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천도준과 고청하가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석양이 그 둘을 뒤덮어 그 장면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바로 이때,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자리를 좀 비켜줄까?"아름다운 장면이 이 목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깨졌다.고청하가 이 목소리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마치 깜짝 놀란 사슴처럼 펄쩍 뛰어 일어나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네로 돌아갔다. 그네에 앉은 뒤에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아… 어색하네.’천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계단 입구 쪽에 있는 존을 돌아보았다.‘조금 전 저택을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며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왜 지금 나타나?’"어쩌는 게 좋을 것 같아?"존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럼, 계속해.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리 돌아와!"천도준이 존을 불렀다.‘겨우 쌓은 분위기가 저자의 말 한마디에 깨졌는데, 지금 자리를 피해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지?’설령 그가 계속하려 해도 고청하가 원하지 않을 것이다.천도준은 우울한 목소리로 존에게 물었다."조금 전에 어디 갔었어?"존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나도 도련님의 좋은 일을 망칠 줄은 몰랐어. 만약 도련님에게 이런 좋은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맞아 죽더라도 바로 올라오지 않았을 거야.’‘적어도 삼십 분은 기다렸다 올라왔을 거야.’그러나 천도준이 그를 불렀으니, 그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안마의자가 하나 모자라, 조금 전에 사러 나갔다 왔어."그는 천도준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했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로 도련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친구랑 대화하는 말투로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안마, 의자!"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가 꽉 깨물었다.‘안마의자 하나 때문에 내 좋은 일을
천도준의 표정이 갑자기 사납게 변하더니 오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몸을 단련하는 이유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이지, 천태영과 겨루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는 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훈련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에요."매우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 오만방자한 느낌이 묻어났다.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그를 바라보던 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이 시각, 오남미는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으로 갈아가는 길이었다.그녀의 두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고, 눈물도 다 말라 버린 상태였다.그녀는 이 순간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그녀는 천도준의 인생을 망치려 벌인 소동이, 천도준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혀 자기가 뭇매를 맞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내가 그의 어머니 수술비 4천만 원을 가져다 내 동생을 도와준 것이 잘못이야? 그가 일부러 나를 속였어. 내가 피해자인데, 왜 모두가 나를 비난해?"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남미는 줄곧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매우 억울해했다.그녀는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힘없이 문에 기댄 그녀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 힘도 없어 머리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곧 문이 열렸다."누나...."오남준은 맥없이 초라한 모습의 오남미를 보더니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오남미는 심지어 오남준의 눈에 서린 분노를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맥없이 물었다."왜?"그녀는 그에게 물으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오남미, 너는 우리 집 체면을 완전히 깎아 먹었어!”장수지의 날카로운 외침이 마치 날카로운 송곳처럼 오남미의 고막을 찔러와, 오남미는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는 문득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마침 그녀가 용정 화원 예매 식에서 소란을 부리는 모습이 담겨있었다.이때 천도준의 말 한마디에 텔레비전 화면 속의 모든 사람이 앞다퉈
오덕화와 오남준조차도 장수지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오덕화가 무심결에 장수지를 잡아당겼다."당신 미쳤어? 창피하게 뭐 하는 거야?”장수지는 오덕화를 홱 뿌리치고는 한껏 노려보았다.그런 뒤, 곧바로 얼굴에 다시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사위, 예전에는 모두 우리 가족이 잘못했어. 그러니 속이 넓은 자네가 용서해 주고, 남미랑 다시 잘 지내 보게. 제발 내 딸을 버리지 말게."그녀는 매우 저자세로 나오며 평소의 오만방자한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버린다고요?"오남미가 중얼거렸다. 장수지의 말은 마치 붉게 달아오른 예리한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에 매섭게 꽂혔다.이미 심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말에 순식간에 하늘땅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엄마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이혼할 때 엄마가 뭐라고 했어? 그런데 지금은 왜 또 저렇게 말하는 거야?’툭!전화를 끊은 장수지가 얼굴에 지었던 미소를 거두고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더니 오덕화의 팔을 세게 꼬집으며 말했다."