희야, 배고프지? 할머니가 맛있는 거 해줄까?”아주머니의 말에 세희가 재빨리 대답했다.“좋아요! 배가 너무 고파요!”강세희는 말을 하며 자기 배를 문지르더니, 강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엄마, 희민이네 엄마는 너무 무서워요. 희민이를 막 때리고 욕했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희민이네 아빠한테 고자질했어요! 그랬더니 희민이네 아빠가 바로 집에 돌아와 그 나쁜 여자를 집 밖으로 쫓아버렸어요. 그리고 또, 희민이 아빠는 너무 쩨쩨한 것 같아요. 글쎄 솜사탕과 엄마 이름을 바꾸려 했다니까요! 쳇, 제가 쉽게 속아 넘어갈 줄 알았나 봐요.”강하영은 세희가 한마디 할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애들이 양다인
“내일 오후 1시, 아크로빌 별장 2동 입구에 있는 우편함에 칫솔 두 개가 들어 있으니 유전자 검사를 해줘요. 최대한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요.”문자를 보낸 세준은 가방 밑부분에서 휴대폰을 꺼내 상대방에게 2백만 원을 이체해 주었다.같은 시각, 강하영도 자신의 침실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오늘 MK에서 또 자신한테 메일을 보냈는데, 메일 내용은 회사가 하영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에 대한 일련의 설명과 더불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요구를 제시해도 된다고 덧붙였다.메일을 확인한 강하영은 피식 웃었다. 예전의 하영이라면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에 바로 굴복했을 테지만, 지금의 하영은 옷 한 벌을 열심히 다듬어 기성복으로 만들어 내면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나를 고용하고 싶다고? 꿈 깨시지.’강하영은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간결하게 답장을 보냈다.허시원이 강하영이 보낸 답장을 확인하고 곧바로 또 답장을 보냈다.“실례지만,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강하영도 마침 잠이 오지 않던 참이라 또 한 마디 답장을 보냈다.“당신 회사 대표님이 정씨 성을 가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저는 정씨 성을 가진 사람한테 원한이 있거든요!”이 말은 곧바로 정유준한테 전해졌다.정유준은 차갑고 침착한 표정으로 메일을 주시했다.‘꽤 배짱이 있는 놈인 것 같네!’만약 상대방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고, 흔치 않은 인재가 아니었다면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반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일수록 정유준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그는 직접 메일에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기성복은 저희 MK 그룹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고, 브랜드를 당신의 명의로 따로 만들어 매출액의 30%를 드리겠습니다.”강하영은 메일을 보며 피식 웃었다.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G 타이들을 걸고 하면 되는데, 굳이 MK 그룹을 통해 홍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G의 신분이 국내에서는 아직 해외만큼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하영에게
정희민은 시선을 거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겁게 가라앉은 차 안의 분위기에 정유준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평소에 바쁜 일정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몰랐는데, 어제 세준이와 세희를 만나고 난 후에야 희민이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말수도 적고, 잘 웃지도 않고, 심지어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고 침울한 느낌을 줬다.예전에는 희민의 성격이 자신을 닮아서 그런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간 양다인의 학대로 인해 어쩌면 자폐적인 심리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희민을 보고 정유준은 정신과 의사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아이한테 정말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다면, 절대 그 악랄한 양다인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다.이때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소리가 정유준의 생각을 끊었다.그가 전화를 받고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방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회사 네트워크가 해킹당한 것 같습니다!”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나한테 전화할 시간에 차라리 서둘러 복구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어?”“정 대표님…….”정유준의 말에 프로그래머는 우물쭈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저 그게, 제가 문자로 대표님께 보내드릴 테니 직접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프로그래머가 문자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고, 정유준이 사진을 클릭해서 확인하는 순간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사무실에 있는 수백 대의 컴퓨터 화면에는 같은 내용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MK가 이것밖에 안 돼? 심심풀이로 해봤는데, 당신들 회사의 암호화 키를 해독해 버렸네. 회사 기밀을 지키고 싶다면 돈 가지고 와.”아래엔 익살스러운 웃는 얼굴과 큐알 코드가 박혀 있었다.정유준의 이마에 핏줄이 솟구치기 시작했다.‘죽고 싶지 않고서야 감히 나한테 도전을 내밀어?’이어 프로그래머가 동영상 하나를 더 보내왔다.정유준이 영상을 클릭하니,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화면에 글자가 튀어나왔다.“쓰레기 같은 실력
