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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냉대를 받다

“빈아. 만약에 진짜 엄마랑 가고 싶다면 아줌마는 너 많이 보고 싶을 거야.”

결국 내가 내뱉은 말은 이처럼 온도 없는 대답이 되었다.

빈이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얌전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가 빈이 보고 싶어 할 거라는 거 알아요. 크면 꼭 다시 보러 올게요.”

나는 마음이 어수선했다. 내 능력으로 아이 하나쯤 더 키우는 건 문제 없었다. 전에 불임 판정을 받았을 때 입양에 대해서도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빈이의 신분이 문제였다.

“응. 아줌마도 시간 나면 보러 갈게.”

결국 난 마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민설아가 그렇게 쉽게 아이를 내게 넘겨줄 리가 없었다.

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했다.

“아줌마, 안아보고 싶어요.”

나는 허리를 숙여 빈이를 안아주었다.

“그래요, 그럼 저는 대디 찾으러 가요.”

빈이는 얼른 나를 풀어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빈이를 데려다주려 했으나 그가 거절했다.

“아줌마, 빈이 혼자 올라가면 돼요. 아줌마도 엄청 바쁘잖아요. 자주 보러 오지 않아도 돼요. 보디가드 아저씨 둘이나 있는데 심심하지 않아요. 같이 카드 게임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보면 돼요.”

빈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 시간을 뺏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빈이를 보며 멈칫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빈이는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병원에서 나갔다. 아빠를 봤으니 이제 아이를 보러 가야 했다.

차에 올라탔는데 배인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가 물었다.

“아까 빈이한테 뭐라 한 거야?”

“아니요. 별말 안 했는데? 왜요?”

내 가슴이 조여왔다.

“올라와서는 말도 안 하고 갑자기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한참을 울더라고.”

배인호의 말투에서 난감함이 느껴졌다.

나는 마음이 먹먹했다. 아까 내 반응에 상처받은 게 분명했다. 그렇게 말하지 말 걸 그랬다. 빈이에게 희망을 주고 또 실망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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