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응, 엄마도 알아. 세준은 자존심이 강하거든. 이건 너희들 아빠와 똑 닮았어.”희민은 하영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난 세준이를 잘 돌볼 테니까 엄마도 꼭 자신을 잘 챙겨야 해요. 난 먼저 수업 들으러 갈게요.”하영은 아쉬워하며 희민을 안았다.“희민아, 엄마는 가능한 한 빨리 너희들을 내 곁으로 데려올 거야.”희민은 울먹이며 말했다.“네, 엄마는 절대로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돌아간 후, 하영은 그제야 몸을 돌려 떠났다.월요일, 오전.회의 중인 하영은 주강의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주강이 보낸 서류를 보았다.그것은 약제의 성분에 관한 보고서였는데, 위에는 이 약제가 오장육부를 천천히 부식할 수 있는 독약이라고 적혀 있었다.일반 용량을 초과한다면, 일주일 내에 뚜렷한 내장 통증이 나타나며 심지어 고열, 토혈, 변혈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었다.그리고 3개월도 안 될 때, 이 약제를 복용한 사람은 내장 부전으로 죽을 것이다.[참고: 약물은 아주 빠르게 흡수될 수 있으며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보고서를 본 하영은 등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아이들이 앨리를 감시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난 곧 죽을지도 몰라.’주강의 분석과 요 며칠간 하영이 떠본 결과, 진석은 이 약의 존재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하영은 계속 진석을 떠봐야 했다!‘결국 만전을 기해야 하니까!’저녁, 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왔다.아주머니는 이미 밥상을 차렸고, 하영더러 밥 먹으라고 했지만, 하영은 먹지 않고 직접 위층으로 올라갔다.잠시 멈칫하다 아주머니는 같이 들어온 앨리를 바라보았다.“아가씨 오늘 밖에서 식사하신 거야?”앨리는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아니, 또 뭐가 자기 마음에 안 들었겠지.”아주머니는 밥상 위에 가득 차린 음식을 보더니 하영이 사오라고 분부한 혈장을 꽉 쥐었다.“그럼 이따 내가 아가씨에게 음식 좀 갖다 줄게.
방금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아주머니가 먹을 것을 들고 하영 앞에 나타났다.하영의 안색을 보며 아주머니는 경악했다.“아가씨, 안색이...”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앨리의 방문을 힐끗 보았다.아주머니는 하영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미 방에 들어갔어요.”하영은 그제야 말했다.“먹을 거 가져다줄 필요 없어. 입맛 없거든.”아주머니가 말을 이어받았다.“아가씨, 저는 매일 하는 일이 바로 아가씨를 돌보는 것이잖아요. 만약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선생님은 절 탓하실 거예요! 저도 도우미일 뿐이니 양해 좀 해주세요.”“그럼 여기에 둬요. 이따 먹을 테니까요.”아주머니는 음식을 들고 들어간 후, 또 황급히 주머니 속에 있던 혈장을 소파 쿠션 뒤에 쑤셔 넣었다.“아가씨, 전에 말한 물건, 여기에 두었어요.” 아주머니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아주머니는 물건을 내려놓은 후 바로 떠나려 했지만, 하영은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수표 한 장을 건네주었다.“이건 500만 원이에요.”하영이 말했다.“저녁에 내 방에 몇 번 들어와요. 열이 나면 바로 앨리에게 상황을 알려주고요!”아주머니는 즉시 돈을 챙겼다.“알았어요, 아가씨. 그때 되면 선생님에게도 연락을 할게요.”“그래요, 그럼 수고.”“천만에요. 저 먼저 내려갈게요.”“음.”두 시간 후, 아직 회복기에 처해 있는 하영은 에어컨을 켜고 찬바람을 한참 동안 맞다 성공적으로 고열이 났다.그녀는 끊임없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미세한 소리가 침실 밖으로 전해지자, 줄곧 밖에 있던 아주머니는 즉시 앨리를 찾아갔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노크했다. “앨리, 자니?”앨리는 바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아가씨 기침하는 거 들었어? 약 좀 갖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저녁에 음식을 가져다줄 때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는데, 아마도 어디 아픈 것 같아.”앨리는 눈썹을
30분 후, 하영은 앨리에 의해 병원에 끌려갔다.그리고 진석도 이때 병원에 도착했다.하영은 지금 문 앞에 줄을 서서 진찰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석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힘겹게 눈을 떴다.진석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리고 하영은 진석이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하영아, 왜 갑자기 열이 난 거야?”하영은 피곤하게 두 눈을 감더니 진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진석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손을 내밀어 하영의 이마를 만졌다.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에 전해지자, 진석의 안색도 따라서 어두워졌다.그는 즉시 일어서서 앨리를 바라보았다.“여기서 하영이 지키고 있어. 난 검사 보고서 받으러 갈게.”앨리는 약효를 잘 알기 때문에 진석의 말에 조금도 찔리지 않았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석이 떠난 뒤, 앨리는 벽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많이 고통스럽죠?” 앨리는 냉담한 말투로 물었다.하영은 눈을 뜨며 차갑게 앨리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앨리는 피식 웃었다.“지금 이까짓 고통이 뭐라고. 진정한 고통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어요.”하영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부진석이 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그 남자가 가니까 바로 나불대는 거야?’‘정말 조심스럽군!’하영은 일부러 화를 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앨리는 똑바로 서더니 하영 앞에 가서 허리를 굽히며 또박또박 말했다.“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아직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열이 나는 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요.”하영은 앨리의 팔을 덥석 잡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앨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하영의 손을 뿌리쳤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증거 있어요?”“너 만약 나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검사 보고서에 틀림없이 뭐라도 나올 거야! 만약 내가 그 어떤 수상한 점이라도 발견한다면,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아.” 앨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보고서를 한 번 자세히
