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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거품을 문 아기

말을 마친 후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심히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지만 이내 핏기가 돌아왔다. 그러고는 여전히 실실 웃으며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운전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죠.”

전희는 오만방자하고 눈에 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전 그 짧은 순간의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할 수 있었다.

나는 눈을 실처럼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받아쳤다.

“충고해 줘서 아주 고마워요. 그런데 어쩌죠? 저 고양이 띠라서.”

그러고는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가 바로 차에 올라타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줬다.

“회사로 가주세요.”

내가 다친 이후로 배현우는 내가 운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대신 운전기사를 한 명 안배했다.

차에서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전희가 병원에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그러다 잠시 생각을 중단하고 휴대폰을 꺼내 이동철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했다.

“전희가 병원에 뭔 일로 왔는지 좀 알아봐 줘요.”

전화를 끊기도 전에 또 다른 전화가 내 휴대폰으로 걸려 왔다. 남미주였다.

“지금 어디야? ”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야.”

“급한 일이라도 있어?”

“응, 지시할 일이 좀 있어.”

나는 남미주에게 숨기지 않았고 그녀는 내가 다친 일을 전부 알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럼 네가 볼 일 다 보고 나에게 전화해.”

그녀는 별다른 얘기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회사로 돌아와 먼저 구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신예 건축에 관한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생각만 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지금 저더러 이 사건을 담당하라는 뜻인가요?”

“이 사건은 반드시 구 변호사님이 맡아야 해요. 나는 딴 사람을 믿을 수 없거니와 설령 그 사람에게 맡긴다 해도 승소할 수 없단 걸 잘 알고 있어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우리 둘 사이의 소통은 점점 단도직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일 년 동안의 소통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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