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그들은 무림 연맹 지부의 일원이다. 이런 서러움은 한 번도 당한 적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높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압도적인 상대 앞에서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들의 뒤에는 아직 무림 연맹 본부가 있다.“주인님, 이제 어떡할까?”백희연은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내가 보기에 은혜 갚을 줄 모르는 이런 녀석들은 살려 둘 필요 없어. 살려둬봤자 쌀만 낭비한다니까?”상대가 너무 약한 탓에 그녀는 몸이 풀리기도 전에 그들을 제압해 버렸다. 기분이 풀리려면 아직 한참 모자랐다.“어쩔 수 없군. 전부 죽여버리자.”염무현이 말을 마친 순간 백희연은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살기는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며 빠르게 몰려왔다.눈앞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의 시선도 시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숨 막히는 위압감에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지려버렸다. 심주환과 장로들도 견디지 못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견딜 수 없는 공포는 빠르게 퍼져갔다.‘정말 무서운 여자야!’그들은 염무현의 눈빛이 충분히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더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이건 사신이야... 아니, 그냥 악마야!’“급하게 굴 것 없어. 넌 아직도 내 성격을 몰라? 난 무력보다는 덕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걸 좋아해.”염무현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심주환 등은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죽이기 전에 할 말을 다 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영원히 자기 잘못을 몰라.”염무현의 말을 듣고 백희연은 눈을 희번덕 뒤집었다.“주인님은 성격도 좋네. 나라면 진작 죽여버리고 말았어!”‘이게 성격이 좋은 거야...?’두 사람의 대화에 심주환은 등은 화가 나다 못해 눈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았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집법팀을 보내왔던데, 내가 손을 쓴 건 당연한 일이지?”염무현은 무덤덤한 말투로 물었다. 심주환
펑...쿠릉...건물은 삽시에 무너졌다. 굉음이 지난 자리에는 먼지가 흩날렸다.사람들이 충격 속에서 정신 차리기도 전에 백희연이 다시 손을 썼다.화악!쿠릉!지면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진이라도 일어난 줄 알 것이다.그들은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약간 조용해졌다.먼지가 흩어지고 무림 연맹의 자랑으로 여기던 화려한 건물은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이 백희연 혼자 이룬 것이다.“건물보다는 그래도 사람이 재미있는데. 건물은 피할 줄 모르잖아. 하나도 재미없어.”백희연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 입을 삐죽였다. 사람들은 창백한 안색으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심주환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는 옷까지 젖어 들어가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이번 일에는 그의 책임이 막중했다. 앞으로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무림 연맹의 체면을 대표하는 허원 지부가 이렇게 무너져 내렸으니 벌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다. 지부장의 자리도 오늘로써 끝이다.속으로 수치스러우면서도 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혹시라도 백희연의 주목을 받게 될까 봐서 말이다.염무현은 백희연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는 먼저 잘했다는 듯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말했다.“조금 전의 화제로 돌아가서 내 주변 사람은...”심주환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입장을 밝혔다.“동의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전부 동의합니다! 최고의 고수를 보내 무현 님의 지인을 보호하겠습니다.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그들 눈앞의 두 사람은 악마와 다름없는 존재이다. 악마와 조건을 논해서야 되겠는가?심주환도 반항하지 못하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 죽을 바에는 경호원 노릇을 하는 게 훨씬 나았다.오늘은 일단 살아남고 다른 일은 후에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았다. 본부에서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그들 대신 나서