이 쓸모없는 인간, 방금 왜 나를 막았어요? 내가 내 사위랑 통화하겠다는데, 당신에게 무슨 방해가 됐어요?”"제발 체면 좀 챙겨.”오덕화가 너무 아파 이를 악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체면을 챙기라고요?”장수지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어디 당신 아들의 결혼식이나 치러줘 봐요.”"당신...."오덕화는 이 한마디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장수지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디 봐봐요. 천도준이 지금 얼마나 돈이 많은지? 그는 이미 정태선설의 대표가 된 상태예요. 정태걸설은 지금 서천구 쪽을 개발하는 상황인데, 다 개발하고 나면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겠어요?”장수지는 이 말을 할 때 두 눈을 반짝였다."천도준이 남미를 그렇게 좋아하니, 남미가 지금 가서 그에게 사과하면 분명 재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앞으로 우리 가문은 완전 대박 나는 거예요!”오덕화는
"허튼소리 하지 말아요!"장수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욕설을 퍼부었다."천도준이랑 남미가 이혼한 지 겨우 얼마나 되었다고요? 천도준이 예전에 남미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언제나 남미의 말에 따랐잖아요? 그러니 남미가 사과하고 재결합하기를 바라면 천도준도 고청하 그 계집애를 버릴 거예요!”집 안에 말다툼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완전 난장판이 되었다.오남준도 이런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엄마, 설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천도준이 저렇게 빨리 돈이 생긴 거로 보아, 지난번에 내가 말했듯, 그가 누나랑 이혼한 것은 분명 이미 계획을 세워놓은 일이었어. 그러니 지금 가서 요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그럼, 너는 도대체 결혼하고 싶기는 해?”장수지가 얼굴을 험상궂게 구긴 채 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그가 계획을 세웠든 말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되든, 안 되는 일단 시도해 봐야 할 거 아니야? 천도준이 저렇게 돈이 많은데, 무슨 서러움인들 못 당하겠어? 그가 네 누나랑 재혼하기만 하면 그의 돈이 모두 우리 돈이 되는 거야!”이 한마디에 오남준은 말문이 막혔다.임설아랑 그의 결혼식이 정말 코앞까지 닥쳤다.이미 집에서는 더 짜낼 돈이 없으니, 유일한 돌파구가 천도준이었다.오남준이 입을 다무는 것을 본 장수지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오남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오남미가 지금 충격받은 상태라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오히려 그녀를 크게 비난했다."너 이 계집애야, 정말 복에 겨워 복인 줄도 몰라보네. 천도준 같은 좋은 사위가 어디 있다고? 생긴 것도 잘생겼지, 능력도 있지, 애초에 네가 그에게 시집간 것 자체가 복에 겨운 짓이었는데, 왜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풀썩!오남미가 바닥에 쓰러진 채 가슴이 찢어지라 대성통곡했다.그러나 장수지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엄하게 질책했다."오남미, 잘 들어. 네가 만약 내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순순히 천도준에게 찾아가 재결합해 내 좋은 사위를 되찾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존에게 손목을 붙잡힌 어둠 속의 그자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조금 기뻐했다.천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너무 어두워서 철장 주위를 제외한 다른 곳은 손을 뻗어도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당신 누구야?"존은 그를 붙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이미 발견한 이상, 그는 눈앞의 이자가 다시 공격하는 것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이자가 공격하는 순간, 바로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어둠 속의 그자가 앞으로 한 발 내디뎌 철장 쪽의 불빛을 받자, 눈가에 난 지네 모양의 흉터가 드러났다."울프?"천도준이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너 방금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지?지난번 철장 안에서 그가 울프를 한 번 봐줬을 때, 당시 울프의 반응을 보건대 울프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조금 전 기회를 틈타 그를 공격하려 했을 것 같지 않았다."나, 나는 그냥 인사하고 싶었어.”울프가 조금 난감해하며 말했다."지하 격투 경기가 한창인 지금, 내가 만약 크게 소리쳐 너를 부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잖아?”천도준은 코를 문지르며 어색하게 웃었다."내게 인사하려면 조금 가까이 다가와 부르면 되잖아? 이런 곳에서 갑자기 어둠 속에서 손을 뻗으니, 존이 너를 오해하지 않을 수 없지.""내가 생각이 부족했어."울프가 멋쩍게 웃었다.울프를 다시 만난 천도준은 울프가 당시 철장 안에 있을 때랑 표정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철장 안에 있을 때, 울프는 어쩐지 피에 굶주린 맹수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랑 비교해 훨씬 온화해졌다.심지어, 조금 내성적이기까지 했다.“와!”어두운 지하 격투장 안에 갑자기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천도준이 깜짝 놀라 철창 안을 뒤 돌아보니, 격투 경기가 한창 치열해진 상태였다이 순간, 피비린내 나는 잔혹함이 남김없이 드러났다.한방 한방 제대로 꽂히는 가학적인 폭력이 가장 쉽게 인류의 본능을 자극했다."곧 승부가 갈
천도준은 키 작은 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조차 믿기지 않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저자의 보법이 어쩐지 기회를 엿보는 맹수처럼 느껴지네요. 아마도 저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기회를 기다렸다가 일격에 치명타를 날리게요.”존이 놀란 마음에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고는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그가 용병 생활을 할 때, 전장에서 겪은 전투는 철장 안의 싸움보다 훨씬 더 잔혹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투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해져 울프가 비교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울프 같은 전문가도 발견하지 못한 일을 실전 격투를 한 번 해본 도련님... 발견하다니!’이런 무서울 정도의 전투 본능은 존조차도 가슴이 떨리게 했다.