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오씨 가문은 화색이 가득하고 웃음꽃이 만발했다.오후, 오남미와 천태성은 천문동 별장을 떠나고 곧장 집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며 쇼핑을 했다.오남미에게 있어 이건 태성의 첫 가정 방문이었다.부모님을 만나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다행히 태성도 몹시 통이 크고 시원시원했다.백년 산삼, 백년 영지, 백년 된 담금주 그리고 특별히 장수지를 위해 고른 비취 팔찌까지.모든 물건을 다 더하면 가격이 2억을 훌쩍 넘었다.그에 오남미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우연한 만남 끝에 진짜 사랑을 만났다고 다시 한번 확신했다.그리고 천태성이 람보르기니를 몰고 오씨 가문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 순간 온 아파트 단지의 이목이 쏠렸다.오덕화와 장수지는 오남미가 람보르기니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순간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부부는 비록 차에 대해 잘 몰랐지만 오남준은 잘 알고 있었다.당시 오남준의 ‘저 차 최소 10억 이상이에요!’라는 말에 오덕화와 장수지는 놀라 머리가 다 멍해졌다.이내 천태성과 오남미는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집으로 들어섰고 풍성한 선물을 테이블에 놓은 그들은 이내 2억이 든 카드를 장수지에게 건네주었다.연달아 이어지는 충격에 오덕화와 장수지와 오남준은 도무지 눈 앞에 펼쳐진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마치 꿈만 같았다.이런 기분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그러다 날이 점차 어두워지고 나서야 세 사람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 오남미가 엄청난 재벌 2세를 물었다는 것이다!이제 오씨 집안은 부자가 될 수 있었다!식탁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했다.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값만 해도 오덕화의 한 달 월급이었다.하지만 오씨 집안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우스운 소리!천태성이 보낸 선물만 다 합쳐도 4억이 넘어가는 데 고작 한 달 월급으로 식사 대접하는 게 안될 게 뭐가 있단 말인가?오덕화든 장수지든 오남준이든 모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격분을 감추
”아우디?”미간을 찌푸린 천태성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얼만데요?”그 광경에 오남준은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 무슨 말이라도 잘못한 걸까?그래도 계속 말을 이었다.“한 6천만 원쯤 할 걸요.”오덕화와 장수지도 멍한 얼굴이었다.하지만 빠르게 반응한 장수지는 오남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얘도 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오남준은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오남미는 아예 다급해져서 천태성에게 해명했다.비록 왜 태성이 그런 표정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기왕 태성이 저런 표정을 드러냈다는 건 무조건 오남준의 잘못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천태성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남준아, 너는 남미 씨 동생이니까 앞으로는 가족이 될 거고 그러면 내 동생이나 다름없지. 6천만짜리 차를 타고 다니기엔 너무 초라하니까 내일 내가 차 사줄게. 2억 밑으로는 고민도 하지 마.”쿵!오씨 집안 사람들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2, 2억?2억 밑으로는 고민도 하지 말라고?세상에!오남미의 가녀린 몸이 흠칫 떨렸다. 온몸에 열이 나면서 당장이라도 천태성의 품에 파고들어가고 싶었다.오덕화는 멍한 얼굴이었다. 심장이 두근대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장수지는 아예 흥분에 겨워 테이블 아래로 내린 손으로 오덕화의 다리에 핏줄기를 몇 개나 긁어댔다.천태성을 보는 눈빛은 더욱더 빛나다 못해 불티가 튈 지경이었다.“태성이 형, 아니 매형. 그, 그 말 진짜예요?”오남준은 아예 펄쩍 뛰어오르더니 천태성의 팔을 덥석 잡고 흥분하며 물었다.너무 힘이 강했던 탓인지 천태성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장수지의 표정이 굳더니 젓가락을 오남준에게도 던졌다.“녀석, 뭐 하는 거야?”이전의 천도준이었다면 장수지는 절대로 오남준의 이런 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오남준이 천도준과 싸운다고 해도 오씨 집안 사람들은 무조건 오남준의 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천태성은 장수지의 눈에 귀한 사위였다.그것도 돈이 아주
