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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현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마음이 조급해 죽겠는데 어디서 근본도 없는 젊은이가 나타나 조중헌의 침술을 방해하는 모습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거기 젊은이.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만약 여기서 큰일이라도 생기면 약만당은 당장 문을 닫아야 될지도 몰라!”

진시우는 그의 오만한 자태를 보는 것도 귀찮았다.

조중헌을 보며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있었다.

“첫 번째 혈자리, 백회혈.”

조 의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백회혈에 침을 꽂았다.

진시우는 계속하여 혈자리를 가리켰다.

“두 번째 혈자리, 신정혈.”

침이 다시 한번 정확하게 혈자리를 찾아갔다.

“세 번째 혈자리, 신궐혈.”

“네 번째...”

열여섯 개의 침들이 열여섯 개의 혈자리에 꽂혀 있었다. 담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던 노인의 호흡이 평온해지더니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병천 노인은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고비는 넘긴 셈이다.

조중헌은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진시우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시우 동생, 고마워. 오늘도 너의 도움을 받았구나!”

깜짝 놀란 이현문은 황급히 이병천의 곁으로 다가가 부축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이병천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현문의 부축을 받은 그는 진시우를 보며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 목숨을 구해준 젊은이. 고마워.”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말다툼 소리를 들었다.

진시우가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다 나으셨다면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시는 약만당에 발걸음을 하지않기를 바랍니다. 조 의원은 당신들의 귀한 목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현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너 이 새끼 너...”

“조용!”

이병천의 호통소리에 이현문은 급히 하던 말을 멈췄다.

긴 숨을 내쉰 이병천은 조중헌을 향해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조 의원님, 제 아들이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조중헌도 겸손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 씨 어르신 별말씀을요. 그런 경우라면 누구나 조급해했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이병천이 진시우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전에 진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천 형님, 휴대폰 사러 같이 가준다고 했잖아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던 조중천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깜빡 잊었었네. 연희야. 시우와 함께 옆 휴대폰 가게에 가보거라.”

조연희가 잠에서 깨어난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아! 네!”

진시우를 바라보는 조연희의 작은 얼굴이 발그레하고 귀여웠다. 그녀의 두 눈에는 감격으로 가득 찼다.

할아버지도 손을 쓰지 못하는 환자를, 진시우가 살렸다. 그의 의술이 할아버지를 능가했다는 말일까?

조연희는 그런 진시우를 존경하고 숭배했다.

이 씨 부자를 지나친 조연희와 진시우는 의원 옆에 자리한 휴대폰 가계로 향했다.

자신을 지나쳐 나가는 진시우를 본 이병천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젊은이의 눈에 내가 없는 게로구나.

“조 의원님, 오늘의 진찰 금은 사람을 시켜 보내도록 하죠.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조중헌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이 씨 부자의 차 안.

“현문아, 너무 성급했어! 조 의원이 신선도 아니고 죽어가는 사람을 어떻게 살린단 말이냐. 내 명이 다해 죽을 운명이라면 어찌 다른 사람을 협박해서 나를 살릴 수 있느냐?”

“나를 구해준 그 젊은이는 네가 조 의원을 위협한 것에 불만이더구나.”

“아버지, 근본도 없는 놈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기회를 잘 만난 것일 수도 있어요.”

이현문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거라.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이현문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그저 조 의원이 아버지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해서 한 말이에요.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은 없었...”

“조중헌, 의업을 수십 년 동안이나 해온 명의가 네가 압박에 넣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더냐?”

이병천의 호통에 이현문은 그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잠시 후 이병천이 말했다.

“그 젊은이가 보통 솜씨가 아니더구나. 한번 잘 알아봐. 기회가 된다면 사과도 하고.”

“네.”

진시우는 의원 옆 휴대폰 가계에서 120만 원의 휴대폰을 샀다.

조연희가 돈을 지불했다.

“받아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조연희는 생글생글 웃었다.

“맘 편히 받으세요. 저희 할아버지 명성은 120만 원주고 못 사는 거예요. 게다가 제가 돈을 내지 않은 것을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저 엄청 혼날 거예요.”

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잘 쓸게.”

두 사람이 다시 약만당으로 돌아갔을 때, 이 씨 부자는 집으로 돌아간 후였다. 진시우는 오후 내내 약만당에 있었다.

조연희와 많은 의학지식도 나누고, 조중헌과 레슬링도 했다. 진시우를 보는 조연희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진시우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조연희는 진시우와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시우 오빠,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요!”

진시우가 말했다.

“오늘은 안돼. 다음에 같이 먹자.”

조연희는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시간날때 꼭 놀러 오세요. 저는 항상 의원에 있답니다!”

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와 손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의원에서 나온 그는 임아름과 약속한 장소에 재빨리 도착했다. 약속한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임아름의 차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진시우는 서서히 멈춘 차에 올라탔다.

“시간 잘 맞춰 왔네.”

임아름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휴대폰은 샀어?”

“응.”

진시우는 임아름에게 새로 산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임아름은 그런 진시우를 비웃으며 말했다.

“잘 골랐네!”

120만 원짜리 휴대폰이네? 촌뜨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남의 돈이라고 막 쓴 거 아니야?

임아름은 진시우가 쓴 돈의 거래내역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진시우의 휴대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진시우의 새로 산 휴대폰을 본 임 노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려있었다. 손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한결 따사로워졌다.

임아름은 더욱 질투가 났다. 대체 누가 친손녀인 거야?

밥을 먹은 후, 임 노인은 진시우와 바둑을 둔 후에야 방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게스트룸을 향하려는 진시우가 자신의 방에서 백설아를 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이게 뭐예요?”

백설아는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혼인 신고도 했으니 각방을 쓰면 안 되지.”

“아름의 방은 저기야. 이제부터 한방에서 지내도록 해. 할아버지도 더 좋아하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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