정유준은 자랑스러운 동시에 또 약간의 양심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다.그가 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이제야 보기 드문 천재라는 것을 발견했으니 말이다.정유준은 흥분되는 마음을 억누르고 화면에 뜨는 위치를 바라보았다.‘김제 국제 아파트? 양다인이 한 짓이야?’주먹을 꽉 쥔 정유준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내가 준 돈이 부족했던 거야? 그래서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회사에 침입해 돈을 요구하는 거야?’아빠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정희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분 뒤 유치원에 도착한 정희민은 바로 강세준을 찾아가 쌀쌀맞은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너 그러면 안 돼.”강세준이 미소를 지으며 희민을 쳐다보았다.“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네.”“네가 우리 아빠 회사 네트워크 해킹했잖아.”강세준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나인 줄 어떻게 알았어?”“IP주소를 추적했거든.”정희민은 여전히 쌀쌀맞은 태도로 대답했다.“그래서 너도 해킹 기술을 할 줄 안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강세준이 여전히 빙긋 웃으며 얘기하자 정희민은 그런 세준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A-n-g, 네가 내 의뢰인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하지만 너희 아빠 회사 네트워크를 해킹한 건 내 선택이야.”그러자 희민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아빠가 화내실 거야.”‘너희들이 다칠지도 몰라.’ 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강세준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럼 너희 아빠가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걸 그냥 지켜보고 있으란 얘기야?”강세준은 입가의 미소를 거두었고, 그의 말에 정희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아빠가 너희 엄마를 괴롭혔다고?”“맞아. 우리 엄마한테 상처를 줘서, 우리 엄마가 나랑 동생을 데리고 이 도시를 떠나야 했던 거야.”세준의 말에 정희민은 침묵을 지켰다.그러다가 강세준의 외모를 주시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잠시 후 강세준에게 물었다.“너도 우리 아빠 아들이야?”“맞아.”강세준은 생각도 하
강하영은 기쁜 마음에 한숨을 돌렸다. 캐리가 곁에 있어서 큰 근심을 덜었다.남은 2시간 동안 강하영은 인터넷에 접속하여 인수할 의류 공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3곳 정도를 찾아 약속을 잡은 뒤,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15분 후.강하영은 유치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하교 시간까지 아직 10분 정도 남았다.강하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양다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양다인은 다급한 걸음으로 유치원 입구로 걸어갔고, 마침 송 선생님이 정희민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양다인이 앞으로 다가가 정희민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정희민이 양다인의 손을 피했다.“희민아! 아빠가 오늘 일이 생겨서 나한테 너 데리고 오라고 했거든? 우리 희민이 말 잘 들어야지.”“싫어요.”참을성 있게 얘기하는 양다인을 보며 희민이 송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놓으려 하지 않아 조금 난처해진 선생님이 몸을 웅크리고 앉아 희민을 달래기 시작했다.“희민아, 엄마가 데리러 왔으니 먼저 돌아갈래?”정희민은 작은 입술을 오므리며 여전히 단답형으로 대답했다.“싫어요.”체면이 구겨진 양다인은 정희민을 꾸짖기 시작했다.“정희민!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이렇게 많은 학부모가 있는 자리에서 꼭 그렇게 엄마한테 창피를 줘야겠어?”그래도 정희민이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 치자, 양다인은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바로 앞으로 다가가 정희민을 잡아끌기 시작했다.정희민의 미간에는 공포심이 떠올랐고, 작은 얼굴은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양다인의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정희민은 선글라스를 낀 강하영을 발견했다. 희민이는 발을 들어 양다인의 발을 밟았고, 양다인이 고통에 잠깐 손을 놓은 틈을 타서 재빨리 강하영에게 달려갔다.자신을 향해 빠르게 뛰어오는 정희민을 본 강하영은 깜짝 놀랐다.‘이 녀석은 왜 여기로 뛰어오는 거야?’이내 강하영 앞으로 달려 온 정희민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저 좀 데려가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정희민의 겁에
강하영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아이가 자기 엄마를 원망하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정희민을 바닥에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우선 유치원으로 돌아가서 아빠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강하영은 원한 관계를 분명하게 했다. 아직 어린애한테까지 손을 뻗을 정도로 마음이 좁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이 아이를 마주하면 항상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자꾸만 마음이 약해지고 심지어 신체 접촉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정희민은 엄마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강세준과 약속했기 때문에, 그저 아쉬운 마음으로 강하영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유치원으로 향했다.하교 시간이 되자 강하영은 두 아이를 차에 태운 뒤, 바로 출발하지 않고 정유준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났다.“나쁜 아빠네…….”강세희가 정유준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하려던 순간 강세준이 세희의 입을 막아 버렸다.강하영이 백미러를 통해 두 아이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강세희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헤헤 웃었다.“아니에요, 엄마. 오빠랑 장난치고 있었어요!”세희의 말에 강하영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집으로 출발할 거니깐 제대로 앉아.”마이바흐 차 안.아직도 빨갛게 부은 정희민의 눈가를 본 정유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희민아, 혹시 유치원에서 누가 괴롭혔어?”“그 여자가 저를 데려가려고 했어요.”정희민의 대답에 정유준은 곧바로 그 여자가 누군지 눈치챘다.‘요즘 완전히 결판을 내지 않았더니, 아직도 감히 여기 나타나서 제멋대로 굴어?’정유준은 정희민을 집으로 데려다주고, 허시원에게 양다인의 위치를 알아내라고 한 뒤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소씨네 집.양다인은 소 노인에게 정유준이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그 말에 소 노인은 안색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크게 화를 냈다.“벌써 5년이나 지났다! 파혼한 것도 참았는데, 이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