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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보이지 않는 ‘사람'

하영을 본 순간, 소백중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소백중은 그제야 반응한 듯 힘없이 입을 열었다.

“이리 와.”

하영은 세희를 세준의 곁에 내려놓은 다음, 곧바로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

예준은 일어서더니 하영의 손을 잡고 방금 자신이 앉은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앉는 순간, 소백중은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맑지 않은 두 눈은 더욱 혼탁해졌다.

“고생했구나.”

하영은 여전히 담담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

“네.”

“사람이 늙으면... 고집도 세고, 진실도 잘 보이지 않는 법이야... 너도, 내 참회를 듣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하영은 눈을 드리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받아들일게요.”

소백중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하영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주영의 딸이라 그런지, 정말 주영을 똑 닮았구나...”

말이 끝나자, 소백중의 시선은 또 하영 뒤에 있는 세 아이에게 떨어졌다.

“그들은... 네 아이인가...”

하영은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더러 오라고 했다.

꼬마들은 함께 일어나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

하영이 말했다.

“외조부라 불러.”

세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백중을 외조부라고 불렀다.

소백중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 참 착하구나...”

말을 마치자, 소백중은 다시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피곤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소백중이 다시 눈을 뜨고 입을 열길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지만 소백중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들은 바로 옆에 있는 기기를 보았는데, 그의 심박수가 여전히 정상인 것을 발견했다.

송유라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세희는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영 그들은 즉시 시선을 세희에게로 돌렸다.

세희는 얼른 작은 몸을 돌려 사방을 보았고, 맑은 두 눈은 멍하니 문 앞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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