“그게 끝이에요?”심주환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폭발하면서 하려고 했던 말도 도로 삼켰다. 바라는 게 너무 많다는 말을 포함해서 말이다.이번만큼은 그도 참지 않고 반박할 생각이었다. 죽기 전의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 그렇게라도 사람들에게 지부장이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염무현은 얼마든지 더 한 요구를 꺼낼 수 있었다. 사람이란 상대가 약해 보일수록 기고만장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과 많이 달랐다.허미영은 그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녀는 한 때 무림 연맹의 여신으로 평가받았고, 아름다운 얼굴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젊은 나이에 이름을 날렸다.그때 허미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림 연맹 본부에서부터 해외까지 널렸다. 무림 연맹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수두룩했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녀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우연히 만난 척하는 등 시답잖은 수를 썼다. 그녀가 그들을 얼마나 귀찮아했는지 모른다.심주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때 본부에서 일하던 그는 시간만 나면 허미영이 수련하는 모습을 엿봤다. 그녀와의 로맨틱한 만남을 상상하면서 말이다.그저 평범한 제자였던 그는 허미영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었다. 후에는 본부를 떠나게 되어서 더욱 기회가 없었다.이토록 많은 구애자를 두고 허미영은 얼마든지 괜찮은 사람 한 명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성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스승과 선배 앞에서도 한결같이 차가운 모습이었다. 물론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허미영의 오빠 허현도는 무림 연맹의 현 맹주이다. 두 사람은 20살 정도 차이가 났는데, 허미영이 여신으로 평가받을 때 허현도는 이미 대리 맹주가 되었다.그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정식 맹주가 되었고, 그렇게 맹주의 동생이 된 허미영은 세상에서 부러운 것이 없었다.‘이 자식 설마 우리 여신한테 관심이 있나?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허미영은 나이가 적지 않았다. 심주환이 본부를 떠날 때 이미 20대였
가능만 하다면 그들은 평생 염무현과 백희연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지부장님, 지금이라도 본부장님께 알려야 할까요?”한 장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부 로비가 초토화되고 전원이 흠씬 두들겨 맞았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나마 몰래 처리하면 최소한 망신은 덜 당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을 어찌 비밀로 할 수 있겠는가?만약 나중에 본부장님의 귀에 흘러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사실을 은폐하고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명까지 뒤집어써야 할 판이었다.심주환은 식은땀을 닦아내더니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본 다음 그래도 보고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일뿐더러 가장 중요한 점은 염무현이 허미영을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반면, 허미영은 본부에 머물러 있었다.심주환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누군가 깜짝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세상에, 얼른 와서 이거 봐요!”한 제자가 폐허 옆에 서서 뜨악한 얼굴로 아래를 가리켰다.사람들은 네발로 기어 일어나 쩔뚝거리며 다가갔다.지부 로비의 폐허 정중앙에 거대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깊이가 무려 3m가 넘었다.“헉!”“미친, 정녕 인간이 남겨 놓은 흔적이 맞아요?”“제 기억에 아마도 예쁘장한 여자의 걸작이라고 알고 있는데...”“의심 안 해도 돼요. 그걸 목격한 사람이 어디 한 둘뿐입니까? 대체 어떻게 했죠? 설령 대마스터라고 할지언정 불가능하지 않아요?”다들 서로만 멀뚱멀뚱 쳐다보았고 숨을 들이켜거나 침을 삼키는 소리만 연달아 울려 퍼졌다.눈앞의 거대한 구덩이를 보자 심주환은 머리털이 쭈뼛 서면서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그나마 사생결단을 안 하길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진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전멸당했을지도 모른다.어차피 적수는 난공불락이니까.설령 애를 쓰고 발악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괜히 목숨만 잃는 꼴이 되었다.심주환은 속으로 맹승준 이 개자식이 대체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알고 있기나 한지 물었다.워낙 성격이 건방진 탓에 두 사제가 언젠간