어두운 밤.람보르기니는 노란색 번개처럼 도로 위를 질주했다.오남미는 봄기운이 살랑이는 듯 홀가분해져 기분이 좋아졌다.태성의 등장에 그녀는 다시 집의 기분을 느꼈다.몇 개월간의 악몽이 드디어 끝이 났다.심지어, 오남미는 하늘이 일부러 몇 개월간의 악몽을 대가로 태성의 등장을 맞바꾸어 태성을 자신의 곁으로 보내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비 온 뒤의 하늘은 더욱더 맑은 편이니 말이다!“태성 씨, 사랑해요.”오남미는 진심으로 온화하게 말했다.천태성은 운전을 하고 있어 앞만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입으로는 대답을 해줬다.“나도 사랑해요.”“오늘밤 전 당신의 것이에요.”“당신은 영원히 제 거예요.”달콤한 애정표현에 오남미는 얼굴이 붉어지며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천태성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지만 반짝이는 두 눈에는 한기가 가득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에게 있어 천하의 재부를 장악하고 있는 천씨 가문의 엘리트로서 더욱이 다음 가주 자리를 경쟁하는 강대한 경쟁자로서, 그의 주변에는 미녀가 부족하지는 않았다.오남미는 확실히 아름다웠지만 천태성의 눈에는 평범하기에 그지없었다.그보다 더 예쁜 여자를 그는 질리도록 가지고 놀았었다.만약 천도준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오남미 같은 건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오남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지금의 오남미는 사랑에 완전히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동경과 환상, 행복과 달콤함에 젖어 있었다.천문동 별장 단지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이 지역의 제일 고급 단지로 야경마저도 제일 아름다운 곳이었다.찬란한 불빛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마치 유토피아 같았다.람보르기니에 탄 오남미는 그 광경에 기분이 마구 들떴다. 이건 그녀가 이 부촌에서 머무는 첫 번째 밤이었다!“만약 천도준 그 개자식이 알게 된다면 분명 화가 나 죽으려고 하겠지??”“천도준, 네까짓 게 뭐라고. 그 정도 돈이라면 태성 씨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주제
“존….”이수용은 맥주를 맛만 보는 수준에서 그쳐, 존이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은 것을 깨닫고는 경고를 했다.하지만 천도준은 손을 들어 이수용을 막았다.이런 일을 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고 존이 왜 묻는지도 이해했다.그것을 본 존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천도준의 질문에 답을 했다.천도준은 미소를 지었다.“멍청한 사람은 도구 취급이나 당하면서도 운명이라고 생각하죠. 전 그저 구경꾼에 불과한데 담담하지 않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이수용이 미간을 찌푸렸다.존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그럼 왜 화가 난다는 겁니까?”천도준은 고개를 젖혀 맥주를 들이켠 뒤 환하게 웃었다.“전 제가 안목이 없었던 것이 밉고 천태성의 악랄한 계략에 화가 난 겁니다.”존과 이수용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정말로 그게 다인걸까?그러나.바로 이수용이 시선을 거두려고 할 때 그의 두 눈에 시린 한기가 번뜩이더니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 광경을 천도준과 존도 정확하게 발견했다.두 사람은 동시에 의혹을 드러냈다.천도준은 등을 지고 있었던 탓에 고개를 돌렸을 때, 이수용이 보고 있는 쪽을 이미 바라본 존은 맞은편의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미친! 젠장!”펑!존은 분노에 차 욕설을 뱉으며 들고 있던 술병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쳤다. 힘이 너무 강했던 탓에 맥주병은 그대로 깨져버렸다.그와 동시에,천도준도 고개를 돌려 맞은편 별장의 베란다를 쳐다봤다.시린 한기가 순식간에 얼굴에 드리웠다.눈빛에는 짙은 분노가 가득했다.따지고 보면 별장은 사생활 보호가 아주 철저해 다른 별장 내의 상황을 훔쳐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하지만 맞은편 별장의 베란다는 은밀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비록 빛이 어둡다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두 사람은 명확하게 보였다.게다가 얼굴을 알아보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어두운 불빛 아래서 오남미와 천태성은 서로 끌어안고 있었고, 끈적하기 그지없었다.그리고 존이 맥주병을 깨부수는 기척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이쪽을 바라봤다.그 찰나.오남미
