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는 갑자기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자 어안이 벙벙했다. 송태수가 대승 테크를 언급한 건, 무형의 자본과도 같았기에 이번 입찰에 선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승 테크는 오늘부터 이름을 꽤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다.한편, 명덕 테크 직원도 현장에 있었으며 명덕 테크가 아닌 대승 테크가 언급된 것도 언짢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현수에게 집중되자 이를 꽉 깨물었다. 송태수는 이현수를 한참 쳐다보다가 살짝 아쉬운 듯 말했다.“오늘 입찰에 참석한 회사가 많은 것 같은데 얼른 시작합시다.”그는 송기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T 그룹의 입찰 대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한편, S 그룹에서.“하하, 대승 테크도 참석할 줄은 몰랐네요. 왜요? 우리 명덕 테크가 어떻게 선택받는지 보고 싶어서 온 건가요?”오늘의 김명덕은 유난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는 소한용이 S 그룹에 명덕 테크를 꽂아줬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오늘 자신이 무조건 낙찰될 것이라고 여겼고 옆에 있던 남지훈은 그런 김명덕을 힐끔 쳐다볼 뿐, 말을 섞기도 싫었다.자신감에 넘친 김명덕의 시선은 어느새 소연에게 꽂혀 있었고 또 한 명의 미녀를 발굴해 준 남지훈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으며 실실 웃으며 소연에게 말을 걸었다.“미인이시네요. 저는 명덕 테크의 대표 김명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은 성함이 어떻게 될까요? 서로 연락처나 주고받을까요?”“사람이 너무 건방을 떨면 뒤통수를 맞고도 모를 수가 있어요.”소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고 남지훈의 편을 든 게 아니라 단순히 김명덕이 괘씸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하하! 얼굴도 예쁜데 말도 재밌게 하네요! 괜찮아요. 이따가 명덕 테크가 프로젝트를 따내면 당신은 알아서 날 찾아올 거예요!”가만히 지켜보던 남지훈이 김명덕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쥔 채 입을 열었다.“김명덕 씨, 얼굴에 상처는 다 나은 거예요?”그 말에 김명덕은 눈빛이 이글거렸다. 상처가 다 낫긴 했지만 그날 남지훈에게 맞은 기억만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부
입찰서를 제출할 때 남지훈이 소한진을 빤히 쳐다보자 소한진은 살짝 미소를 보였고 그 모습에 남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S 그룹의 부회장이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저런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얼마나 많을까?“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소한진과 심사 위원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떠났고 다시 돌아올 땐 어느 회사가 낙찰되었는지를 발표할 것이다. 입찰 절차에 이것저것 할 게 많았지만 S 그룹에서는 번거로운 절차들을 생략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일하러 안 가?”남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소연에게 물었으며 왠지 그녀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안 급해. 결과가 나오면 갈게. 김명덕 저 사람이 낙찰되지 못하면 어떤 표정일지 너무 궁금하거든.”소연의 말에 남지훈도 고개를 끄덕였고 누가 봐도 김명덕 저 사람이 너무 괘씸했다.“어느 회사가 낙찰될지…”남지훈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소연이 대답했다.“명덕 테크는 절대 아닐 거야.”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낙찰에 자신감이 있는 누군가에게 기다림은 고된 것으로 입찰 결과가 발표되어야 불안한 마음이 사라질 수 있었다.오랜 기다림 끝에 소한진이 심사위원들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고 남지훈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내 그들에게 꽂혔다.“마음 단단히 먹어.”소연이 갑작스럽게 말하자 남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내 유일한 장점이 긍정적인 마음이야.”그의 말에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무대 위로 올라간 소한진은 사람들이 제출한 입찰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의자에 앉았다.“여러분!”소한진이 입을 열자 모든 사람이 숨죽인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그런 사람들을 쓱 훑어본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희 심사 위원들의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S 그룹에 가장 적합한 회사를 골랐습니다. 그 회사는 바로…”입찰서를 제출한 사람들은 몸이 앞으로 쏠린 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한진을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입찰서