‘다음 달 말이 주주총회인데, 난 반드시 회장 자리에 앉을 방법을 생각해야 해!’이런 황당한 생각을 떨쳐낸 다음, 진석은 바로 일어섰다.그는 하영을 그윽하게 바라본 후,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이때, F시에서, 주강은 접대를 마치고 레스토랑에서 나오자마자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연결 버튼을 눌렀고, 비서는 바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부진석이 MK를 인수하기 전의 행적을 조사해냈습니다. MK의 정 대표님에게 사고가 생긴 후, 부진석은 부하 한 명을 데리고 감옥에 가서 정창만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CCTV까지 구했는데, 잠시 후 대표님에게 보내겠습니다.”“음, 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주강은 비서가 보낸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했다.진석은 정창만을 보자마자 앨리더러 몇 부의 서류를 꺼내라고 하더니 어르신더러 강제로 사인하게 했다.CCTV는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계약서에 무엇이 적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주강은 핸드폰을 닫은 후,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부진석이 정창만을 찾아간 것은 틀림없이 MK를 인수하려는 일과 관련이 있을 텐데.’‘그러나 부진석은 정창만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왜 굳이 감옥에 가서 정창만을 찾은 거지?’주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보아하니 나와 만난 그 몇 명의 주주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군.’생각하면서 주강은 휴대전화를 꺼내 MK의 한 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기다린 후에야 주주가 전화를 받았다.주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장 사장님,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하지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상대방은 열정적으로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염 대표님의 전화를 받는 것은 내 영광이죠. 무슨 일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요. 내가 알고 있는 일이라면 전부 말할게요.”“당시 부진석이 MK에 찾아갔을 때, 도대체 무엇이라 말했기에 대표님이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거죠?”장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유언장 한 부와 MK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 계획서 두 부를 꺼냈
“오늘 밤은 아마 깨어나지 못할 거예요.”앨리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열이 아주 심하게 나고 있거든요.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전화해요, 그럼!”말을 마치자, 앨리는 직접 전화를 끊었다.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면서 주강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영 씨에게 열이 났다고?’‘내가 약제 보고서를 보내자마자 바로 열이 났다니?’주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하영이 고의로 그랬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 사람들을 떠보기 위해서, 자신의 건강을 뒤로 하다니.’주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즉시 김제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이튿날, 아침, 하영은 병상에서 유유히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옆에 단정하게 앉아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앨리를 발견했다.하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조여오더니 억지로 몸을 지탱했다.그리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난 아직 죽지 않았으니, 날 이렇게 쳐다볼 필요 없어!”앨리는 차갑게 웃었다. “어때요? 많이 아픈 거예요?”하영은 입을 오므리고 앨리를 쳐다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신이 말을 하지 못한 이상, 내가 대신 말해주죠. 온몸에 힘이 없죠? 그리고 온몸은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처럼 은근히 쑤시고 아프죠?”하영은 일부러 멈칫하더니 앨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앨리는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나도 단지 추측하고 있을 뿐인데 왜 긴장하고 그래요? 어젯밤 검사 결과서에도 별문제 없었잖아요?”하영은 이불을 꽉 잡았다.“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난 꼭 부진석에게 말할 테니까! 그때 되면 너도 자신의 말로를 잘 생각해 봐!”앨리는 순간 당황했지만, 순식간에 진정을 되찾았다.“정말 웃기네요. 내가 왜 당신처럼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을 건드리겠어요?”말이 끝나자, 앨리는 벌떡 일어섰다.“충분히 누웠으면 일어나요! 별장으로 돌아가자고요!”하영은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앨리에 의해
“그래요.” 주강은 은근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하영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일부러 자신을 열나게 해서요? 그들을 속이려면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약효는 단지 열나게 하는 것만이 아니에요.”주강이 귀띔했다.“알아요, 혈장을 준비했으니 앞으로 쓸데가 있을 거예요. 지금 가능한 한 빨리 앨리를 해결해야 해요!”“그래요, 그럼 편하게 하고 싶은 일 해요. MK 이쪽은 내가 있으니까. 다음 달 말이 주주총회인데, 난 MK 회장직을 손에 넣을 거예요.”“그래요, 주강 오빠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요.”“안심해요.”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벨 소리는 잠시 울렸다가 갑자기 끊어졌다.하영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진석이 다시 전화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진석의 별장에서.주민은 진석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석의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탁자 옆으로 걸어갔는데, 하영의 전화인 것을 보고 직접 끊어버렸다.