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연은 화가 났지만 염무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자신의 목숨이 그의 손에 달려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흰둥이? 정말 이 몸을 개 취급하는군!’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준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염무현은 이렇게 말했다.“약속만 지키면 앞으로 필요한 건 뭐든지 도와주도록 노력하지. 예를 들어, 이 청교인처럼.” 백희연의 동그란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정말?” “약속은 꼭 지키지!”염무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제야 백희연은 분노가 기쁨으로 바뀌었다.“당신 입으로 직접 말한 거야. 주인으로서 뱉은 말은 지켜. 절대 속이면 안 돼.” “걱정 마. 난 다른 사람들처럼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은 하기도 싫고 하지도 않을 거야.” 오후 4시 30분, 유조선은 증기 호각 소리를 내며 출항했다. 배는 긴 하얀 흔적을 남기며 더 깊은 바다로 향했다. 여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공주 드레스를 입은 연희주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해맑은 미소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부님, 저녁 먹으러 가요!” “그래요!” 염무현은 잠든 흰둥이를 재빨리 안아 들었고 흰둥이는 졸린 눈을 한 채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천 년 만에 가장 맘 편히, 스트레스 없이 잠을 잔 것 같았다. 막 잠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허공에 들려진 느낌이 들었다.‘누구야? 누가 감히 이 몸을 해치려고!’ 예전 성격이었으면 잠투정이 엄청 많았을 것이다.감히 청교 황후의 단잠을 깨는 사람의 장기를 탈탈 털어내지 않으면 백희연이 아니었다.막 욕설을 뱉으려던 순간, 갑자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깨닫고 입가에 차오른 말을 급히 삼켰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읍...” 연희주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참 예쁜 포메라니안이네요. 사부님 이 강아지는 어디서 났어요?” “주웠어요!”염무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순식간에 백희연은 여우 같은 얼굴로 눈을 흘기며 인간 특유의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
연희주가 웃었다.“그렇네요. 그럼 제가 돌볼게요. 너무 하얗게 생겼으니까 그냥 흰둥이라고 부를게! 흰둥아 걱정 마, 언니만 있으면 배고플 일은 없을 거야!”“끼잉...”백희연은 좌절감에 빠진 표정이었다.‘한심한 여자, 흥!’연홍도가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며 놀란 듯 말했다.“어디서 데려온 강아지야?”‘한심한 노인네, 쳇! 적당히 해라.’세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홀로 들어갔다.연홍도는 평소 겸손한 성격이었지만 알아주는 수집가라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러 많이 다가왔다.“연 선생님이 직접 나오신 걸 보아 오늘 경매에 놀라운 물건이 나오는 건가요?”보통 거물급 수집가들은 경매를 대행해 줄 사람을 구하고, 직접 경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진짜 판매자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아 신비감을 유지하면서 수집가와 수집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다들 오해십니다. 저는 이번에 염무현 님과 동행하기 위해 온 것이지 특정 경매품 때문이 아닙니다.”연홍도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가 이렇게 나올수록 사람들은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다!‘장난하나? 당신 같은 수집의 대가가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와 세상 구경하러 나왔다는 말을 누가 믿어? 젊은이가 당신을 따라다니는 거면 모를까.’부디 다음부터는 방패를 찾아도 그럴듯한 사람을 데려오길 바란다.이 청년은 언뜻 보기에 이쪽 사람이 아니고 옷 입은 것도 평범한 걸 보아 재벌가 도련님도 아닌 것 같았다.저렇게 쓸모없는 놈과 배에 오른다니?누굴 세 살짜리 어린애처럼 속이기 쉬운 줄 아나.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연홍도의 핑계를 비웃고 있었다.옛말에 같은 업계 사람은 곧 적이라고 했다.연홍도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감은 연씨 가문의 소장품에서 비롯되었다.진정한 보물은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을, 전부 연씨 가문에서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말인가.연홍도가 이런 사람들의 더러운 속셈을 눈치채지 못할
“개나 소나 다 맨 앞줄에 앉다니, 전문 보물 감정가인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움푹 팬 네모난 얼굴은 한껏 어두웠고, 두 눈은 분노로 충혈되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누구를 저격하는 걸까?’ 시선을 따라간 사람들은 이 말이 염무현을 향한 저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무현도 당황스러웠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 노인네, 약을 잘못 먹은 건가?’ “맹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구천명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물었다. 그 노인의 이름은 맹 선생이라는 존칭으로 잘 알려진 고대 유물 감정계의 명망 있는 전문가 맹승준이었다. 구천명은 특별히 맹승준을 이번 경매에 초대해 자신 대신 물건을 살펴보도록 했다.연홍도와는 달리 구천명은 전문적인 수준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수집 대가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신이 모르면 아는 사람을 데려오면 그만이었다.돈만 있으면 못 할 일이 없었다.통이 크고 씀씀이가 화끈하며 아량이 넓은 게 구천명의 제일 큰 장점이었다. 그는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업계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맹승준이 손을 들어 염무현을 가리켰다.“저 사람은 맨 앞줄에 앉을 자격이 없으니 꺼지라고 하세요!” “왜요, 무슨 오해라도 있나요?” 구천명은 연홍도의 체면을 봐서 한 번 더 물었다. 보통 상황이었다면 상대의 말에 그냥 따랐을 것이다.맹승준은 구천명과 여러 번 함께 일한 적이 있어 그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저놈은 촌놈이니까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더니 여도혁이 부성민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확인해 보니까 이름은 염무현, 서해 출신이래요.”여도혁이 말을 이어갔다.“저놈은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해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4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한 달 전에 출소했어요.”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바뀌었다. “뭐야, 범죄자야?” “저렇게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고급스러운
