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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자는 게 학생의 본분이지

무진이 묻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성연이 집에 돌아와 공부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성연은 무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괜찮아요. 어차피 나도 할 생각 없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손건호는 속으로 의심스러웠다.

‘숙제도 안 하고, 완전 낙제생 아냐? 그런데 만점을 받았다고? 정말 우리 보스가 돈 주고 만든 거 아니야?’

무진이 성연을 보며 진지하게 질문했다.

“공부에 관심도 없으면서, 왜 굳이 학교에 가서 자?”

성연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자신의 본분을 다 해야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건호의 입에서 물음이 튀어나왔다.

“무슨 본분요? 잠자는 본분?”

기분 나쁘다는 듯이 성연이 손건호를 흘겼다.

“청춘을 체험하는 거지.”

보건실에서 서한기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

물론 되는 대로 지껄인 것이 분명하지만.

성연에게 당한 손건호는 정말 말로는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입술 끝을 올린 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게임 조종기를 내려놓은 성연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주방에 가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왔다.

막 거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무진이 언뜻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주방에 가 요구르트 하나를 더 꺼내 왔다.

TV 앞으로 걸어간 성연이 요구르트를 무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잘하는 지 볼래요? 요구르트도 가져다주잖아요.”

무진이 요구르트를 들어 올렸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요구르트는 아직 차가웠다. 손으로 잡으니 물방울도 맺혔다.

아연실색한 손건호가 멍하니 성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 보스에게 요구르트를 주다니.’

‘요구르트, 저거 어린애들이나 먹는 거잖아. 우리 보스가 저걸 마시겠어?

‘아예 싫어할 걸?’

성연의 손에 들린 요구르트는 곧 빈 병이 되었다. 그런데 무진이 여전히 들기만 한 채 꼼짝도 않자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먹기 싫어요?”

계속 말이 없자,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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