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0화

“도련님이 자신의 복을 차버린 거예요.”

신경주는 눈앞이 어렴풋해지더니, 순간 백소아의 그 맑고 사슴처럼 무고하고 억울한 큰 눈이 떠올랐다.

이런 관심은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조금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백소아는 나의 복이 아니라 나의 재난이에요.”

신경주는 음울한 표정으로 침실로 돌아왔는데, 뜻밖에도 탁자 위에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양복점의 상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틀림없이 옷이 다 수선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바삐 앞으로 가서 상자를 뜯었다.

상자 안에는 재질이 좋은 양복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옷깃은 다시 손질을 해서 겉보기에는 아무런 티가 나지 않았는데 역시 훌륭한 솜씨였다.

신경주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미간이 많이 풀렸다.

“도련님 마음속에 아직 작은 사모님이 있으시군요.”

오씨 어머니는 그가 옷을 보고 넋을 잃은 보며 기뻐하며 물었다.

“이 옷을 버리긴 아까운데다 나름 심혈을 기울였으니 낭비하면 안 되는 법이죠.”

신경주는 차갑게 대답을 한 뒤, 평평하고 빳빳한 옷깃을 매만졌다.

“작은 사모님께서 도련님에게 기울인 심혈은 또 어찌 그 뿐이겠습니까.”

오씨 아주머니는 탄식을 하며 코끝이 찡했다.

“저 따라오세요.”

두 사람은 백소아가 살던 방으로 왔다.

오씨 아주머니는 익숙하게 맨 구석의 옷장 문을 열었다.

“도련님, 보세요.”

지붕까지 뚫린 옷장 안에는 선반이 있었는데, 위에는 크고 작은, 색깔이 각기 다른 상자가 가지런하며 놓여 있었다.

신경주는 멈칫했다.

“이건…….”

“이것들은 모두 이 3년 동안, 작은 사모님께서 도련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신경주는 벼락에 맞은 것처럼 어깨가 흔들렸다.

“여긴 도련님의 생일선물, 발렌타인데이 선물, 결혼기념일 선물이 있어요…… 작은 사모님은 또 이 안에 두 분이 처음 만난 기념일의 선물도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보잘것없는 날이라도 도련님과 관련이 있다면 사모님은 도련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설사 도련님이 줄곧 이런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 할지라도, 작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