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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정재하의 차는 지난번과 같은 은색 벤츠였다. 스포츠카라 그런지 아주 속도가 빨랐다. 바람이 거세게 불자 심유진은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속도를 좀 낮춰주시지요? 너무 추운데…… 그리고 이거 덮개는 안 닫혀요?”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심유진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비비안이 머리카락을 단단히 묶어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엉겨붙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정재하는 뒤늦게 놀란 듯 덮개를 닫고 히터를 켰다.

“오! 미안해요. 혼자 운전하는 게 버릇이 돼서!”

심유진은 머리를 정리하며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근데 유진 씨, 시간이 늦었는데 S 대학병원에 가서 뭐해요?”

“그냥 일이 좀 있어요.”

정재하는 그녀가 대답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한 시간 후에 차는 S 대학병원 입구에 섰다.

“오늘 감사했어요.”

심유진이 차에서 내리려 하자 정재하가 그녀를 불러세우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었다.

“밤에는 쌀쌀하니 이거 걸쳐요.”

“아……”

평소같았으면 거절했을 심유진이지만 날씨도 너무 추웠고, 옷도 얇아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

늦은 시간이라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심유진은 조건웅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 담당 간호사를 찾았다.

“조건웅 씨 담당하시는 분 계신가요?”

“전데요. 혹시 전 와이프 분?”

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서 결제하면 되나요?”

“지금 시간이 늦어서 원무과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으니, 핸드폰으로 병원 어플 다운받아서 거기서 납부하시면 됩니다. 여기 조건웅 씨 진료카드 번호 입력하시고 비용 납부하시면 끝이에요. 그리고 이것만 있으면 다음 납부 때도 병원에 오실 필요없어요.”

간호사는 서랍 속에서 QR코드를 꺼냈다.

심유진은 조건웅과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어플까지 다운받아가며 그의 병원비를 내주기 싫었다.

게다가 병원비 납부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매번 그의 병원비가 자신의 카드에서 빠져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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