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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취조를 받다

깜짝 놀랐다. 도대체 정아는 이런 남자들을 어디서 찾은 걸까?

술기운이 올라온 나는 일부러 발끝을 들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럼 내가 얼마나 외로움을 잘 참아내는지 봐야겠네.”

나는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이런 유형의 남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속으로 엉큼한 생각을 하는 남자는 더 별로였다.

정아는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걸어오자 재빨리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나 더는 못 마시겠어. 집에 가서 잘래.”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취하면 돌아가서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 것이다.

“나도 돌아갈래. 휴... 래일 또 출근이야.”

세희도 일어나며 투정을 부렸다.

정아는 입을 삐죽거렸다.

“이제 몇 신데. 너네 다가면 나 혼자서 무슨 재미야. 가자 가자!”

그녀는 가서 계산을 마치고 훈남들에게 인사하고 우리 셋은 떠났다.

우리는 각자 기사님들을 불러 헤어졌다. 정아는 도둑처럼 웃으며 말했다.

“지영아, 너 이렇게 나와서 훈남들이랑 술 마시면 너희 집 배인호가 질투 안 해?”

“그 사람 얘기 꺼내지도 마. 부정 타.”

나는 차에 타서 정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 기사님에게 친정으로 가달라고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

집 앞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바람에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기사님, 무슨 일이에요?”

“사모님, 아무래도 배 사장님 차인 것 같습니다.”

이 기사님이 가리키는 쪽에 부가티가 보였다. 배인호가 왜 우리 집 가는 길에 있지? 나는 태양혈을 누르며 말했다.

“됐어요. 이 기사님 너무 늦었는데 제 차 운전해서 퇴근하세요.”

“알겠습니다.”

이 기사의 운전 실력은 훌륭했다. 좁은 골목에서 부드럽게 차를 돌려 떠났다.

여기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집이었다. 나는 부가티를 지나쳐 집으로 가려고 했다.

배인호가 차에서 내려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

“설명해. 이게 무슨 짓이야?”

배인호가 인스타를 내게 보여 주었다. 이건 아까 화장실 앞에서 내가 일부러 그 남자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 아닌가? 나는 까치발을 하고 얼굴을 남자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있었고 분위기가 조금 야릇하긴 했다.

다시 보니 정아가 올린 것이었다. 정아는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 아래에 글까지 덧붙였다.

「세상 어디엔들 훈남이 없겠어. 우리 지영이 드디어 생각을 바꿨네.」

“풋!”

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맞는 말이네.”

“허지영!”

배인호는 싸늘한 얼굴을 하고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당신이 말했잖아요. 각자 알아서 놀자고. 근데 왜 이렇게 찾아와서 취조 하듯 하는 거예요?”

나는 태도를 바로잡고 배인호에게 물었다.

배인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각자 놀아. 근데 누가 이런 거 올리래?”

나는 깜빡할 뻔했다. 나와 배인호의 주변 사람들이 비슷하다는걸. 정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인스타에 올리면 아마 배인호의 친구들도 볼 것이고 그가 평소 별로 상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일을 웃음거리고 삼을 것이다.

남자가 과연 자신의 자존심을 긁는 일을 눈감아 줄 수 있을까? 그것도 고귀한 신분의 배인호가. 아까 정아가 몰래 웃는 모습이 이상했는데, 배인호를 골탕 먹일 생각에 신났었나 보다.

“알았어요. 다음부터 못 올리게 할게요.”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 여기서 더 배인호와 실랑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빨리 침대에 눕고 싶었다.

말을 마친 나는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배인호가 손목을 잡았다. 가뜩이나 마른 나의 손목은 부러질 것 같았다. 나는 고통스러워 하며 말했다.

“아파...”

그리고 신속하게 고개를 숙여 배인호의 팔을 깨물었다. 배인호는 나의 돌발 행동에 적잖이 놀랐는지 나를 뿌리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팔에 단단한 근육을 더 세게 물었다.

“미쳤어?”

배인호는 그제야 나를 뿌리치고 나의 목덜미를 강아지 들어 올리듯 잡았다. 내가 깨문 자리에는 치아 자국까지 완벽하게 남았다.

나의 어두운 눈빛으로 배인호를 쳐다봤다. 마음속에 묻어뒀던 소름 끼치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그의 몸에 나의 흔적 한 번도 남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전생에 서란이 그의 목에 남긴 키스 마크를 나는 몇 번이나 발견했다. 그 당시 아마 둘은 뜨겁게 사랑했을 것이다. 깨문 자국이라도 남기니 조금 후련했다.

“배인호, 당신이 나한테 따져 물을 자격이 있어요? 몇 년 동안 당신하고 스캔들 난 여자들 세려면 열 손가락도 모자라요. 내가 당신 쪽팔리게 했다고? 그럼, 뒤에서 나를 비웃는 사람은 없겠어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조금 나는 걸 보니 내가 그를 피나게 물었나 보다.

배인호는 차갑게 대답했다.

“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애초에 나하고 결혼하라는 할아버지 말에 누가 대답하라고 강요했어?”

당연히 아니다. 그때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누가 대답하지 않으면 아마 내가 협박했을 것이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애정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인호도 결국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맞아요. 내가 선택했어요. 근데 사람은 변하잖아요. 난 이제 생각을 바꿨어요. 더 이상 희망 같은 거 없어요. 됐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안돼!”

배인호는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

“넌 선택하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했어. 그러니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지.”

“인호 씨, 믿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당신이 나에게 먼저 이혼하자고 할 거예요. 날 영원히 당신 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건 당신 아니에요?”

나는 대뜸 물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배인호는 차갑게 나를 봤다.

“허지영, 너 바람 아니야?”

그의 복수심이 너무 강했다. 자기도 손해 보면서 나도 상처받길 바라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후... 왜 안 믿어요? 두고 봐요. 당신은 분명 날 놔줄 거예요. 오늘은 너무 많이 마셔서 이만 집에 가서 잘래요. 당신도 이제 돌아가요.”

“청담동으로 가.”

배인호는 나를 가볍게 들러 메고 차로 데려갔다. 친정에 못 있게 하겠다는 건가? 나는 강하게 반항했다.

“싫어요. 안 가요. 문 열어요!”

배인호는 그저 한번 째려볼 분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빠르게 차를 몰아 청담동으로 향했다. 나는 짜증을 내며 배인호를 쳐다봤다.

“다시 데려다줘요. 두고 온 물건 있어요.”

“뭔데?”

그는 태연하게 물었다.

“한약이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한약 한번 먹기 이렇게 힘들어 서야.

“불치병에라도 걸렸어?”

그는 정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었다. 그러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가 망하길 바랐다. 모두 그에게 밟혀 무너진 사람들이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런 건 아니에요. 너무 말라서 보약 좀 먹는 거예요. 글래머로 거듭 나려고.”

배인호는 뭐가 생각났는지 원래도 차가웠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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