염무현은 백희연과 함께 무림 연맹 지부를 나서 도로 건너편으로 걸어갔다.문에 SJ그룹 로고가 박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차량과 운전기사는 모두 공혜리가 보냈는데 원래 직접 클리넌을 운전해서 픽업하겠다고 했다가 염무현에게 거절당했다.별일도 아닌데 한 그룹사의 대표가 직접 출동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야말로 모기 보고 칼 빼는 격이었다.“무현 씨, 타시죠.”운전기사는 센스 있게 차 문을 먼저 열어주었다.염무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이내 자리에 앉자마자 백희연이 바짝 다가가며 물었다.“허미영은 누구야? 여자 이름 같은데?”“네 일이 아닌 건 알려고 하지 마.”염무현은 질색하며 옆으로 떨어졌다.백희연이 그의 팔을 덥석 붙잡더니 상체를 기울여 가슴을 찰싹 붙이고 애원했다.“싫어, 알려달란 말이야.”그녀는 궁금한 티를 팍팍 냈다.무려 청교의 여왕이 이런 사사로운 일에 관심을 가질 줄이야!“숨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아하니 혹시 몰래 만나는 애인이라도 되는 거야? 우예원이랑 다른 여자에게 들킬까 봐 겁 나서 그래?”이내 염무현의 팔을 좌우로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알려줘. 내가 입 하나는 무거워서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평소에 점잖아 보이는 주인님도 애인이 있다니, 게다가 대놓고 찾아오라고...”딱!염무현이 백희연에게 딱밤을 날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대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잘 들어, 허미영은 내 둘째 사모님이야.”백희연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아픈 줄도 모르고 말했다.“둘째...? 사모님?”염무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사부가 파놓은 함정이라고.”“진작 얘기하지, 괜히 엉뚱한 생각만 했잖아.”그제야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염무현은 두 눈을 부릅떴다.“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남의 일을 왜 알려고 하지? 본인이 오해하고 남 탓하기는!”백희연은 이마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주인님
그와 동시에 두 번째 공격이 개시되었다.총알 두 개가 또다시 날아왔는데 이번에는 차 문을 뚫고 들어왔다.탕! 탕!금색 방호막에 부딪힌 총알은 거대한 힘에 이끌린 듯 앞으로 나아가다가 결국 서서히 멈추어 섰다.양옆 1km 떨어진 지점, 두 채의 건물 옥상에 저격수가 각각 한 명씩 엎드려 있었다.“총알이 뚫고 나오지 않은 걸 보니 목표물을 명중했나 봐.”한 사람이 귀에 낀 이어폰에 대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안전하게 한 번 더 공격해.”“알았어.”다른 사람이 대답했다.탕! 탕!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총성이 동시에 울려 퍼졌고, 이는 딱 봐도 오랜 훈련과 다년간의 실전을 거친 결과물이었다.이번에도 총알은 차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큰 구경의 저격총은 위력이 워낙 강해서 두 명은 물론 설령 장정 네 명이 포개져 있더라도 쉽게 뚫고 지나갔기 때문이다.차체 강판까지 더한다고 한들 총알 두 발이면 충분했다.그런데 지금은 총알 6발이 전부 안에 남아 있지 않은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은 8배 망원경을 통해 유리창 너머로 은은하게 반짝이는 황금색 빛을 발견했다.뭐지?무기까지 동원할 정도면 고대 무술 능력자 중에서도 등급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연속적인 총격으로 두 사람의 위치는 이미 노출되었다.“네가 왼쪽 담당해. 오른쪽은 내가 갈게.”염무현이 말했다.물론 명령도 상의도 아니었다.“알았어.”백희연은 염무현이 그녀를 부려 먹는다고 한들 개의치 않은 듯싶었다.어쨌거나 상대방이 먼저 죽이려고 공격했으니까.두 개의 그림자가 재빨리 차량을 벗어났다.“뭐지? 방금 차에서 사람이 내렸나?”왼쪽에 있는 저격수는 차라리 환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내 서둘러 총구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했다.“속도가 너무 빨라!”오른쪽 저격수의 말투에는 당황함이 섞여 있었다.“어떡하지?”“일단 목표물을 찾고, 만약 진짜 놓쳤다면...”“못 찾으면 어떡할 건데
