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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만회하려 하다

“인호야, 지영이 아픈 거 아니니까, 그 이유로 찾아오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엄마는 내가 망설이자 대신 털어놓았다.

배인호는 우리 엄마의 말을 듣더니 눈이 반짝였다. 나를 보는 눈빛에서 탐구의 의미가 보였다.

마음이 켕기지 않는다면 거짓이었다. 인생에는 난처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평생 갈고 닦은 연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나는 배인호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네, 엄마 말이 맞아요. 병원 오진이에요.”

엄마와 아빠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마도 오진은 무슨, 일부러 불쌍한 척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딱히 이 점을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무슨 용건 더 있어? 없으면 가봐. 나도 인제 그만 쉴 거야.”

아빠가 전혀 배인호를 배려하지 않고 내쫓았다. 그러고는 아이처럼 눕자마자 이불을 덮은 채 자는 척했다.

“인호 씨, 무슨 일 있으면 나랑 얘기해요. 나가요.”

미안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해서 그런지 배인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계속 엄마, 아빠의 냉대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배인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엄마가 한 말에 크게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태연하게 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하더니 몸을 돌렸다.

부모님은 내가 배인호와 나가서 얘기하려고 하자 다급하게 나를 말리려 했지만 내가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둘은 내키지 않아도 결국 가만히 있었다.

복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 층은 다 고급 병실이라 조용한 편이었다. 가끔 몇몇 간호사만 갔다 왔다 했다.

나와 배인호는 부모님이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듣지 못하게 나란히 걸어 나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미안해요. 오진이라는 거 진작에 알려줬어야 했는데, 바빠서 까먹었어요.”

“이번엔 오진 아니래?”

배인호가 되물었다. 눈빛으로는 그의 기분을 가늠할 수 없었다.

“네, 이번에는 오진 아니래요. 만약에 나한테 속았다고 생각해서 전에 나한테 약속한 그 조건…”

나는 알게 모르게 이 포인트를 짚었다. 내가 제일 묻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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