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화 불쾌한 질문

그의 물음에 나는 갈피를 못 잡았다.

“오늘 재판 날 아니에요? 근데 왜 안 했어요? 왜 취소됐냐고요?”

그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투도 딱딱해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설마 법원에 갔었나? 갑자기 일정 변경되는 바람에 통지도 못 했는데, 그는 어떻게 알았지? 유일한 해석은 그가 법원에 다녀온 것이다.’

나는 해명했다.

“사정이 있어서 날짜를 변경했어요.”

“지금 또 머뭇거리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의 그 빌어먹을 이유 때문이에요?”

그는 지금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공기 속의 온도도 몇도 내려간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당하고도 그 사람한테 미련이 남은 거예요?”

그의 차갑게 굳은 얼굴에 비하면 나는 많이 차분해져 있다. 손을 뻗어 물 한 잔을 가져와서 몇 모금을 천천히 마셨다. 그리고 다소 풀이 죽은 말투로 얘기했다.

“당분간은 이혼 못 할 것 같아요.”

“왜 이혼 못 하는 건데요?”

그는 나의 속마음까지 뚫어볼 지경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는 그를 막을 수가 없어요. 제 부모님을 이용해 나를 협박하는데 이젠 저도 속수무책이에요.”

나는 힘없이 말했다.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는 줄 알았는데 제가 상대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요. 신호연의 파렴치함을 과소평가한 것은 저의 실수죠.”

“지아 씨는 한평생 신호연의 그림자 속에서만 살 거예요?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거예요?”

그는 나를 보면서 질문을 했다.

“그러면 어쩔 건데요,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퇴원한 지 얼마 안 돼서 저는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어요. 아버지의 목숨을 뺏기느니 차라리 제가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매일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것만 생각해도 나는 화가 났다.

잠깐 우리는 침묵했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언제 돌아온 거예요?”

“어제저녁에 왔어요.”

그는 조용히 나를 보고 있는데 그 눈빛은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웨이터가 따뜻한 우유를 가져다주자, 그가 내 앞으로 옮겨줬다.

“지아 씨는 지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