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둘째 아들 소한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건 시한폭탄과도 같은 거야. 내일 네가 방법을 생각해 내서 나와 지훈이가 우연히 만날 수 있게 도와줘. 내가 연이에 대해서 돌려서라도 말하게.” “엄마.” 소한용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매제한테 내일에 또 동생이 소씨 집안의 사람이란 것까지 밝히면 매제는 속았다고 생각하고 더 화가 날 게 뻔하지 않나요?” “화가 나려면 한 번에 나야지. 한참 뒤에 다시 화나는 것보다 나아!” 주옥금은 말했다. 소한용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송유리 사이의 일도 다 처리하지 못했는데 지금 여동생과 매제의 일로 속을 썩이다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는 밤새도록 스카이 팰리스에서 지키고 있기로 마음먹었다. 망원경을 통해 그는 남지훈이 모래주머니에 한 주먹 한 주먹 내리꽂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퍽! 주먹에 맞아 날아가는 모래주머니를 본 소한용은 깜짝 놀랐다. “깜짝이야! 얼마나 화가 난 거야?” 남지훈은 모래주머니에 다른 끈을 묶고는 다시 걸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는 이미 꺼진 상태였다. 온 밤잠을 설칠 게 뻔했다. 남지훈은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만 때렸으며 끈도 세 번이나 바꿨다. 아침에 일어난 남지훈의 주먹은 온통 빨갰다.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를 때렸지만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핸드폰을 들어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 그는 아침을 먹을 입맛도 없었다. 남지훈이 문을 나서는 것을 본 소한용은 핸드폰을 꺼내어 먼저 소연에게 문자로 남지훈이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만 때렸다고 말해주고는 다시 주옥금한테 전화를 걸어 남지훈이 외출한다는 것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은 문자에 답장했다. “걔가 모래주머니를 때리건 말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온 집안을 다 부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다른 한편, 회사에 도착한 남지훈이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주옥금은 송태수의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집안은 왕래가 잦았기에 소연이 S 그룹의 대표로 있는 사실을 송태수도 알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예상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거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남지훈더러 송태수에게 전화를 걸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주옥금에게는 자세히 설명할 기회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T그룹의 대표마저도 그렇게 말하니 그녀가 이제 와서 설명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주옥금은 좋은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일을 그르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소연과 송태수가 말을 맞췄을 줄도 몰랐고 송태수도 그녀가 남지훈의 바로 옆에 있는 줄은 몰랐다. 남지훈은 전화를 끊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줌마, 저는 당신보다 송태수를 더 믿어요.” 이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남지훈은 주옥금을 전에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소연과 주옥금이 조금 닮았을지라도 흔한 일이라 생각했다. 주옥금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남지훈이 믿을 수 있을까? “그럼 또 다른 할 말이라도 있으신지?” 남지훈이 물었다. “아... 아니요.” 주옥금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럼 저는 이만 출근해 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남지훈은 주옥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남지훈이 떠나는 것을 본 소한용은 급히 달려와 물었다. “엄마! 어떻게 됐어요?” 주옥금은 울고 싶었다. “한용아, 엄마가 일을 다 망친 것 같아...... 가자! 네 동생을 찾아야겠어!” 남지훈한테는 돌파구가 없으니 자기 딸한테서라도 얻을 생각이었다. 회사에 도착한 남지훈은 한참을 앉아서 책을 읽다가 소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체적인 내용은 소연의 이모가 자신을 찾아왔으며 소연이 소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말했다는 등이었다. 소연은 답장이 없었다. 남지훈은 다시 책을 들었다. 책이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정말 자신을 무시하기로
그녀는 말했다. “이번 일은 잠시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밤새 화를 내던 그녀도 이제는 화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래!” 주옥금은 말했다. “지훈이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송태수와 의형제를 맺은 걸 봐서는 별문제가 없을 거야. 너와 지훈이가 정말 이루어진다면 소씨 집안과 송씨 집안의 일들도 해결하고 그럼 네 오빠가 송유리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엄마도 너와 소씨 가문의 이익을 맞바꾸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응원할게.” 소연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엄마와 둘째 오빠를 마중했다. 동시에, 소연은 핸드폰을 꺼내서 남지훈에게 문자를 보내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라고 말했다. 남지훈이 문자를 받지 않자 소연은 몸을 일으켰다. 남가현한테 가서 방법을 구할 생각이었다. 지훈은 문자를 한눈으로 본 후 핸드폰을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마침 남지훈이 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무슨 생각 해요?” 한참을 고민에 빠져있을 때 이현수가 남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떻게 기술 난점을 돌파할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지훈이 대답했다. 이현수는 엄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역시 대단하세요! 이미 이렇게 훌륭하신데 계속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대승 테크의 기술은 지훈 씨 없으면 안 돼요!” 