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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정재하는 조각상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는 문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심유진이 물었다.

그녀는 그가 벌써 갔다고 생각했다.

정재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옷 잘 안 닦일 것 같은데요. 여기 집주인이랑 잘 아는 사이라 옷 정도 빌려줄 수 있어요.”

“아,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제가 좀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

“아? 혹시 허 대표님하고요?”

정재하는 심유진에게 옷을 빌려준다는 핑계로 허태준과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뇨. 정재하 씨, 저 혼자 갈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심유진은 허태준의 파트너로 파티에 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허태준과 같이 다녀야 할 이유도 없고, 더더욱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할 권리도 없었다.

게다가 이 파티의 분위를 보아하니 허태준이 주인공임에 틀림없었다. 그녀가 그를 데리고 나간다면 파티의 흥이 깨질 것이 분명했다.

“유진 씨, 혼자 간다고요? 차 가지고 왔나요? 이곳은 좀 구석진 곳이라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만약 괜찮다면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그는 허태준과 말을 몇마디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옆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기에 심유진의 도움없이는 말은 커녕 눈인사도 못할 것 같았다. 정재하는 파티에 남아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심유진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재하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는 걸 지난번에 병원부터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안면도 몇 번 트지 않은 그를 너무 성가시게하고 싶지 않았다.

“택시 부르면 금방 와요. 괜찮아요.”

그녀는 콜택시 앱을 키자마자 휴대폰을 정재하에게 빼앗겼다.

“최근에 뉴스 못 봤어요? 콜택시 앱으로 예약한 차량에서 난 살인사건이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이렇게 외진 곳으로 콜택시를 불러요?”

심유진도 정재하가 말하는 내용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걱정마세요!”

정재하는 성큼성큼 앞장섰다.

그녀의 휴대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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