저격수는 바짝 긴장했다. 이내 곁눈질로 등 뒤에 누군가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럴 수가?프로로서 다방면의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건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다.아까 일어설 때만 하더라도 분명 옥상이 텅 비어 있지 않았는가? 대체 언제 귀신처럼 나타났단 말이지?심지어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찰나의 경악을 끝으로 저격수가 권총을 잽싸게 꺼냈다.물론 자신의 사격술에 자신이 넘쳤고, 게다가 단거리 사격은 더욱 특화되어 있지 않은가?목표물의 거리가 일곱 발자국 밖이라면 총이 빠르기 마련이고, 일곱 발자국 안이라면 빠른 건 물론 정확하기까지 했다.반면, 신출귀몰하는 사람은 바로 일곱 발자국 안에 있었다.언제 나타났든 간에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충분했다.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따질 필요가 뭐 있겠는가?저격수의 표정이 점점 흉측하게 일그러지더니 마침 오른손으로 총자루를 잡았다. 이는 적어도 10만 번 이상 연습한 동작이었다.심지어 고개를 숙여 확인할 필요도 없이 총을 뽑아 장전하고 조준한 다음 사격까지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물론 제일 중요한 건 목표물을 명중하는 것이다.그러나 이때, 목덜미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총자루를 잡은 오른손이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았다.저격수는 아연실색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총을 뽑으려고? 미안한데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갔어.”염무현이 걸음을 옮겼다.이에 저격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역시나 알 수 없는 공포가 제일 두려운 법이다.곧이어 일어난 일 때문에 그는 패닉에 빠졌다.귀에 낀 이어폰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프로 저격수로서 이는 목이 부러졌을 때 나는 뼈 소리라는 사실을 즉시 알아차렸다.다시 말해서 그의 파트너는 이미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그리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추측은 곧 사실로 바뀌었다.“이렇게 약해 빠져서야 원, 내가 힘을 주기도 전에 목이 부러
염무현은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해시 수비대, 회의실.고진성은 서둘러 부하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전화를 받고 공손하게 말했다.“네, 무현 님.”부하들도 그 이름을 듣자마자 즉시 자세를 반듯하게 했다.고진성 부서의 소속 팀원으로서 다들 도끼와 들개, 그리고 쌍날과 악귀의 ‘소탕’ 작전에 참여했었다.따라서 무현 님이라는 분의 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염무현이 말했다.“흑일파라는 킬러 조직이 있다는데 혹시 알아요?”“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킬러 무리로서 비밀 집결지가 꽤 많죠. 암살자를 모집하고 임무를 배정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에요.”고진성은 어리둥절했다.“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염무현은 눈앞에 있는 저격수를 흘긋 쳐다보았다.“흑일파 조직원이라며 날 저격하려는 사람이 두 명 나타났어요.”“뭐라고요? 이 자식들이 간덩이가 부었나?!”고진성은 격분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감히 무현 님을 건드리다니? 아주 극악무도한 놈들이네요!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네.”염무현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태연했다. 적수들의 입장에서는 그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지 않은가?사실 고진성이 다쳤냐고 물었을 때 이미 괜한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현 님은 어떤 분인가?흑일파에게 해코지를 당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들은 마치 하수구에 서식하는 쥐새끼처럼 어둠 속에서 음모만 꾸밀 뿐이었다.“지금 어디 계세요?”고진성이 황급히 묻자 염무현이 대답했다.“세인시요. 흑일파가 여기도 아지트가 있나요?”“아마도 있을 거예요. 다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아니면 저희도 일찌감치 소탕했을 텐데.”고진성이 대답했다.“알았어요, 그럼 일 보세요.”말을 마친 염무현은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저격수의 목에 꽂혀 있던 은침을 0.5cm 뽑아내자 즉시 언어 구사가 가능했다.“날 살려만 준다면 흑일파의 아지트와 주로 사용하는 암살 스킬까지 전부 알려줄게.”놈은 죽기 싫은 듯 큰 소리로 고래고래 외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