남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다 같이 노력해야죠!” “맞아요, 일 보세요.” 이현수가 말했다. “저는 고객 몇 분 좀 뵙고 오랴고요. 명덕 테크의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주문량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모이면 적지 않을거에요!” “그래요.” 남지훈은 손을 저었다. 이현수가 고객을 책임지고 맡았기에 남지훈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두 그룹의 테스트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지훈은 너무나도 한가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지훈은 갑자기 누나한테 가보고 싶었다. 지훈이 도착했을 때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누나.” 지훈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남가현을
“동생 기분이 안 좋나 봐?” 그녀가 물었다. 남지훈의 안색을 살펴보던 누님은 단번에 남지훈의 기분을 파악했다. 그녀는 말했다. “누나가 재밌는 곳 데려가 줄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을 거야. 남자들은 무조건 좋아할걸!”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의 얼굴이 빨개졌다. 누님이 말한 곳은 남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 좋아할 곳이라면 바로 그곳밖에 없을 것이었다. 남지훈은 누님이 정말로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친누나가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한다니. 남가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나 거리낌이 없다고? “뭐 하는 겁니까?” 누님은 두 남매의 좋지 못한 안색을 보고는 말했다. “가현아, 내가 네 동생을 데리고 여자나 가지고 놀가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희!” “권투장이야! 남자들은 다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라도 풀면 괜찮아질 거야!” 말문이 막혔던 남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님이 자신을 데리고 그렇고 그런 곳에라도 갔더라면 얼마나 어색했을까. 남가현도 어색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누님은 간단하게 케어를 받고는 오후에 남지훈을 데리고 떠났다. 저녁에도 갈 곳이 없었던 남지훈은 권투장에 가서 둘러보고 싶었다. 남지훈이 떠나자마자 남가현은 소연에게 문자를 보내 남지훈이 권투장에 갈 것 같은데 어디인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알려주었다. 문자를 받은 소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숨을 내쉬고는 둘째 오빠 소한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 오빠, 지훈과 누님으로 불리는 여자가 권투장에 간대요. 오빠가 좀 지켜봐요. “ “그 보잘것없는 솜씨로 링에 올랐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지 모르겠어요.” 소한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송유리와 술 약속을 잡았는데 말이다. 권투장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여기는 완전한 하나의 체인을 이루고 있었다. 주위의 함성을 들은 남지훈은 놀라기 그지없었다. J도시에도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누
두 사람 모두 J 도시 가장 부잣집인 소씨 집안사람들이었다! 남지훈은 말했다. “당신도 저한테 소연이가 당신 동생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오늘 아침에도 소연의 이모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이런 말을 했는데 이미 저한테 다 까발려졌죠.” 남지훈은 자신이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통의 전화로 소연이 이모의 거짓말이 탄로 나게 하다니. 소한용은 콧잔등을 만지며 말했다. “그런 말을 하려고 찾아온 게 아니에요.” 그는 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것에 관심 있어요?” 남지훈은 머리를 흔들다가 다시 끄덕였다. 애매모호한 태도는 소한용을 헷갈리게 했다. 남지훈의 포인트는 권투에 있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소한진이 당신 형이니까 말하는 건데 형한테 충고 좀 해줘요.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얼른 여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소한용은 콧잔등을 만지며 말했다. “저도 다그쳐 봤지만 듣질 않는걸요. 제가 뭘 어떡하겠어요?” “지금까지도 연애 한 번 해보질 못했어요. 모두 급해서 난리라니까요.” 남지훈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S그룹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소한용은 남지훈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직도 질투하고 있군. 소한용은 말했다. “우리 형의 눈은 하늘보다도 높아서 쉽게 아무 여자한테 호감이 생기지 않아요. S그룹 사람이라면 더욱 불가능하고요.” “집에서 애초부터 결혼을 재촉하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바로 데려왔겠죠. 지금 이러고 있을 리가 있겠나요?” 말 한마디마다 남지훈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지훈은 눈치채질 못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 형 같은 사람한테는 여자들이 줄을 설 거에요.” 소한용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동생과 형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암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남지훈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링 위에서 배틀이 시작되었다. 남지훈은 처음으로 권투의 매
