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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남의 칼을 빌어 사람을 죽인다

유연서는 회의가 언제 끝났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사무실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의자에 혼자 앉아서 노트에 적힌 엉망진창인 기록을 보고 있다. 마치 넋이 나간 것 같다.

그녀는 윤이건 옆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이 자의 이혼을 간신히 기다렸다.

그때 그녀는 매일 같이 윤이건이 어떻게 자신에게 프로포즈할가 꿈꾸었다.

하지만 지금 윤이건의 눈안에도 들지 않았던 이진이가 그녀의 눈엣가시로 되었다.

원래 그 당시 화재 사건 기록을 지우고 이진을 떠나보내면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역시 너무 유치한 생각이다.

입을 깨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호진이니?”

전화 저쪽은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지속되더니 갑자기 흥분에 넘친 목소리가 들린다.

“연서니? 너 연서 맞지? 무슨 일 있어, 나한테 전화까지 하고?”

저쪽 소리를 들으며 전화 이쪽에 있는 유연서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에는 온통 하찮게 여기는 표정이다.

어쩌면 혐오라고 말해야 더욱 맞는 것 같다.

유호진, 이 바닥에서 유명한 재벌 2세이다.

바람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남자는 하필 오랫동안 유연서에 빠져있었다.

몇 년 동안 바꾼 여자들은 많지만 이 여자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였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참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유연서는 이 사람을 그냥 이용하려고 한다.

윤이건 옆에 있던 몇 년 사이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유호진을 찾는다.

유호진도 유연서가 자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런 불평과 원망도 없다.

“응, 오랫만이야. 잘 지냈어?”

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전화 한편의 들뜬 소리를 듣으며 조금도 마음속에 두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몇 마디 답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호진아, 너 시간있어? 한 번 만나고 싶은데, 사실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이 전화 뒤에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유호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응한다.

마치 당장이라도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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