“저희 회사에서 입찰 요청을 보낸 이튿날, 대승 테크의 남 대표님이 저희 회사로 답사를 오셨고 회사에 존재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S 그룹에 현존하는 문제들을 기반으로 대승 테크가 제출한 방안에는 자세한 설명과 개조 방법이 적혀 있었어요. 여러분들이 제출한 방안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대승 테크의 방안이 제일 디테일하고 전문적이었으며 S 그룹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그래도 낙찰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승 테크의 방안을 한 번 보세요. 이 방안을 보고 나면 그런 의심들은 알아서 풀릴 겁니다.”소한진은 남지훈이 제출한 방안을 곁에 있던 직원에게 건넸고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대승 테크의 방안서를 훑어보았지만 김명덕에게 넘어왔을 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승 테크의 방안서는 남지훈이 작성한 것이 분명했고 김명덕은 직원이었던 남지훈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의 재능은 백 퍼센트 인정했다.“이 방안서는 확실히 저희가 제출한 것보다 디테일하네요. 인정합니다!”남지훈의 방안서를 훑어보던 입찰 참가자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방안서가 돌고 돌아 다시 소한진의 손에 들어오자 그가 김명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김 대표님,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나요?”김명덕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번에 낙찰되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되려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격이라니. 암묵적인 룰을 이렇게 대놓고 수면 위로 밝혔으니 이제 명덕 테크는 업계의 기피 대상이 될 것이며 현장에 있던 입찰자들은 혹시라도 나중에 괜히 불똥이 튈까 봐 이미 명덕 테크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다들 더 이상 의견 없으신 것 같은데 오늘 입찰 대회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낙찰된 대승 테크 관계자만 남으시고 다른 분들은 지금 떠나도 좋고 저희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고 가셔도 좋습니다.”소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지훈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남 대표님, 저희는 사무실에 가서 천천히 얘기를 나눌까요?”“네… 네!”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지훈이 들뜬
대승 테크가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인데 무슨 자격으로 T 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낸 것일까?“이유는 단순해요. 대승 테크에서 제출한 방안이 가장 훌륭했어요. 이 대표님이 작성한 건가요? 아니면 남지훈 씨가 작성한 건가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면서 묻자 이현수는 흠칫 놀랐으며 T 그룹의 대표가 남지훈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기술 방안은 지훈이 형이 작성한 겁니다. 이쪽으로는 형이 전문성이 뛰어나거든요. 업계 최고는 아니지만 실력이 매우 훌륭합니다.”남지훈의 실력은 이현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실력이 훌륭하지 않았다면 김명덕 회사가 지금까지 저렇게 잘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송태수는 이현수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바에는 남지훈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나았으며 더군다나 남지훈의 방안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이 대표님이 저희 회사에 왔으면 남지훈 씨는 S 그룹에 갔겠네요?”송태수의 질문에 이현수가 재빨리 대답했다.“두 회사가 동일한 날짜에 입찰 대회를 열어서 저희가 두 팀으로 나눴습니다. 지훈이 형은 지금 S 그룹에 있습니다.”말을 하던 이현수는 갑자기 뭔가 알아차린 듯했으며 송태수가 두 번이나 남지훈을 언급한 걸로 봐서는 이번 낙찰이 남지훈과 무조건 연관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허허, 앞으로 서로 소통을 많이 해야죠. 내일부터 차근차근 계약서도 쓰고 계약을 체결하면 대승 테크에서도 하루빨리 시공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남지훈 씨 쪽도 이제 입찰이 끝났을 거 같은데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전화로 전해드리세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한편, S 그룹에서. 소한진이 곽 대리를 불러 남지훈과 전문적인 기술 문제를 토론하고 있었고 대부분 문제점과 개조 방식을 방안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다.이때, 남지훈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곽 대리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곽 대리님, T 그룹 쪽 입찰이 끝난 모양입니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오겠습니다.”“그렇게 하세요.”사무실 밖으로 나온