이어서 안경 뒤 천태성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오남미 역시 씩씩거리며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천태성을 떠났다.쌀쌀한 밤바람도 두 사람의 분노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오남미가 별장 맞은편을 노려보았을 땐 천도준, 이수용과 존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오남미는 붉은 입술을 꽉 깨물며 중얼거렸다. 밀물 밀려오듯 수치심이 밀려오며 분노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이게 아닌데!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머릿속으로 천도준이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을 수없이 예상했건만 천도준이 그렇게 태연하게 한 마디 내뱉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말투에 역력히 묻어있던 경멸은 오히려 그녀에게 수치심을 안겼다.“먼저 내려가 있어.”맞은편 별장의 테라스를 바라보며 말하는 천태성의 목소리가 냉담했다.오남미는 잠시 멈칫했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분고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조금 전 천도준의 말은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박혔다.천태성과 더 스릴을 즐길 기분도 아니었다.오남미가 떠나고 천태성은 콧등의 안경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어스름한 조명 아래 잔잔한 그의 얼굴에 분노가 일렁였다. 그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공기까지 차갑게 얼어버릴 만큼 온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자존심이 짓밟히고 분노에 가득 찬 네 표정을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태연할 줄이야. 태영이 네 손에 다리 하나 잃은 게 어쩌면 그리 억울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천태성은 피식 냉소를 지으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오남미도 이젠 쓸모없네.”별장 안.천도준은 오남미 때문에 취기가 싹 가신 지 오래였다.그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이수용과 존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도련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천태성의 격투 기술도 제가 코치해 줬었지 않습니까”참다못한 존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감히 천도준의 아내를 모욕하다니.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아붙일 필요까지는 없었다.하찮은 원한도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마는 천태성이 반드시 천
“내용이 뭔데요?”천도준이 물었다.“천씨 가문의 자손들은 친족에게 상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가문에서 추방하고 족보에서 제명한다. 설사 상속자일지라도 상속 자격을 박탈한다.”아주 무거운 징벌이었다.“어르신, 저는 처음 들어요!”존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너나 나나 노예 출신인데 어찌 이런 가법을 알 수 배울 권한이 있었겠어? 그때 내가 가주를 따르면서 공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나도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야!”이수용이 가볍게 존을 흘기며 대답했다.가족 구성원, 더 나아가서는 후계자의 자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법을 일반 노예에게 알 자격이 주어질 리가 만무했다.이수용의 말에 천도준의 미간이 깊게 팼다. 당최 이해 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이 가법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천태성이 오남미를 이용하여 그를 격노케 하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다만 의심스러운 것은 그도 전에 똑같은 방식으로 천태성을 상대했다는 점이었다.“어르신, 제가 천태영의 다리를 부러뜨린 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천도준이 물었다.“이 가법대로라면 전 후계자 자격을 박탈... 아니,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겠네요.”심각한 표정의 천도준을 보며 이수용이 씩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정말 똑같은지.”천도준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별안간 뭔가 깨달았다는 듯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지난번 리빙턴 호텔에서 천태영과 싸움을 벌인 건 순전히 고청하 때문이었다.천태영이 먼저 고청하를 건드리면서 싸움이 시작되었고 선제공격을 한 사람 역시 천태영이었다. 게다가 천태영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 역시 천도준이 아니라 존이었다.이것과 천태성의 수는 얼핏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달랐다.오남미가 비록 그의 전처이긴 하지만 이혼과 동시에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남이었다.천태성이 “전처”를 이용하여 그의 자존심을 짓밟고 도발하고 손을 써서 그를 다치게 한 건 엄연히 가법을 어긴 행위였다.천도준의 반응을
