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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술 마실래요?”

심유진은 바닥의 술들을 품에 끌어안고 허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허태준은 그녀의 품에서 양주들을 빼앗고 맥주를 남기며 대답했다.

“당신은 이거 마셔요.”

“저기요!”

심유진은 원래도 기분이 안 좋은 데다 거하게 술을 마시려던 계획조차 허태준에 의해 흐트러지자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심유진은 급하게 팔을 뻗어 술을 빼앗으려 했다. 허태준은 몸을 비틀고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살짝 손가락으로 튕겼다.

“말 들어요.”

허태준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아니면 맥주도 없을 줄 알아요.”

심유진은 재빨리 맥주를 몸 뒤에 숨기고 빼앗긴 양주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켰다.

“알았어요.”

**

심유진은 소파에 털썩 앉아 한 손으로 맥주캔을 쥐고 한 손으로 허태준이 구운 닭다리를 쥐었다.

“나 지금 너무 슬퍼요.”

그녀가 닭다리를 뜯자 입술은 기름 범벅이 되었다.

허태준은 미간을 구기며 그녀에게 몸을 숙여 입술의 기름을 닦아주었다.

“네?”

허태준은 인내심있게 뒤의 말을 기다렸다.

“허택양은 진짜 음산한 놈이에요!”

심유진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네.”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으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은설이... 이...”

비록 가슴속은 화로 일렁거렸지만 하은설을 욕보이는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됐어요!”

심유진은 고개를 젖혀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비어진 맥주캔을 그녀는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허태준은 새 맥주캔을 따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허태준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의 행동으로 허택양 때문에 심유진과 하은설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허태준은 매우 단순한 남자여서 여자 간의 ‘복잡한’ 우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멋대로 끼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은 알고 있었다.

커플 사이, 부부 사이에 끼지 않듯이 말이다. 그들의 사이가 다시 좋아졌을 때 양쪽의 욕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허태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관여하지 않았다. 심유진이 술을 마시려 하면 술을 주고 밥을 먹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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