깜짝 놀란 남지훈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는 송태수가 대기업 사장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T 그룹 대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J 시에는 S 그룹과 T 그룹 두 개의 가장 큰 회사가 있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남지훈은 두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는데 몇 년 뒤, 이런 방식으로 두 회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기에 남지훈은 만감이 교차했다.“지훈이 형?”이현수의 목소리에 남지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현수 씨, 제가 송 대표님과 아는 사이는 맞아요. 우리 회사가 낙찰된 거에는 송 대표님 도움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S 그룹 여기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오후에 회사로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해요.”남지훈은 소연이 바로 S 그룹의 오너가 아닐까 의심했으며 그렇지 않고는 대승 테크가 낙찰될 리가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남지훈은 전화를 끊은 뒤 사무실로 돌아왔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곽 대리님, 소연 씨가 S 그룹에서 직책이 높은 거 맞죠?”남지훈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흠칫하던 곽 대리가 웃으며 대답했다.“남 대표님, 소연 씨는 저희 회사에서 관리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직급을 가진 직원은 저희 회사에 널리고 널렸어요. 그렇게 높은 직책은 아닙니다.”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소연까지 S 그룹의 오너라면 그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곽 대리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뒤, 남지훈은 S 그룹을 떠났고 T 그룹에서 나온 이현수와 대승 테크에서 만났다. 현재 대승 테크의 직원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남지훈과 이현수를 제외하면 기술팀 직원 두 명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한 명, 이렇게 총 다섯 명이었다. 이현수는 애초에 능력이 좋은 회계사를 채용하고 싶었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월급이 낮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막 졸업한 대학생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현단계의 대승 테크는 재무팀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기에 대학생을 채용해도 충분했다.대승 테크 건물 1층
남지훈이 핸드폰을 들고 고민하던 순간, 송태수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고 벨 소리가 열 번 울리고 나서야 남지훈이 전화를 받았다.“형… 송 대표님.”형이라고 부르려던 남지훈은 결국 말을 바꿔서 대표님이라고 불렀다.“어허! 지훈 동생, 왜 갑자기 선을 그어요? 송 대표라니? 우리가 형제를 맺기로 했는데 이렇게 멀어지면 안 되죠! 어때요 지훈 동생? 놀랍지 않나요? 서프라이즈 아닌 가요?”송태수의 말에 남지훈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서프라이즈가 아니라 이건 스릴러입니다. 현수 씨한테서 대표님 신분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서 심장 마비가 올 뻔했어요! T 그룹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왜 얘기 안 했어요?”남지훈은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큰 거 같아서 이제 감히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다.“지훈 동생이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잘 생각해 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또는 어디서 일하는지 물어본 적 있어요?”송태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묻자 남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단 한 번도 송태수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송태수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지훈 동생, 내 신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요. 그냥 평소처럼 날 대해줘요. 오늘 저녁에 동생을 만나서 술 한잔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회사 직원들과 축하 파티를 할 것 같아서 나까지 시간을 빼앗진 않겠어요. 나중에 다시 시간 잡을 테니 나 모른 척하면 안 돼요!”“네.”남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대승 테크 직원 다섯 명이서 축하 파티를 하러 떠났고 남지훈은 오늘 저녁 늦을 것 같다고 소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한편, S 그룹에도 퇴근 시간이 찾아왔다.“동생, 오늘 저녁에 남지훈도 집에 늦게 들어갈 거 같은데, 저택 가서 밥 먹는 거 어때?”소한진의 요청에 소연이 고개를 저었다.“됐어. 집에 가서 대충 먹을래.”소한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T 그룹에서 소식을 전해왔는데 대승 테크가 낙찰된 게 확실하대. 송태수 저 사
