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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노을빛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천도준과 고청하가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석양이 그 둘을 뒤덮어 그 장면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바로 이때,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자리를 좀 비켜줄까?"

아름다운 장면이 이 목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깨졌다.

고청하가 이 목소리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마치 깜짝 놀란 사슴처럼 펄쩍 뛰어 일어나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네로 돌아갔다. 그네에 앉은 뒤에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아… 어색하네.’

천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계단 입구 쪽에 있는 존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 저택을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며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왜 지금 나타나?’

"어쩌는 게 좋을 것 같아?"

존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계속해.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이리 돌아와!"

천도준이 존을 불렀다.

‘겨우 쌓은 분위기가 저자의 말 한마디에 깨졌는데, 지금 자리를 피해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지?’

설령 그가 계속하려 해도 고청하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천도준은 우울한 목소리로 존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어디 갔었어?"

존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나도 도련님의 좋은 일을 망칠 줄은 몰랐어. 만약 도련님에게 이런 좋은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면 맞아 죽더라도 바로 올라오지 않았을 거야.’

‘적어도 삼십 분은 기다렸다 올라왔을 거야.’

그러나 천도준이 그를 불렀으니, 그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안마의자가 하나 모자라, 조금 전에 사러 나갔다 왔어."

그는 천도준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했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로 도련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친구랑 대화하는 말투로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안마, 의자!"

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가 꽉 깨물었다.

‘안마의자 하나 때문에 내 좋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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