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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복수의 이유

내가 몸을 돌리는 찰나에 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마치 내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꽉 움켜쥐었다.

더 이상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꼭두각시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가지도 못하고, 남아도 난처한 상황이다.

우리는 한참을 꼼짝하지 않고 대치 중이었는데 그가 살짝 힘을 주더니 다시 나를 그의 품으로 끌고 왔다. 자연스럽게 나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파묻혔다.

“그 사람한테서 빨리 벗어나세요!”

이 말이 촉매제가 되어 내가 막 쌓아 올린 단단해진 마음의 벽을 동요시켰다.

“직접 제 손으로 복수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아야만 지금까지 제가 허비한 시간을 보상할 수 있어요. 지옥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그들이 저랑 제 딸한테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잃은 모든 것도 되찾을 것이에요.”

나는 두 팔을 벌려 배현우의 허리를 두르고 그의 품에 꼭 안기며 안정을 찾으려 했다.

“저는 이 치욕을 스스로 씻어낼 거예요. 저를 이해할 거죠?” 고개를 들어 눈물을 머금은 채 배현우를 바라본다.

“그래야만 나 자신과 나를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께 떳떳할 수 있단 말이에요!”

“저를 따라오세요.”

배현우는 내 손을 잡고 아름다운 경치를 지나 별장에 도착했다. 휴양지가 아닌가 싶은 곳이었다. 가는 곳마다 정성 들여 가꿔 놓은 듯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배현우는 나를 위층에 있는 넓은 스위트룸으로 데려갔다. 나를 소파에 앉힌 뒤 자료 한 다발을 건넸는데, 모두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소개였다.

나는 그를 한 번 보고 무슨 의도인지 눈빛으로 물어봤으나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보라고 손짓했다.

배현우는 나만 방에 남긴 채 나갔다.

나는 몸을 한번 풀고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첫 문장부터 나의 관심을 일으켰고 나는 금세 자료에 몰입했다. 받아온 자료를 확인하는 내내, 배현우의 정보력에 감탄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고 배현우가 다시 들어오면서 불을 켰다. 뒤에는 웨이터가 같이 들어오면서 한창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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