곧이어 진석이 욕실에서 나왔다.주민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곧 침착한 척하며 진석을 바라보았다.“진석 씨, 우리 얘기 좀 해요.”“할 예기 없어요.” 진석은 머리를 닦으며 옷방으로 향했다.주민은 진석을 따라 들어갔다.“내가 했던 그 말들, 전부 취소할게요. 그리고 더 이상 강하영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음.” 진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진석의 대답에 주민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제 당신 차례 아닌가요?”진석은 셔츠를 입으며 주민을 바라보았다.“나더러 무슨 약속을 하라고요? 하영을 만나지 말라고?”“네!”주민은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당신도 내 감정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어요.”진석은 단추를 채운 다음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주민, 내 앞에서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요. 당신은 내가 당신과 약혼한 목적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끝까지 참아요. 만약 정 참을 수 없다면 파혼해도 상
“정 사장님,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강하영 씨는 각종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모두 깨끗합니다. 완벽한 처녀입니다.”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경호원이 전화기 저편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최대한 견뎌야 했다.어머니는 아픈 상태이고, 아버지는 거액의 노름빚을 졌다.이 두 큰 짐은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다.잠시 후, 경호원의 전화에서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난원으로 보내.]……난원.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하영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긴장한 채 이불 속에 움츠러들었다.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 아래에는 깊고 차가운 봉황의 눈동자가 있다.정유준, 김제를 휩쓸고 있는 막강한 제왕.하영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남자가 이불을 들추자 강하영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들어왔다.곧 뜨거운 키스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몸의 마지막 장애물이 뚫렸을 때 강하영은 아픈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정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눈물 흘리지 마.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리고 기억해. 아무나 내 침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어느덧 잠에서 눈을 뜬 하영은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정유준은 옆에서 고요히 자고 있었다. 하영의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다.어느덧 정유준과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흘렀다.3년 동안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었다.하영은 지긋지긋 아파오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이 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준은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받았다.“얘기해.” 그는 핸드폰을 귓가에 바짝
호텔 방문이 열렸다.매튜는 금빛 단발머리에 헐렁한 가운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그런대로 잘생긴 얼굴에 푸른 눈은 마치 독사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하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5천만 원의 성과금을 위해 그녀는 지금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사장님, 실례합니다.”매튜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가 내리며, 웃는 모습으로 몸을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러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강 비서님, 드디어 오셨네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두근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하영은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그리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스위트 룸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곁눈질로 객실에 놓여 있는 모든 물건을 꼼꼼히 훑어보았다.매튜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후, 하영은 비로소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똑같이 앉았다.곧이어 매튜가 와인 한 잔을 건네왔다.잔을 받아 든 하영은 매튜의 와인잔에 낮게 부딪혔다.“환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매튜의 눈에는 화색이 돌았다.“강 비서님 뭐 좀 아시네. 쭈뼛쭈뼛하지 않고…… 좋아, 내 스타일이야!”하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순조롭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손에 든 와인을 쭉 들이켰다.이를 본 매튜의 미간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이렇게 술 한 잔 마시고, 내 계약을 따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너무한데…….”하영은 매튜가 순순히 계약을 해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집어치웠다.와인잔을 내려놓고 못 들은 척 사무적인 이야기를 꺼냈다.“사장님께서 우리 MK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MK의 실력도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매튜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자, 제가 저희 사장님을 대표하여 이렇게 계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생각해 보셨습니까?”매튜의 얼굴에 웃음이 걷혔다. 하영을 쳐다보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하영은 비록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