소한용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지훈도 누님과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배틀은 짜릿했지만 남지훈은 볼 기분이 아니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남지훈은 스카이 팰리스에 돌아가지 않고 아직 미처 빼지 않은 월셋집으로 향했다. 티브이도 없고 시멘트 벽돌로 대충 지은 허름한 투룸이었다. 2개월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탓인지 옅은 곰팡이 냄새도 맡아지는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쉰 남지훈은 정리도 뒷전으로 한 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멍때렸다. 천장에서는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남지훈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다른 한편, 스카이 팰리스에 있는 소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윤기가 넘치던 머리카락들은 이미 소연한테 쥐어뜯겨 부스스해졌다. “나쁜 놈! 감히 내 기분을 망쳐?”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누가 기다리기라도 한대?” 신발을 신은 소연은 밖에 나가 자신의 슈퍼카를 타고 스카이 팰리스를 떠났다. 파티장. 소연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옆에 앉은 셋째 오빠 소한민은 깜짝 놀라 말렸다. “야, 적당히 마셔! 큰형과 둘째 형이 네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알기라도 하면 난 그날로 죽은 목숨일 거야!” 소한민은 소씨 집안이 연 파티장을 잠시 맡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좋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기에서만이 진정으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더욱 중요한 건 예쁜 여자들이 많은 탓도 있다고 한다. “셋째 오빠.” 술병을 내려놓은 소연은 말했다. “너무 오래 안마셨으니까 오늘은 좀 마시게 내버려둬. 조금 있다 갈 거야,” 소한민은 머리를 저었다. “형들 불러야 갈 거야?” “내가 연애를 안 하기 망정이지. 너처럼 죽네 사네 하며 연애하는 건 정말 못 할 짓이야!” 소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연애? 누가 연애한다 그래? 개도 안 해!” 소한민은 말문이 막혔다. 소한민이 소한진과 소한용에게 문자를 보내자 그들은 바로 달려왔다. 소한민은 아
그 순간! “뭐야 이게?” 베개 아래의 눈썹칼을 발견한 남지훈은 깜짝 놀랐다. 소연은 왜 베개 밑에 눈썹칼을 놓고 있는 거지? 나 때문인가? 남지훈은 헛웃음을 지었다. “누가 건드리기라도 한대?” 남지훈은 베개를 던지고는 물을 따라 침대맡에 놓고는 신경을 끄려했다. 방에 돌아온 남지훈은 당시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쓴 계약서를 보게 되었다. 남지훈은 비웃었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소연이 왜 그와 결혼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본인은 1800만 원 때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전혀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고등학교 동창이긴 했지만 당시 두 사람은 말 몇 마디도 나눠보지 않았었다. 남지훈의 마음속에서 소연은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도도한 얼음공주였다. 그저 최근 소연의 행동으로 인해 남지훈은 자신한테도 기회가 있으며 두 사람이 잘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 것 같았다. “남지훈, 정신 차려!” 남지훈은 자기 뺨을 한번 때리고는 누워 잠을 청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모든 것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 익숙한 환경에서 눈을 뜬 소연은 벌떡 일어났다. 이불을 들춰본 소연은 자기 옷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연은 눈을 비비면서 중얼댔다. “누가 데려다준 거지? 셋째 오빤가?” 소연은 침대맡의 물컵을 보고는 한입 마셨다. 한참을 멍때리던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식탁 위에는 뜨끈뜨끈한 아침밥과 차키가 놓아져 있었다. 소연은 두리번거렸으나 누구도 없는 듯했다. S그룹. 해당 장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다. 남지훈과 대승 테크의 기술자들은 초보적으로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하고 있었다. 서버에서부터 시작하여 메모리, 방화벽, 스위치, 메인보드 등은 모두 여러 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최적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남지훈한테는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갑시다, 밥 먹으러.” 남지훈은
남지훈은 퇴근하고 소연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스카이 팰리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7시였다. 5시에 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두 시간이나 낭비했다. 평소대로라면 삼십분 운전하면 도착 할 거리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평소대로 주방으로 향해 저녁을 준비했다. 남지훈과 소연 사이에는 정적만이 느꼈다. 밥을 먹고 난 뒤, 남지훈은 잠깐 쉬다가 권투를 연습했다. 이틀간 연습을 많이 한 탓인지 속도도 빨라지고 힘도 세졌다. 얼마 연습하지 않아 모래주머니의 끈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그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갑자기 이러한 트레이닝 방법이 자신한테 알맞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다. 끈이 너무 쉽게 끊어져 버린다. 소연은 남지훈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소연은 남지훈이 지금 권투를 연습하는 것이 아닌 그저 분풀이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모래주머니 말고 벽에 주먹질하지 그래?” 남지훈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남지훈은 벽에 주먹질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남지훈은 더 말하지 않고는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풉!” 소연도 입을 삐죽이더니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 그들은 여전한 일상을 보냈다. 주말이 되자 남지훈은 일찍 일어나 간단한 운동 후 누나의 가게를 찾았다. 주말은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네일과 메이크업을 받는 손님 중 대부분은 아기 엄마들이었기에 주말만 되면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지훈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 싫었는지 누나의 가게에 들렀다. 남지훈이 혼자 온 것을 보자 남가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혼자 왔어? 소연이는? 너희 둘 예전에는 딱 붙어 다녔잖아.” “야근해.” 남지훈은 대답했다. 남지훈이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소연도 집에 있었다. 남지훈은 소연에게 주말을 어떻게 보낼 건지 묻지도 않았다. “아직도 화나 있어?” 남가현도 짜증스럽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