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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떳떳하지 못한 내막

신연아가 그 말을 할 때 표정에 사악한 미소가 섞여 있어서 분명 좋은 뜻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다.

“여기라고 뭐 별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바로 얘기해요.”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받아쳤다.

“하하, 새언니. 새언니는 늘 그런 식이에요. 뭘 해줘도 싫어하고, 방어적인 태도와 높은 곳에서 사람을 깔보듯 한 자세를 취하니 말이죠. 그거 되게 재수 없는 거 알아요? 오빠는 새언니 그런 모습이 제일 싫대요. 언니는 행동은 늘 공주 같은데 애교도 모르고 너무 재미없다고 했어요. 목석같이 굳어있다고!”

신연아는 한 대 쳐주고 싶을 정도로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 화가 너무 났다.

“염치가 뭔지 모르죠? 내 평생 정말 아가씨처럼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봐요!”

“한지아! 내 앞에서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새언니 되게 침착하고 잘 참는 성격 아니었나? 왜? 우리 오빠 지갑에 들어있는 콘돔은 못 보았나 봐? 그걸 보고 놀라지 않았다는 게 나는 믿기지 않네. 그렇게 살면 안 힘들어? 오빠가 그러는데 두 사람 콘돔을 전혀 안 쓴다면서.”

그녀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역겨워 토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신호연이 우리 부부 사이의 이런 비밀스러운 얘기까지 신연아한테 말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 둘의 모습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었다. 나는 화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신연아는 손에 든 술잔을 흔들며 나를 보며 오만방자하게 웃었다.

“어머, 화났어요? 그거 내가 일부러 거기 놔둔 거예요, 오빠 모르게.”

그녀는 마치 본인의 장난이 의도대로 선방했다는 듯이 기고만장하게 웃었고,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귀에 거슬렸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던 신연아가 아니었고, 언제 사람이 이렇게 비열하게 변했는지 모르게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가 신씨 집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녀는 뼈만 보일 정도로 약한 몸에 누런빛 얼굴을 한 여자아이였다. 작은 두 눈으로 끊임없이 나를 훔쳐보았고,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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