“저 개 같은 자식이 분명 희주를 속이려고 비열한 수법을 쓴 게 틀림없어요. 어르신은 속지 않으시겠죠?”부성민은 그렇게 말하면 연홍도도 당연히 자기 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내 딸이 이름 세 글자로 부르라고 했는데 귀가 먹어서 못 들었나?”연홍도가 거침없이 말하자 부성민은 즉시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그리고 어떻게 건방지게 날 아저씨라고 부르나?”연홍도의 얼굴이 굳어지고 말투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나한테 물어봤나? 내가 동의했냐고? 우린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 않나! 내 딸은 이미 성인이고, 누구를 만나든 본인의 자유와 권리야. 남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고, 알겠어?”부성민의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져 있었고,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왜?분명히 가난한 시골 촌놈인데, 왜 연홍도 부녀가 이렇게까지 그를 싸고도는 걸까?부성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염무현의 정체를 밝히면 부녀가 속았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고 그를 꾸짖어 떠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심지어 사람 불러서 염무현을 두들겨 패면 화풀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부녀가 아무리 너그러워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고 해도, 부성민은 남몰래 기뻐했을 것이다.어쨌든 염무현이 잘 지내는 꼴을 볼 수 없었다.‘이게 감히 나와 여자를 두고 맞선 대가라고!’상황이 통제 불능인 것을 본 여도혁과 맹승준도 예상치 못한 일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부성민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사부님과 형에게까지 무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던 중 문득 뭔가 생각이 나서 외쳤다.“희... 연희주, 전에 나한테 저놈이 네 약혼자라며!”이 말에 연희주는 순식간에 예쁜 얼굴이 붉어졌다.“그런데 이번에는 왜 또 사부님이야?”부성민은 억지를 부렸다.“어떻게 설명할 거야, 설마 둘이 손잡고 아저… 연 선생님을 속인 거
“염무현 님은 내가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입니다!”연홍도는 엄숙하게 그를 소개했다.“동시에 이분은 제 딸 연희주와 매우 특별한 관계죠.”연희주는 곧바로 눈치껏 손을 내밀어 염무현의 팔짱을 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백희연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마터면 그녀의 품에서 떨어질 뻔했다.‘한심한 여자, 쳇!’‘잘했다 딸아!’연홍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염무현 님을 무시하는 사람은 날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는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안 그러면 연씨 가문과 척을 지게 될 겁니다!”마지막 말은 맹승준에게 하는 것이었다.‘경고든 협박이든 마음껏 해석해!’맹승준은 조금 당황한 듯 제자를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너희들 어떻게 된 거야, 가진 것 없는 범죄자라며?”여도혁은 부성민을 향해 똑같이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사부님, 형, 저도 몰랐어요!”부성민은 급하게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해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내가 알아낸 건 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연홍도 부녀가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여도혁이 질책하자 맹승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 너도 똑같아!”늙은이가 신분도 뒤로 하고 염무현의 트집을 잡는 이유는 청교인 일로 원한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실 염무현을 모욕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었고 맹승준의 진짜 목적은 염무현의 정체를 발설해 연홍도 부녀와 떼어놓는 것이었다. 그러면 맹승준은 염무현을 압박해 청교인을 강제로 넘기라고 할 수 있었다.눈치껏 행동한다면 목숨은 살려주겠지만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면…청교인을 얻기 위해 맹승준은 사람을 죽이고 도망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연홍도가 직접 염무현의 편에 서자 맹승준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아이고, 오해가 있었네요.”구천명은 미소를 지으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다들 높으신 분들인데 이런 사소한 오해로 칼을 겨눌 필요가 있나요! 연 선
"현염초는 골동품인가?"딱 봐도 현염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보이는 구천명에 연홍도는 현염초의 용도에 대해 해석해주려 하는데 염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구천명 씨가 먼저 성의를 보이신다면 저흰 무조건 만족하게 해드릴 자신 있습니다."염라대왕이 먼저 내건 약속인 만큼 염무현이 만족하게 해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거면 그보다 더한 값어치의 물건일 것이다.구천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젊은이, 나도 연 씨 가문에 값진 보물이 많다는 것쯤은 전해 들었네. 그래서 나도 연홍도 씨와 교환 하고 싶어. 하지만 자네들이 말한 물건은 정말 없어."구천명은 두 주머니까지 탈탈 털며 말했지만 염무현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챘다.애초에 연홍도가 현염초를 언급할 때부터 구천명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워낙에 포커페이스 유지를 잘하는 탓에 연홍도가 그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염무현의 눈까지 피해갈 수는 없었다.구천명은 반드시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염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구천명 씨, 우선 말씀드리는 데 저는 구천명 씨에게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일부러 과장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거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 말고 들어주세요.""구천명 씨는 아주 큰 병에 걸렸어요. 지금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일주일 내에 고비가 올 겁니다.""그 병 제가 고쳐드리죠. 그리고 완치될 때까지 약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정도면 현염초를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구천명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지. 내 몸은 아직 건강해. 근데 뭐 일주일? 지금 나 저주하는 거야 당신?"한편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던 여도혁이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너 구천명 씨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 아니야?""네 그런 세 치 혀에 놀아날 사람으로 보여?""구천명 씨의 판단력을 떠나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누구도 네 그딴 거짓말엔 안 넘어가.""아직도 네가 사기꾼이 아니라고?
