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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내가 혼내 주마

성연을 한 번 쳐다본 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그러지. 내일 내가 데리고 갈게.”

내리 뜬 그의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이 서렸다 사라졌다.

엠파이어 하우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무엇에 대해서도 강한 욕망을 내비치지 않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유독 회사 얘기만 나오면 감정의 기복이 커졌다.

성연이 어떤 목적을 띠고 회사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무진은 한눈에 파악했다.

‘다만, 송성연의 목표는 강씨 집안의 뭐지?’

무진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다음 날 오후,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회사로 갔다.

옅은 파란색의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성연은 귀 양 옆으로 머리를 작게 말아 올린 후, 긴 머리를 등 뒤로 내리고 있었다. 크고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니 진짜 앙증맞아 보였다.

성연이 생각하기에,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금여는 분명 회사에 있을 것이다.

안금여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메스꺼움을 참고 일부로 순진해 보이게 단장했다.

성연이 휠체어를 밀며 무진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

회사 내에는 강무진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회사에 왔지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안금여의 사무실로 갔다.

무진이 전화를 걸어 방문을 알린 후부터 안금여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성연을 본 안금여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다정하게 성연의 손을 잡은 채 소파로 이끌었다.

“성연아, 무진이가 힘들게 하지는 않아? 무진이 집에서 지내는 건 익숙해졌고?”

안금여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었다.

이런 다정한 인사와 말투는 살아생전 외할머니의 말투와 똑같았다. 순식간에 코끝이 매워진 성연이 애써 눈물을 참아 내며 대답했다.

“할머니, 저 잘 지내요. 잘 먹고 잘 자고요. 아무 문제없는 걸요.”

“그럼 됐다. 만약 무진이가 못되게 굴면 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 이 할머니가 혼내 주마!”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도대체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무진이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을 학대하는 기벽은 없답니다, 할머니.’

가볍게 콧방귀를 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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