짙은 울분과 유감이 묻어나는 말에 이수용과 존은 조용히 주먹을 말아쥐었다.출생이라는 두 글자는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겉모습만 보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바다 밑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사람 죽이는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힐 수도 있죠.”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천도준을 보며 이수용과 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천도준은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어르신, 도련님께 무슨 좋은 방도라도 생긴 것일까요?”존의 물음에 이수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째 보면 볼수록 도련님과 회장님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그렇게 밤이 깊었다.이튿날.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유리창에 스며들었다.이와 상반되게도 천태성의 별장은 온기 없이 서늘했다.탁!천태성은 곤히 잠들어 있는 오남미의 위에 옷가지를 던지며 무심히 한마디 했다.“꺼져.”어젯밤 두 사람에게도 평소와 다른 공기가 흘렀다. 오남미가 그와 한침대에서 자고 싶어 했지만 당연하게도 천태성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두 사람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잠에서 깬 오남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태성을 바라보며 물었다.“태성아... 너, 너 왜 그래?”“꺼지라고.”서릿발같이 쌀쌀한 얼굴에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였다.오남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그의 변화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천태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을 운운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오남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옷을 챙겨입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천태성의 발치로 다가가 천태성의 바짓가랑이를 꽉 부여잡았다.“태성아,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알려줘. 내가 고칠게... 나 꼭 고칠 수 있어.”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의 맛을 본 오남미는 죽어도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하!”천태성은 비웃음과 함께 머리와 고개를 숙여 오남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난 단지 몇억 들여서 널 가지고 재미 좀 본 거야. 고작 몇억은 나에게 푼돈이거든. 돈은 숫자에 불과해.”천태성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남미의 어깨를 걷어찼다. “이런 게 다 사랑이라면, 다른 여자에게는 몇십억씩 썼는데? 그럼 걔도 내 앞에서 목매달아야 하겠네?”이 말에 오남미는 얼어붙었다.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늘렸다. 고작 재미를 위해 몇억을 쓴다고?그거뿐이야?오남미는 떠나려는 천태성을 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었다. 맞아, 죽는 거야!진짜 죽으려고 든다면 천태성이 돌아올 거야!오남미는 미친 사람처럼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정교한 도자기 집어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쨍그랑!” 그러고는 도가지 조각을 집어 들고 목에 댔다.“태성 씨, 날 버린다면, 나 진짜 당신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너무 흥분한 나머지 오남미의 손과 목은 도자기 조각에 찔려 피를 흘렸다. 뒤돌아 이 광경을 본 천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죽고 싶다면 죽어. 그런데 여길 더럽히지 말아 줄래? 나 여기서 오래 묶을 거거든. 거기 깔린 카펫 말이야, 페르시아 카펫이야. 미터당 5천만 원이라고. 더러워지면 청소하기 골치 아파.”쿵!오남미는 벼락에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태성의 말 한마디는 그녀를 끝이 보이지 않은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내가...카펫보다 못해?얼마나 정이 없으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그리고 있잖아. 네 목숨은 나에게 하나도 쓸모없거든? 자살이 뭐야. 널 죽인다고 해도 난 꿈쩍 안 해.” 천태성의 말에는 끝없는 냉기가 돌았다.“허...”오남미는 무너져 버렸다. 그녀는 이내 도자기 조각을 버리고 일어나 천태성을 울부짖으며 노려봤다. “태성 씨! 내가 진짜 눈이 멀어 당신을 선택한 거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