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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강제 키스

나는 깜짝 놀랐다.

“왜?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

“정아하고 배인호가 싸우고 있어. 네가 빨리 와야 해. 주소 보내 줄 테니까, 빨리빨리!”

민정이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 옷이나 걸치고 집을 나섰다.

내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은 룸에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의 신분 때문에 금방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것이다.

내가 온 것을 보고 민정이는 나를 잡아당겨 정아 옆에 앉혔다. 정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큰 눈으로 배인호를 째려 보고 있었다. 둘은 마치 철천지원수 같았다.

배인호도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맞은 편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고 옆에 노성민은 겁을 잔뜩 먹고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형수님, 죄송해요. 친구분이 오해한 것 같아요. 사실 그 여자들은 제가 데리고 온 거고 인호형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노성민은 배인호 보다 4살 어렸다. 처음으로 나를 형수님이라고 부른 것 같다.

“헛소리하지 마. 그 여자 가슴에 네 그 인호형이 얼굴을 아주 파묻고 있더만, 그래도 아무 사이 아니야?”

정아는 노성민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노성민은 거의 울 것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암컷 사자를 맞닥트린 것 같았다. 아주 무서워 죽을 것 같지?

배인호는 싸늘하게 정아를 훑어 보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눈빛을 못 본 척 정아를 다독였다.

“정아야, 괜찮아. 네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 한 거야. 분명 그 여자들은 성민 씨가 부른 걸 거야. 인호 씨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런 가슴만 큰 여자들 안 좋아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아의 남편이 그녀를 배신한 줄 알것이다.

룸에는 정적만이 돌았다.

“지영아, 너 진심이야?”

정아는 민정이를 한번 보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물었다. 그녀도 내가 배인호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침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아도 오늘 밤은 참지 못하고 배인호를 욕했지만, 그를 수년간 사랑한 나의 마음은 물 흐르듯 평온했다.

“그럼 당연하지. 됐어. 일어나자, 우리도 술 마시러 가자. 내가 살게.”

나는 한 손으로 정아를 잡고 한 손으로 민정이를 일으키며 배인호에겐 시선을 단 1초도 주지 않았다.

“형, 형 다들 갔어요. 형수님...”

노성민은 놀랐는지 멍하니 배인호에게 말했다.

“누가 형수님이야?”

배인호는 차갑게 말했지만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했다. 룸을 나가려던 찰나 나는 분명히 들었다. 나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파왔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래 그 ‘형수님’ 소리는 서란에게 해주면 되겠네.

우리는 셋은 빈자리를 찾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민정이는 오늘 금방 공연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서 정아가 한잔하려던 차에 배인호와 여자들이 술을 마시는 걸 보고 술김에 나 대신 화를 내준 것이다. 정아가 여자여서 다행이지 아니면 한 대 맞았을 수도 있었다.

정아는 내게 다시 물었다.

“지영아, 너 정말 배인호를 완전히 내려놓은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하다.

“그래, 우리 지영이 멋있다. 10년의 감정도 바로 내려놓고.”

정아는 술잔을 들어 원샷했다.

“멋진 여자야!”

민정이고 원샷을 했다. 셋이서 한창 재밌게 놀고 있을 때 민정이 남친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 그녀의 연애는 우리 넷 중에서 가장 순탄했다. 남자친구와 나이 차이도 많지 않았고 양가 부모님들도 이미 혼담을 나누고 계셨다.

민정이는 엄격한 남자친구의 전화에 바로 몸을 일으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얘들아, 나 우리 집 강아지 밥 주러 가야겠어. 나 먼저 간다!”

“젠장, 너도 우유 먹여주러 가니?”

정아는 일부러 민정이를 놀렸다.

“어우, 변태야!”

민정이는 웃으며 욕을 날리곤 신속히 사라졌다.

민정이가 가고 나는 계산을 했다. 정아와도 헤어지고 청담동으로 돌아오니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샴푸 향과 열기가 안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수증기와 함께 상반신은 가리지 않은 채 허리에 수건만 두르고 훤칠하고 단단한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며 걸어 나왔다.

나는 귀신을 본 것처럼 배인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선은 나도 모르게 그의 전신을 훑었다.

말하면 내가 불쌍해 지지만 그와 결혼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거의 알몸을 보았다.

“여기 내 욕실이에요.”

몇 초의 침묵이 흐르고 배인호에게 말했다.

결혼하고 내가 침실을 쓰고 그는 집에 오면 게스트룸과 서재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침실에 욕실도 같이 달려 있었다.

“왜 불만이야?”

배인호는 머리를 털며 평온하게 말했다.

“불만은 없어요. 당신 몸매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손해 볼 것 없죠.”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만약 배인호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털터리라도 완벽한 껍데기로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기에는 충분했다.

배인호는 느긋하게 나를 바라보더니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와서 나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욕실 안의 가득했던 수증기가 거의 사라져 배인호의 배에 잡힌 복근들이 더 자세히 보였다. 보기 좋게 잡힌 근육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쇄골 뼈와 어우러져 참지 못하고 만져 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꾹 참았다.

“나 샤워할 거니깐 나가 줄래요?”

나는 몸을 비켜 배인호가 나갈 수 있게 길을 내어 주었다.

한순간 그의 손이 나의 뒤통수를 잡았다. 온몸의 힘이 발끝에 쏠리는 것 같았다. 배인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나의 입술에 입 맞췄다. 은은한 민트향이 입술 사이로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 반응도 없자 그는 좀 더 깊게 다가왔다. 그의 키스 실력은 대단했다. 나는 그의 호흡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그가 리드 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뜨거운 열기에 나는 숨이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온몸에 열기가 올라 땀이 났다. 욕실에는 뜨겁고 농염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배인호를 밀치려던 손은 오히려 그에게 잡혀 머리 위로 올라갔다. 이 자세는 몸을 더 가까이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받아들일까? 전생에 못 풀었던 한을 이번 생에 풀어 볼까. 어차피 배인호가 서란을 만나기 전이고 나는 그와 합법적인 부부이니 안될 것도 없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눈을 감고 그에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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