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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난 이미 결혼했어

이날도 마찬가지로 한시혁은 직접 이진을 찾아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진은 무슨 중요한 결정이라도 내리기 위해 온 건 줄 알았지만 그저 디자인 원고를 고르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한시혁은 몇 개의 디자인을 이리저리 골라보더니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됐어, 나중에 천천히 결정 내리자.”

한시혁은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본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점심이나 먹으러 갈래? 근처에 새로 생긴 음식점이 있다고 들었어.”

“한시혁…….”

한시혁이 이미 일어나 외투를 입을 준비를 하는 것을 보자 이진은 얼른 입을 열어 그에게 말했다.

이진이 갑자기 진지하게 말을 하자 한시혁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진을 바라보았다.

“할 말 있어?”

이진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시선을 돌려 플랫폼 위의 꽃을 보았다. 그 꽃은 오늘 한시혁이 가져온 것인데 위에는 여전히 노란색과 연분홍색의 꽃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날 윤이건이 했던 말을 떠올렸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났다.

“한시혁, 전에 내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분명 너한테 똑똑히 내 생각에 대해 말했었잖아. 그러니까 너도 알 거 아니야?”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야.”

한시혁은 여전히 평소 같은 말투였지만 눈빛엔 약간 초조함이 더해져 있었다.

“그럼 다시 한번 얘기할게. 넌 정말 좋은 친구고 난 정말 너를 그저 친구로 생각할 뿐이야.”

결국 그때의 말을 다시 한번 말한 거나 마찬가지다.

사실 이진이 이 말을 꺼내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거절하는 것이 쉬울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은 한시혁이 영원히 그녀를 평범한 친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고개를 숙이고는 손가락은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와 윤이건 씨는 부부인 걸 너도 잘 알잖아. 난 이미 결혼했어.”

한시혁도 이 일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던 이진은 귀국 후 그렇게 빨리 결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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