가녀린 소연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외로워 보였지만 아리따운 뒷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남지훈이 차를 세우고 소연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보이지 않자 그는 차에서 내려 소연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고 소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 직원들이랑 축하 파티 안 했어?”남지훈의 문자를 받은 소연은 그가 오늘 늦게까지 직원들과 파티를 즐길 줄 알았다.“식사만 했어. 직원들은 2차로 노래방에 갔고 난 그런 곳을 안 좋아해서 그냥 왔어.”남지훈이 대답했다. 그는 명덕 테크에 있을 때에도 노래방에 가자는 동료들의 초대를 거절했는데 새로운 회사를 차린 지금도 그때와 똑같았다.“집으로 갈래 아니면 좀 걸을래?”남지훈은 소연이 걷고 싶다고 하면 먼저 집에 가 있을 생각이었지만 소연의 대답은 예외였다.“나 아직 밥도 안 먹었어…”살짝 놀란 남지훈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밖에서 먹을래 아니면 집에 가서 먹을래? 밖에서 먹고 싶다면 내가 아는 맛집이 이 근처에 있어. 집에서 먹고 싶다면 늘 먹던 그 메뉴들이야.”“그냥 집에 가서 먹을래.”잠시 고민하던 소연이 대답한 뒤 돌아서서 남지훈의 차에 탔고 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가는 길에 남지훈은 계속 소연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달빛이 소연의 얼굴에 비추어 그녀의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고 남지훈은 순간 그녀가 보이는 것처럼 도도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뭘 봐?”소연은 남지훈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고 남지훈이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넌 항상 상대방에게 차갑고 도도한 느낌을 준다는 거 알아? 스카이 팰리스에 들어가고 나서 네가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예전에 고등학생 시절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도 똑같네.”남지훈은 왠지 소연의 마음이 무거워 보여서 가볍게 수다를 떨려고 말을 꺼냈지만 소연은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듯 대답했다.“어쩔 수 없어.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나서 고칠 수가 없어.”남지훈은 그녀가 이렇게
“내가 감당 능력이 뛰어나서 다행이지. 아니, 그보다 네가 전에 송 씨 가문에서 땅을 받아야 하는데 일이 좀 까다롭게 됐다고 했던 게 기억나거든. 내가 형님에게 말 좀 해볼까? 혹시 또 S 그룹에 땅을 줄지도 모르잖아.”남지훈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연은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남지훈이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니 더욱 마음이 혹했으며 땅만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S 그룹의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의 욕심을 억지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인맥은 이용할 줄 알아야 해. 네가 그 인맥을 나에게 써버리면 나중에 송태수와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어. 넌 출신이 평범해서 평생을 노력해도 원하는 단계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어. 실패의 확률이 더 크거든. 근데 송태수의 도움이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 그 사람이 너와 형제를 맺었다는 건, 그만큼 너라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내 추측대로라면 그 사람은 네가 J 시 상류층에 입성할 때까지 너에게 길을 닦아줄 거야. 이번에 송태수가 직접 T 그룹 입찰 대회를 개최한 것도 너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있는 거야. 내일 신문에 기재되면 J 시의 해당 업계와 이 방면에 수요가 있는 회사들은 J 시에 대승 테크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제대로 기억하게 될거고.”소연은 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난 달라. 우린 3년 뒤에 이혼을 할 거고 그때가 되면 서로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어떤 여자를 만나든, 심지어 네가 죽든 살든 나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을 거야. 그럼 넌, 위로 올라 갈 기회를 그냥 날리는 거지. 어차피 난 그저 S 그룹의 관리팀 팀장에 불과해. 땅을 받는 일은 고위직분들이 알아서 할 거야. 네가 이 일 때문에 송태수에게 부탁을 할 이유가 없어.”소연은 남지훈을 철저하게 속이기 위해 말을 보탰고 그녀의 말에 남지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익 관계를 꼭 그렇게 따져야해? 땅을 받아서 네가 S 그룹에서 승진하고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