염무현의 수법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기는 했다. 지병으로 소설을 쓰다니, 누가라도 혹할 만한 주제였고 평소의 구천명이라면 믿을 수도 있는 말들이었지만 그런 염무현보다 한 수 위인 구천명 앞에선 그의 잔재주가 통하지 않았다."누군가 이건 그냥 담낭 지병이라고 했겠죠. 피부 황달과 혈액 수치 그리고 무기력 등등으로 판단했고.""하지만 그건 오진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염무현은 구천명의 생각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처음에 놀라는 건 구천명도 자신의 병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내 평정심을 회복하는 건 이미 믿을 만한 의사가 있단 뜻이었다.믿을 구석이 있으니 자연히 당황하지 않는 것이었다."사기꾼인 걸 들켰으면 꺼질 것이지, 아직도 파렴치하게 고개를 들고 있네. 대단하다 진짜."여도혁이 참지 못하고 다시 염무현을 조롱해왔다.하지만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곁눈질로조차도 봐주지 않는 염무현에 제대로 열 받은 여도혁은 혼자 이를 갈았다."구천명 씨, 이 배에서 내리기 전까진 제가 아까 한 제안 유효합니다.""지금 말고 나중에 오실 땐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거예요.""그 입 안 다물어?!"맹승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르신, 이놈 말은 듣지도 마세요. 입으로 말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에요! 어르신 물건을 탐내는 게 분명해요. 저런 놈은 절대 믿으면 안 돼요."구천명도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연희주가 여도혁을 가리키며 말했다."아저씨 제자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잖아요!"염무현을 조롱하려 했는데 제 제자까지 끌려 나와 웃음거리가 되자 맹승준도 화가 났고 듣고 있던 여도혁도 작은 계집애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오늘 이 자리를 만든 유씨 가문만 아니었으면 여도혁은 당장이라도 연희주와 염무현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연 씨 가문의 딸이라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제 스승인 맹승준은 감상계의 마스터인데 여도혁이 골동품이나 수집하는 연 씨 가문 따위에 겁먹을 리가 없었다.그때 누군가 깜짝 놀라
그와 눈이 마주치면 독사의 눈을 바라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한눈에 보아도 야심이 가득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그와 홍태하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다들 열렬히 인사를 전했다."홍 대사님, 안녕하세요!""여기서 홍 대사님을 뵙게 되다니, 제 생에 이런 영광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기회가 되면 홍 대사님의 가르침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다들 오랜만입니다!"홍태하는 입꼬리만 올라간 억지웃음을 지으며 간단하게 인시를 받아주고는 더는 눈길을 주지 않고 앞으로 걷기만 했다.그리고 맹승준과 연홍도를 보고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홍 대사!""맹 대사!""연 사장!"열렬히 인사를 나누는 셋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주 막역한 사이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인사치레일 뿐이었다.연홍도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기에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딱히 애를 쓰지 않았지만 나머지 둘은 그렇지 않았다.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홍태하와 맹승준이 보기엔 다들 겸손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오늘 상대방보다 더 눈에 띄어야 한다는 다짐들을 하고 있었다.공교롭게 한 경매장에서 만났으니 오늘에야말로 진짜 고수를 가려야 할 때였다. 그러니 누가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될지가 오늘의 그들에겐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이분은 못 보던 분인데?"구천명이 홍태하 옆에 서 있던 중년 남자를 보며 말했다.그러자 홍태하가 웃으며 남자를 소개했다."이분은 김민재, 김 이사장님이세요. 해외의 화하 상회 수집 대가시죠.""금원 그룹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죠?""김 이사장님이 금원 그룹 행정 이사장님이세요. 금원 그룹 창시자인 김 이사장님 친동생이기도 하시고요."김민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었다."처음 뵙겠습니다. 김민재라고 합니다."남자의 정체에 다들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금원 그룹의 이인자께서 이런 내지의 경매에도 오실 줄은 몰랐네요.""금원 그룹의 명성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죠. 해외에선 화하 상업그룹 다음으로 유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