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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네...”

백설아를 가만히 지켜본 진시우는 백설아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아버지를 구해줘서?

혼자 사색에 잠긴 그는 자신이 임아름과 각방을 쓰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임아름의 방문 앞에 도착한 진시우는 문을 두드렸다. 방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지켜보는 백설아의 시선을 느낀 그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솨--

욕실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진시우는 임아름이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진시우는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임아름의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지도 않았다.

10여 분 후. 샤워를 마친 임아름은 가운만 걸친 채 욕실을 나왔다.

샤워가운 아래 곧게 뻗은 두 다리는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풍만한 가슴을 꼭 감싼 샤워가운 사이고 가슴골이 보였다.

하얀 목덜미를 지나 예쁜 얼굴 위로 맑은 눈동자가 진시우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음...”

진시우는 다급하게 변명하듯이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왔어.”

“너... 너... 너...”

머리가 하얘져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너’ 만 외친 임아름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뒤돌아서, 이 변태 자식아!”

임아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진시우가 황급히 뒤로 돌았다. 임아름은 잠옷을 꺼내 욕실로 들어가 입고 나왔다.

욕실에서 나온 임아름은 진시우를 당장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고 말했다.

“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말도 꺼내지마! 눈을 확 파버릴 거니까!”

“웅, 그래.”

진시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임아름은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장롱에서 꺼낸 이불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넌 바닥에서 자! 3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어!”

“내가 없을 때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동의를 맡고 방에 들어온다! 밖에서 아는척하지 않는다!”

“그래.”

진시우는 흔쾌히 승낙했다.

침대에 누워 진시우에게 등을 올린 임아름은 이안에게 문자를 했다.

임아름: 악!!! 진짜 짜증 나 죽겠어!

이안: 우리 아가씨 무슨 일 있어?

임아름은 방금 있은 일을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사람 시켜서 손 좀 봐줘?

화가 잔뜩 난 임아름은 이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임아름: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게 만들어줘!

임아름과 이안은 진시우를 괴롭일 방안을 가득 생각해 놓았다.

진시우가 알아도 웃고 지나갈 내용이었다.

두 여자가 성인 남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튿날 아침, 식탁에 모여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한 가족.

임호군이 말했다.

“하운아, 오늘 시우도 회사에 데려가거라. 맞는 자리 하나 마련해 주고 월급은, 600만원이 좋겠다.”

할아버지 말을 들은 임아름은 얼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회사 업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한테 이 정도...”

임호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말했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임아름이 더 반박을 하려고 했으나 임하운이 그녀에게 그만하라며 눈짓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 말대로 할게요.”

임하운의 대답이 마음에 든 임호군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시우를 보고 말했다.

“시우야, 회사에 가면 긴장하지 말고. 아무것도 안 해도 용돈은 나와!”

“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진시우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베푸는 호의가 너무 고마웠다.

아침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마친 진시우는 부녀의 차를 타고 LS 그룹으로 출발했다.

부녀는 뒷자리에 앉은 진시우를 무시하며 업무 이야기를 했다.

“요즘 조심해야 되겠어. 천용 룹에서 전성 인터내셔널과 합작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아. 너를 협박할 수도 있어.”

임아른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피곤해 죽겠어. 천용 그룹은 투자자금도 많으면서 이런 수단까지 쓰는 이유가 머예요?”

“여기저기 투자를 많이 했어. 투자 금도 많이 필요할 거야. 우리 회사가 작년부터 준비했으니 천용에서 따라 잡지 못하게 열심히 해봐.”

임아름이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조심할게요. 전성 인터내셔널 계약은 제가 꼭 따내고 말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부녀의 대화를 가만히 귀담아들은 진시우는 전성 인터내셔널 계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은 빠르게 회사에 도착했다. 임아름은 진시우에게 무뚝뚝하게 말을 건넸다.

“김석우 부장님한테 가면 돼. 그분이 네가 할 업무를 알려 주실 거야.”

“알겠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시우는 영업부 김석우 부장을 찾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임하운은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영업 4팀에 보냈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임아름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쉽게 돈을 벌 줄 알았지?”

“일부러 영업 4팀에 꽂아줬어요. 천동이 매일 괴롭힐 수 있게. 너무 걱정 마세요 아버지. 살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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