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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이모건이 찾아오다

아빠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엄마가 막았다.

무엇이든 도가 넘으면 역효과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나와 배인호는 아직 재결합의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데 더 자극하다가 나의 반항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엄마는 나를 잘 알았다. 전에 모녀 사이에 틈이 생길 뻔한 이유도 너무 강압적으로 내 감정에 관여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빠, 됐어요. 잘 쉬고 계세요.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나는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

집에 돌아오니 골치 아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모건이 우리 집 앞에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 집 대문을 훑어봤다.

세희는 요즘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다. 정서가 안정적이지 않아 별로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의 두 아이를 돌봤다. 귀여운 두 아이를 보며 마음의 병을 치료하려고 했다.

이모건을 본 순간 내 마음이 조여왔다.

나는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즉시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빨리 어딘가 숨어 있으라고 말이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나는 태연한 척 차에서 내렸다.

“허지영 씨.”

나를 본 이모건은 이국적인 외모로 약간은 가식적으로 웃었다. 그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외국인의 발음이 조금씩 들렸다.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제 여자 친구 여기에 있나요?”

여자 친구라니,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영국에 약혼녀까지 있는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세희를 자기 여자 친구라고 부르는지 의문이었다. 영국에 요즘 들어 일부다처제가 유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안한데, 이모건 씨 여자 친구가 누구죠?”

나는 가방을 들고 이모건 앞으로 걸어가 낯선 말투로 물었다.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고요?”

“여자 친구와 조금 다퉜어요. 전화를 안 받아주더라고요. 정아와 민정이네는 이미 찾았는데 없었어요. 그래서 이쪽으로 온 거예요.”

이모건은 내가 이렇게 비꼬아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미소를 유지했다. 하지만 눈가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나는 이모건 어머니의 신분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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