천도준의 말이 막 끝나자마자, 철장 안에서 줄곧 얻어맞기만 하던 키 작은 자가 갑자기 소리를 내질렀다."아!""기회가 왔네요!"거의 동시에 천도준의 눈빛이 번뜩였다.철장 안에 있던 키 작은 자가 갑자기 몸을 굽히더니 앞으로 돌진해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하반신을 이용해 재빨리 일어나면서 마치 전투 도끼를 휘두르듯, 오른발에 힘을 실어 하마의 관자놀이를 힘껏 공격했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탑처럼 단단하던 하마의 몸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그대로 철장 안에 꼿꼿이 쓰러졌다.떠들썩하던 격투장이 순간 조용해졌다.모두가 깜짝 놀라 멍해졌다.이미 정해진 결말이 이 순간 바뀔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심판이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던 격투장 안에 또다시 격투선수를 응원해 대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정말.... 정말 역전했네?"울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철장 안을 바라보았다."휴...."천도준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금 전 모든 정신을 키 작은 자에게 집중한 탓에 그는 저도 모르게 전세를 따라 긴장하기 시작했다."도련님, 도련님의 강해지는 속도가 너무 놀랍네요.”존이 눈에 웃음기를 가득 담은 채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천도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천씨 가문 젊
천도준은 그만 멍해졌다.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울프를 바라보며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했다.울프가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제발, 당신을 따르게 해 줘요."천도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나는 단지 전투 경험을 쌓으러 왔을 뿐, 부하를 들이러 온 게 아니야."그는 울프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처음 지하 격투장에 오기 전에 존이 그에게 지하 격투장의 일부 일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지하 격투장에서 격투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 중 일부는 순수하게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그와 마찬가지로 격투에 참가해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해 지하 격투장에 온다고 했었다.또 다른 한 부류는 떳떳한 직업을 찾을 수 없는 자들로, 지하 격투장에서 격투 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보수를 받는 사람들이었다.당시 그는 두 부류의 사람 중, 어느 부류의 사람이 더 많은지 존에게 특별히 물어보기까지 했었다.존의 대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당시 존은 피식 웃더니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도련님,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 돈이 없는 자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천도준은 이 말을 통해 눈앞에 있는 울프의 대체적인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그는 이곳에 너무 깊게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왜 안 돼요?"울프가 깜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당신을 따르고 나서 보수를 안 받아도 돼요. 그저 밥만 먹여주면 돼요. 오직 당신의 명령에만 따를게요.”천도준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가면 속의 얼굴에 더욱 짙은 웃음기를 지었다.울프의 신분은 더 이상 추측할 필요가 없었다."미안하지만, 나는 단지 전투 경험을 쌓으러 왔을 뿐,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천도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난번 철장 안에서의 격투 경기에서 나는 단지 전투 경험을 쌓으려 했을 뿐이기에 너를 다치게 할 필요가 없었어. 그러니 너도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어.”이때 존이 다가왔다."도련님, 예약했어요. 세 번째 경기가
"그리고 저 지옥의 악귀라는 자는 마치 정말로 지옥에서 기어 나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악귀처럼 사람의 목숨을 취하려는 듯 급소만 공격해요. 지하 격투장에서 열 번의 경기에 참가했는데, 십 전 십 승으로, 셋이 죽고 여섯이 크게 다쳤으며 하나가 식물인간이 되었어요.”“흡-“지옥 악귀의 전적을 듣고 난 천도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무서울 정도의 백 퍼센트 승률은 제쳐두더라도, 그 결과만으로도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그는 존에게서 지하 격투장이 비록 피비린내가 나는 곳이라지만, 사실 치사율이 매우 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울프가 말했듯이, 오랫동안 지하 격투장에 몸담은 사람들은 모두 선택적으로 상대방에게 밥그릇을 남겨 주었다.조금 전 하마가 키 작은 자의 발길질에 걷어차여 죽었을 때, 장내가 조용해진 이유가 바로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천도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존을 바라보았다."존, 왜 내게 살인귀를 안배해 줬어요?”존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죽음이랑 가까워져야만 격투기의 참뜻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어요. 죽음이랑 가까워질수록 인체의 한계를 돌파하기 쉬워져요.”‘씨발!’아무리 천도준이라도 이때만큼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욕했다.그는 비록 최선을 다해 강해지고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용병으로 지내면서 목숨이 위험한 생활에 익숙해졌던 존은, 지금 내 목숨도 가지고 놀려고 하는구나.’"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예요."존은 천도준이 긴장한 것을 보고는 한 마디 위로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했다.그는 존의 실력을 어느 정도 엿본 적이 있어, 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존이 이렇게 말했으니 지옥의 악귀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거야.’‘존은 어쨌든 지옥의 염라대왕이잖아!’곧 심판의 시작 신호와 함께 장내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천도준은 얼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